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일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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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이야기] 

모든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일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10년, 거꾸로캠퍼스에서 3년째를 맞이한 쩜백(이정백)을 만났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가진,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이었는데요. 점백은 교사라는 직업이 주는 부담감과 무게감만큼 좋은 수업과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정백 (쩜백)ㅣ사회


거꾸로캠퍼스에 어떻게 합류하시게 됐고,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빠지는 착각이 있어요. 짧게는 5~6년, 길게는 10년까지 내가 수업을 잘하고, 학생들이 내 수업을 재미있어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여지없이 힘든 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일방적인 강의에 의존하지 않고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간 소통 중심의 거꾸로 교실을 알게 됐고, 그 뒤로 교사로서의 인생이 바뀌게 됐습니다. 점점 더 새로운 수업 방식과 새로운 교육에 눈을 떴고, 수업 하나로 학교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계를 넘어 서기에는 학교라는 틀은 굉장히 정형화돼 있었고, 그래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하게 됐고, 수업만이 아니라 학교를 바꾸면 어떤 모습이 될 지 궁금해졌습니다.

현재 거꾸로캠퍼스에서 사회 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학생회를 지원하거나 학생 평가 기준을 만드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교사 대표로 이사회에 소속되어 교사의 의견이 학교나 조직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2020년에 개설된 캡스톤 프로젝트(엑시트exit 준비) 과정에서 팀 코칭을 맡고 있습니다. 그동안 거꾸로캠퍼스에서 배웠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다음 스텝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진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함께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팀은 시각장애인, 유기동물 등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그 친구들과 함께 시각장애인이 산책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사의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교육 과정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과 적절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학교에서는 피드백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번에 정해진 교육 과정을 마치면 학생들의 성취도를 등수와 등급으로 나누죠. 학생들의 학업이 짜여진 틀을 기준으로 얼마나 성장헀느냐를 판단할 뿐입니다. 하지만 교육은 학생들의 현재 상태를 측정하고, 모든 학생들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너는 이런 상태고, 이런 걸 잘 하니까 이런 걸 더 채워줄게’처럼 의사가 환자에게 진찰을 하고 처방을 내리듯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교육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거꾸로캠퍼스의 교사에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주도성인데요. 학생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후 개선해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학생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교사의 주도성도 중요합니다. 주어진 미션을 잘 해내는 것은 물론 스스로 미션을 만들 수 있어야 하죠.



경험해보니 일반 학교와 거꾸로캠퍼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학교를 나와서 학교라는 곳을 다시 본 후 오히려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고민, 그 고민의 결과가 수업에 반영이 되면 학교의 목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반 학교의 목표는 성적을 올려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선생님 입장에서 수업하기엔 쉬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내용을 잘 이해해서 암기하게 만들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목표에 최적화된 방법을 실행하면 되죠. 하지만 교육의 목적은 대학 진학이 아닙니다. 성적을 올리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아닌데 그 목적을 향해 모든 교육 기관이 달려가고 있죠. 이런 점이 거꾸로캠퍼스와 일반 학교의 가장 큰 차이기도 합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선생님이 ‘내가 수업을 하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고 주제가 결정되면 학생들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수업을 해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지를 고민합니다.


거꾸로캠퍼스는 수업 방식이 달라 수업을 준비하는 방식도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정해진 틀이 없는 수업은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거꾸로캠퍼스의 수업은 내가 이 수업을 어떤 목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나 스스로 설정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어느 방향으로 갈 지 정해져 있었다면 지금은 방향 자체를 정해야 하죠. 수업 준비를 하면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방향 설정입니다. 이 주제의 사회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능력이 필요한 지를 고민하면서 되도록 많은 것을 학생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합니다. 학생들의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알아보고 공부하면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 지 고민합니다. ‘이게 최선인가?’를 끊임없이 되뇌면서요.


일반 학교에서는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고, 명료합니다. 하지만 거꾸로캠퍼스는 학생을 평가하는 방법이 선생님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학생을 평가하는 선생님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결국 우리가 평가를 하는 것은 어떤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세세하게 나눠서 이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것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거꾸로캠퍼스의 수업을 통해 기대하는 지식, 역량, 태도 세 가지 부분을 설정했습니다. 지식은 알고 있는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는 부분이고, 역량은 소통과 협업, 자기 성찰, 도구 활용 능력을, 태도는 가치있는 목표를 설정해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혹은 관심 분야를 배움과 연결해서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사실 평가라는 말이 갖고 있는 부정적 어감이 있습니다. 평가의 본질은 ‘네가 어느 위치에 있다’는 것을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 옆에 서서 학생들이 지금 어디 있는 지를 알려주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하는 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평가 기준의 역할입니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학생들에게서 배우는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거꾸로캠퍼스의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받았던 좋은 영향은 무엇이 있나요? 

항상 배우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만히 보면 기대했던 바를 항상 뛰어넘는 친구들이 있어요. 거꾸로캠퍼스는 교육 특성상 진행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아요. 프로젝트 중심이다 보니 진행 과정에서 맞는 방법은 스스로 탐색하고 가져와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죠. 학생들이 필요에 의해서 지식을 쌓아 나가고, 필요한 역량들을 그때그때 가져와서 더 잘할 수 있게 능력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교사로서 일반 고등학교에서 10년, 거꾸로캠퍼스에서 3년차인데 거꾸로캠퍼스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지만 교사는 그 법칙이 적용 안 되는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대상과 함께 1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매년 바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계속 똑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 학습을 하고, 배워 나가면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입니다.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맞춰 나가기 위해서 배워야 하는 것이죠. 넓게 보면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거꾸로캠퍼스를 통해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거꾸로캠퍼스가 대한민국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가장 잘 하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목표를 갖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해 나간다는 점에서 살아가는 것 역시 모두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기 위해서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역할인데요. 학생들이 거꾸로캠퍼스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 주변의 문제들, 더 나아가 세상에 있는 문제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실제로 변화시켜 나가려고 한다면 학생들에게는 그 어떤 수업보다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항상 ‘교육이 문제다’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더 이상 교육이 문제가 아닌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 제 꿈이자 비전 중 하나입니다. 교육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세상의 문제를 찾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면서 학생 스스로도 변화하는 것이겠죠. 그런 학생들의 역량을 더욱 키워줄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잘 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   류창희

편집   류창희, 한성은

사진   주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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