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경험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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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이야기]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경험

2018년 3월 입학해 30개월이 가까운 시간 동안 재학 중인 김해린 학생의 닉네임은 ‘메롱’입니다. 닉네임을 정하던 날,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 메롱이었다고 수줍게 말하더니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눈빛이 반짝입니다. 메롱은 현재 동네 서점 활성화를 위한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출판물에 관심이 많아 작년에는 파주 타이포그라피의 사람들을 담은 독립서적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만든 독립 잡지를 건네는 모습이 꽤나 다부진 메롱은 오늘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김해린 (메롱) ㅣ 2018년 3월~


거꾸로캠퍼스를 어떻게 알게 됐나요?

어머니가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으셔서 어머니를 통해 듣게 됐어요. 솔직히 저는 새롭다는 생각만 했지, 그 이상의 생각은 못했었는데 어머니의 권유로 입학설명회에 가게 됐고, 그날 집에 온 후 확신이 들었죠. 저는 학교 생활에 불만이 있는 학생도 아니었고, 주어진 일에 노력을 다 하는 학생이었는데 입학설명회에서 본 학교의 분위기, 학생들의 표정, 학생들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르고 있던 것을 깨닫게 된 하루였죠.


어떻게 확신이 생겼나요?

돌이켜보면 굉장히 신기합니다. 가끔씩 ‘운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요. 학교에 다니면서 인식하지 못했던 불편한 감정들이 치고 올라오는 타이밍이었나봐요. 예를 들어 교복도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입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거꾸로캠퍼스에 와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었던 거죠. 시험도 마찬가지고요. 선생님을 별명으로 부르는 수평적인 관계도 너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저는 거꾸로캠퍼스에 오기 전까지 아무런 계획이 없는 학생이었어요. 관심 분야도 없었고, 학교 다닐 때 ‘나 정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도 아니었죠. 그래서 친구들은 제가 자퇴 하겠다고 했을 때 ‘네가? 갑자기?’ 이런 반응이었어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학생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거꾸로캠퍼스에 왔는데 2년이 지난 지금,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저는 이런 환경에 잘 맞는 사람이었고, 계획은 없었지만 적응을 잘 한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죠?

그럼요. 힘듦을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하면 일반 학교와 거꾸로캠퍼스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반 학교에서 하지 않아도 될 할 일이 많고,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그런데 일의 결 자체가 매우 달라서 강도는 같지만 스스로 체감하거나 정신적으로 와 닿는 강도는 다른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처럼요.



거꾸로캠퍼스에 오기 전 하고 싶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특별한 고민 없이 수의사가 되고 싶었고, 수의사 만을 목표로 달렸던 것 같아요. 사고의 흐름은 간단했어요.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관련 직업은 뭘까? 수의사가 되고 싶다’ 이렇게요. 동물에 관한 직업을 수의사 밖에 몰랐던 것 같기도 해요. 거꾸로캠퍼스에 온 이후 동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때 사고가 많이 확장됐습니다. 동물 권리, 동물 착취, 동물 학대에 대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의 가지가 많이 뻗어 나왔죠. 동물권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의 일원이 되거나 그 문제를 비즈니스적으로 해결하는 기업의 일원이 될 수도 있고요. 거꾸로캠퍼스에 오면서 동물 자체 보다는 동물과 관련된 어떤 일을 하는 단체나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어요.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관심은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환경에 대한 고민이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축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진로도 환경과 관련한 일로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하는 일이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그 안에서 제 역할은 차차 고민해보려고요.


거꾸로캠퍼스에서 2년 반이 흘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작년 여름, 파주 타이포그라피에 갔었어요. 딱 1년 전인데 그때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파주 출판단지 속의 사람들과 공간에 대한 매거진을 만들었어요. 기획, 취재, 촬영, 디자인까지 친구와 둘이서 해냈어요. 몸은 정말 힘들고, 밤도 많이 샜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우리가 노력한 결과물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사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잖아요. 지금까지는 책을 열심히 보고, 논문을 보면서 정보를 얻었다면, 매거진은 1차 자료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더라고요.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는지, 사람들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만난 후에는 질문하는 것의 어려움을 계속 깨달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결과물이 나왔을 때도 너무 뿌듯했고요. 인쇄비가 20만원 정도 들었는데 배움장터에서 19만원치를 팔았어요. 팔았다는 것 자체에 큰 만족감을 느꼈거든요. 색다른 경험이자 배움이었다고 생각해요.



엑시트 후 기대하는 내 모습이 있나요?

아직 명확하진 않아요. 답은 없고, 답을 찾고 싶은데 너무 어렵죠. 거꾸로캠퍼스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선택지를 접해요. 다양한 분야를 접하다 보니 나와 맞는 것을 구분하고, 내가 조금 더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서 힘들 때도 있고, 그래서 쉽게 고르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모두 경험해봤는데 나와 딱 맞는 걸 못 고른 친구들도 있고요. 저는 아직은 반반인 것 같아요. 여러가지 경험을 해봤지만 아직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헷갈려요. 어차피 데드라인이 있으니 선택은 해야 할테고, 그때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요. 엑시트 할 즈음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꿈을 꿨으면 하는 바람 정도만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꾸고 있는 꿈이 있다면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소셜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단, 제가 말하는 단체나 회사는 “우리 이런 일 해. 좋은 일이니까 알아줘”라고 말하는 회사가 아니라 “우리 이런 제품을 팔아. 네가 한 번 써보면 이런 효과가 생겨”라고 말하는 쪽이죠. 감정에 호소하는 쪽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를 홍보하는 것이 훨씬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그런 회사를 만들 수도 있고, 그런 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겠죠. 그들의 영향력이 조금 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도움을 주고 싶고요.


인터뷰 류창희

편집 류창희, 한성은

사진 주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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