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된 학생에서 움직이는 사람으로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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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이야기]

훈련된 학생에서 움직이는 사람으로

2018년 8월에 입학한 이상수 학생은 현재 시각장애인을 위한 산책로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차분하지만 본인이 몰두하는 일에 있어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거꾸로캠퍼스에 온 이상수 학생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키워나가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가는 중입니다.

이상수(콜라) ㅣ2018년 8월~


거꾸로캠퍼스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부쩍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저는 굉장히 무난한 학생이었습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요. 수업 시간에도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친구 관계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들 다 하는 것 하면서 사는 건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까지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죠. 돌이켜보면 그때가 사춘기였던 것 같기도 해요. 무엇을 해야 할 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죠.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어요. 그때 아버지와 마주 앉아 인생계획표를 그려봤습니다. 아무래도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죠. 뭔가 확실한 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 오게 된 건 순전히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막상 와보니 어땠나요?

제가 상상한 그대로였어요. 관심 있는 분야의 주제를 찾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여러 지식과 정보 등 다양한 자원을 지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걸 프로젝트에 녹여낼 수 있도록 선생님들은 도움을 주셨고요. 거꾸로캠퍼스를 지원하는 C Program이나 코칭 선생님들의 인맥을 통해 외부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시각장애인의 산책을 돕기 위한 앱 개발 중인데요. 사회적 기업 앤비전스와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자문을 얻고 있고, 시각장애인 대상 내비게이션 앱을 개발하는 기업 (LBS Tech)의 대표님과의 미팅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통해 도움을 얻고 정보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거꾸로캠퍼스는 수업 방식 외에도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방식, 옷차림 등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학교들과는 다릅니다. 가장 크게 와 닿는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선생님들이 저희를 챙겨주시는 동시에 방목하기도 해요. 일반 학교에서는 시험 성적에 관해서만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시잖아요. 거꾸로캠퍼스는 학생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코칭하면서 동시에 생활적인 면에서는 많은 부분 자율성에 맡겨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유롭지만 그 안에서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고요. 처음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어떤 주제를 던지면서 막연히 찾아보라고 하셨어요. 일반 학교는 무엇이든 알려주고 시작하잖아요. 그 점이 굉장히 당황스러우면서도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거꾸로캠퍼스는 교과 수업, 사최수프 등 모두 팀 기반으로 이루어진 환경입니다. 의지만 있다면 다양한 팀원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꾸릴 수 있죠. 일반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에서 할 수 있는 어려운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법, 각자 학습한 것들을 프로젝트에 녹여내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발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게 됐고, 덕분에 자신감이나 적극성도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노점상인들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법적인 문제도 찾아보고, 노점상분들 인터뷰도 진행했었는데 진행할수록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이해 당사자간의 복잡한 감정 문제도 섞여 있었고요. 그래서 포기했고, 다음으로는 노인 보행에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노인 낙상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노인들이 낙상의 위험에 빠지지 않을지 고민했고, 보행보조기를 지원하는 방향까지 생각하게 됐죠. 생각보다 비싼 보행보조기를 노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노인복지단체와 연락을 취하던 중이었는데 코로나19가 터져서 잠정 보류된 상태입니다. 지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산책로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산책로에 보조시절(안전펜스, 유도블럭 등)이 부족해 시각장애인들이 산책을 하면서 다양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조사, 시각장애인 인터뷰, 설문 등의 활동을 통해 크게 '산책로에 대한 정보 부재', '산책로의 시각장애인 보조시설 낙후 및 부재'를 핵심 원인으로 정의 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산책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산책 중에 실시간으로 장애물과 주변시설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제작 중입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 2년이 지났습니다. 진로를 찾고 싶어서 거꾸로캠퍼스에 왔다고 했는데 지금은 진로를 어떤가요?

하나의 진로를 정확하게 잡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은 생겼습니다. 저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어렵게 들리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항상 소셜 이슈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저는 원래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관찰을 자주 해요.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왜 스마트 폰을 보고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죠.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사람들의 심리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해요. D랩*에서 데이터 마케팅을 처음 배웠는데 제가 잘 하기도 했고요. 잘 하니까 이 분야에 더 흥미가 생겼어요.

*D랩: 선택교육과정(알파랩)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특화된 환경에서 전문 지식과 스킬을 습득합니다. 실제 산업 현장과 교육 기관 등 해당 분야 전문가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하며, 외부 강사진을 초빙하는 형태의 이론 수업이 아닌 현장에서 필요한 실전적인 학습을 진행합니다.


2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소소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정말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수업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에만 잘 훈련돼 있던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프로젝트를 해내려면 팀과 의견 조율을 하고, 자신을 많이 표출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힘들긴 했어요. 아직도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프로젝트를 해내는 과정에서 말을 잘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이 태어났을 때부터 조용했다고 하실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거꾸로캠퍼스에 온 이후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찾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교과 수업 내용만 받아들이면 됐으니까 딱히 제가 뭔가를 찾을 이유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캠퍼스라는 울타리를 통해 세상에 나와보니 세상은 훨씬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학습할 내용을 찾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먼저 움직이는 사람으로 변화하게 되었어요.


인터뷰   류창희

편집   류창희, 한성은

사진   주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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