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의 학생을 위한 100개의 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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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이야기] 

100명의 학생을 위한 100개의 길

자로 잰 듯 칼 같은 원칙주의자가 거꾸로캠퍼스를 통해 기다림을 배웠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 2년차를 맞이한 꼰조(홍원주)는 ‘안정적’이라는 최고의 장점이 있는 교사라는 직업에 끝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그 해답이 학생을 위한 것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원주 (꼰조)ㅣ물리·화학


거꾸로캠퍼스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임용 시험을 준비할 때 ‘교사라는 직업이 없어지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강의가 굉장히 활발하니까요. 막상 학교에 가니 학교가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분명 저는 하루를 학교에서 불태우는데 점심 먹고 수업을 들어가는 길이 정말 멀게 느껴졌어요. 또 교실에 들어가면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칠판을 치고 분필도 깼다가 “뒤에 나가있어”라는 말도 해야 하니까요. 싫다는 학생들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방식의 수업으로 교육 받았지만 학생들에게 제가 받은 수업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수업을 받게 하긴 싫었습니다. 고민 끝에 ‘거꾸로 교실’이라는 학생 주도형 수업 방식을 알게 됐고, 결국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은 많이 했지만 결정은 쉽게 했죠.


가장 중요한 교사의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원래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일관성이었습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항상 일관적으로 학생들을 대했습니다 A라는 행동에 대해서 B라고 답할 수도 있고, C라고 답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똑같다고 해야 학생들의 혼란스러움을 줄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캠퍼스에 온 이후 기다림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0명의 학생 중에 얼만큼 성장할 지 모르는 것은 물론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도 어른들이 정한 기준일뿐이잖아요. 지금은 각기 다른 폭으로 성장한 100명의 학생 모두에게 다양한 길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각자의 속도를 기다려주려고 노력합니다.


경험해보니 일반 학교와 거꾸로캠퍼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거꾸로캠퍼스는 제가 주도해서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줘야 한다는 개념보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제가 기획해놓은 하나의 공간과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개념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수업을 구상하고, 구성해서 학생들과 함께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거꾸로캠퍼스는 수업 방식이 달라 수업을 준비하는 방식도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정해진 틀이 없는 수업은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하나의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머리가 잠시도 쉬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움직이게 할지, 어떻게 하면 협업을 잘 할지, 어떻게 하면 학습이 일어날 지 등을 고민합니다. 이왕이면 즐거움도 있었으면 하고요. 공부한 과정을 보면서 그 과정을 재구성하고, 제가 먼저 학습하면서 동료 선생님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편입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찾기도 하고, 수업 방식에 대해 함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요.

 

일반 학교에서는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고, 명료합니다. 하지만 거꾸로캠퍼스는 학생을 평가하는 방법이 선생님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학생을 평가하는 선생님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변화입니다. 이 학생이 얼만큼 변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려고 합니다. 다 잘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펜 하나도 들기 힘든 학생도 있어요. 펜을 못 들던 학생이 펜을 들고, 한 문장을 썼다면 그 변화는 엄청난 거죠. 최근에 학습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이 있었어요. 문서 하나를 완성하는 것도 처음인 친구에게 제가 많은 것을 바랄 순 없잖아요. 그래서 질문을 많이 했는데 학생이 집에 가서 제가 질문을 너무 많이 한다고 했대요. 생각하기 싫은데 대답하려면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점점 하나씩 답을 해나가는 걸 보면 변하고 있다는 게 보여서 뿌듯해요. 사실 저도 생각하는 거 정말 싫어했어요. ‘모르겠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을 보면 신기해요. 저는 학창시절에 임원을 해본 적도 없고, 의견을 잘 내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맡은 일은 열심히 하지만, 그 일을 맡기 위해서 나서진 않았죠. 그런데 학생들이 어떤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고, 함께 소통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대견했습니다. 거꾸로캠퍼스를 통해 저에게 생긴 변화기도 하고요.


거꾸로캠퍼스를 통해 생긴 개인적인 변화는 무엇인가요?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하고, 초반에 워크숍을 갔어요. 선생님들이 모두 한 마디씩 어떤 주제에 대해 하셨는데 저만 ‘모르겠다’고 답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지 그때는 마냥 신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말하는 방법과 내 의견을 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됐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 오기 전에는 의견을 내는 것이 갈등이 되는 상황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꾸로캠퍼스에서 수업을 하면서 의견을 내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깨닫게 됐습니다. 함께 대화하면서 생각과 의견이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된 거죠.


 

학창시절로 돌아가 ‘내가 거꾸로캠퍼스의 학생이 된다면 어떨까요? 

그런 생각 정말 많이 해요. 선생님이 아닌 학생으로 거꾸로캠퍼스에 다녔다면 정말 재밌게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어렸을 때는 노력하지 않아도 가능한 부분이 있잖아요. 저는 생각할 기회와 필요가 없는, 하루하루 살아지고 다음 스텝이 착착 준비돼 있는 삶을 살면서 나에 대한 생각을 안 해봤어요. 수학 수업을 옆에서 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어릴 때 ‘미적분 배워서 뭐해?’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거꾸로캠퍼스의 수업을 들으면 사회에서 쓸모있는, 쓸데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수학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수업을 듣다 보면 알게 돼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교란 어떤 것인가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학교요. 상대방의 상황, 성격을 존중하고, 존중 받을 수 있는 학교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했으면 해요. 이 안에 들어오면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이 안에서는 존중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학교였으면 합니다. 거꾸로캠퍼스는 그런 의미에서 학생과 선생님 간의 신뢰가 쌓여있는 곳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들도 실수를 하잖아요. 그럴 때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고, 인정하고 사과하죠. 그 부분을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요. 우리가 하는 일을 포장하지 않는 것, 잘못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고마울 땐 고맙다, 미안할 땐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과 가까운 거꾸로캠퍼스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류창희

편집   류창희, 한성은

사진   주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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