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을 어디에 투자하시겠습니까

2020-06-05
조회수 267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결정하는 첫 단계, 주제 콘테스트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고민하시나요?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막상 시간에 대한 권한이 생기고 나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오롯이 책임져야 할 선택을 집행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원하는 것에 시간을 쓸 때 별다른 노력 없이도 깊게 몰입할 수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은 가장 뚜렷한 기억으로 남게 되지요. 이것이 배움의 본질 아닐까요?

거꾸로캠퍼스는 학생이 자발성을 가질 때 학습의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 간 학생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학습을 설계할 때, 배우는 양과 속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개개인과 배움 사이의 연관성도 강해진다는 것을 확인해왔습니다. 따라서 거꾸로캠퍼스에 입학하고 나면 학생은 무수한 선택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수준으로 해내고 싶은지, 누구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등 본인의 욕구와 필요를 스스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의 시작이 바로 주제 콘테스트입니다.

잠깐, 주제 콘테스트가 뭐죠?

거꾸로캠퍼스 교육 과정은 네 개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약 10주가량의 모듈을 네 번 거치면 일 년의 학사 일정이 완료되는 셈이지요. 각 모듈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짜이게 됩니다. 즉,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을 각각 독립된 과목으로 접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이해하는 수단으로서 배우는 방식입니다. 이때 주제는 학생이 직접 선정하게 됩니다.

학생들은 팀을 이루어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고, 선택한 주제에 대해 1) 이 주제를 왜 배워야 하는지 2) 이 주제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3)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각 팀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나면,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모든 학생이 투표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선정합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팀의 주제가 하나의 모듈을 이루는 전체 교육과정의 뼈대가 되는 것이지요.

2019 vs. 2020 : 틀린 그림 찾기

올해 주제 콘테스트에서 달라진 점은 두 가지입니다.

☝🏻 제안서에 익명성을 더했습니다.

이전에는 팀별로 나뉘어 발표 자료를 작성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피칭하는 형식이었어요. 그런데 학생 정원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16개 팀이 되었고, 모든 팀이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15분씩만 해도 3시간이 넘어간다..)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주제 콘테스트에 익숙한 재학생 팀에게 ‘당연히 더 잘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형성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혹은 학생들 사이의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제안하는 내용의 설득력 때문이 아니라 인기투표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살짝) 생겼고요. 그래서 이번 모듈은 이름도 팀명도 발표 스타일도 드러내지 않고, 오직 제안서의 내용만으로 1차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더불어 코로나19 때문에 물리적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날을 최대한 미루면서 모든 교육 과정을 온라인으로 옮기게 되었는데요. 오프라인상에서 발표를 기본 조건으로 했을 때와 달리 온라인으로 자료를 검토한다면, 표현의 자유도가 높을수록 선택의 기준이 모호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처음으로 자료의 템플릿(template)을 제공했습니다. 제안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해당 주제를 선택한 이유(why) - 주제를 통해서 배우고자 하는 내용(what) -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방법(how) - 배운 내용을 적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방안(if)**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운다"는 건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 콘테스트의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별다른 제시어나 제안 없이 학생의 관심사에서 시작할 때 학습의 효과나 동기 부여는 높았지만, 학생의 구성이 바뀌어도 계속해서 비슷한 주제가 언급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학생의 생활 반경 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나 시기별로 유행하는 키워드에 한정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학생들과 쌓은 시간을 토대로 세운 세 가지 가설은 아래와 같습니다:

A. 일반적인 학생의 생활 반경은 제한적이야. 10대가 집, 학교, 학원 외에 얼마나 다양한 환경을 접할 수 있었을까?

B. 같은 세대란 역시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 같아. 지금껏 쌓아온 경험치와 시대를 바라보는 눈이 비슷할 수밖에.

C. 본인의 관심사를 학습과 연결 짓는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닐까? 특히 신입생에게는 가장 낯선 작업일 거야.

그렇다면 주제 콘테스트가 본인의 생각을 표현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의 폭을 넓힐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키워드만 제공한다면, 훨씬 더 다양한 주제에 관해 탐구하게 될 거라고 예상한 거죠. 특히 과학 분야에 대한 심리적 장벽 때문에 인문학적 접근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전 교과를 균형 있게 학습해야 한다는 의도에서 과학 영역에서의 키워드를 제공했습니다.

당신 앞에 여섯 개의 문이 있다. 어느 문을 열 것인가?

올해 첫 번째 모듈을 여는 6개의 키워드는 **기후변화, 바이러스, 에너지, 양자 컴퓨터, 우주, 항공기(드론)**입니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데, 귀에는 익숙하지만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그런 키워드 아닌가요?) 키워드는 분야 연관성·시의성·확장성을 기준으로 선정하고, 각 키워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함께 제공했습니다. 키워드가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를 이해하고, 개념을 확장하기 위한 리서치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요.

물론 학생이 탐구하고 싶은 주제가 6개의 키워드에 제한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각종 질병으로 → 질병 중에서 식중독으로 → 결과적으로 음식에 대해 학습하기 위해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학습의 영역 또한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교과로 구분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영역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어떤 분야든지 학생들이 선택한 주제와 관련된 영역이라면 무엇이든 대환영! 지금껏 익숙하게 접해온 교과를 연결하려고 주제를 수정하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왜 배우고 싶은지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교사진에게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번 생은 온라인 주제 콘테스트는 처음이라

거꾸로캠퍼스는 온라인상에서의 소통이나 디지털 디바이스 활용도가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온라인화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이런저런 옵션을 모두 따져보고 계획해도 직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되더라고요.

학생의 사용자 경험(UX), 괜찮을까?

화면 뒤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장 큰 우려는 **학생의 사용자 경험(UX)**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가이드라면 적절할까? 직접 만나서 전달하지 않더라도 의도가 충분히 전달될까? 모든 게 처음인 신입생은 우왕좌왕하고 있지 않을까? 재학생들은 이전과 비교해서 별로라고 느끼지는 않을까? 온라인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부분 때문에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 어쩌지?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최초의 가이드만 정확하면, 학생들은 얼마든지 학습한다는 점이었어요. 교실이 어디든 어떤 도구를 쓰든, 배우는 목적과 학습의 의미가 분명하다면 학생은 얼마든지 제대로 배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개학 연기? NO! 바이러스 전격 해부 하자!

첫 번째 모듈 주제로 바이러스가 선정되었습니다! 👏🏻

코로나의 전파를 막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휴교령이 내려지고 각종 전시, 스포츠 경기,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지만,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언론·시민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이번 모듈에는 그동안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의 변화와 대처에 대해 탐구하고, 과학적 접근을 통해 바이러스의 생존 방법 학습을 통해 바이러스 디자인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바이러스를 왜 디자인 하냐고요? 바이러스가 나타난 후에 치료를 위한 백신을 개발하는 것보다 바이러스가 생기기 전에 먼저 예측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거라는 사고의 전환!)

앞으로 이번 모듈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해주세요 :)


거꾸로캠퍼스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온라인 교육 환경을 구축한 것은 단순히 물리적 제약만을 뛰어넘기 위한 일은 아닙니다. 신입생에게는 새로운 학교를 선택한 직후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속에 기대가 불안으로 바뀌지는 않을지, 재학생에게는 학교의 자원을 토대로 세워둔 학습 계획이 망가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의 필요를 앞서 이해하고, 거꾸로캠퍼스가 목표하는 21세기 최적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글ㆍ편집 한성은, 거꾸로캠퍼스 COO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