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세대는 기후 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을 가장 오랫동안 경험해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이죠. 거캠에서 기후정의를 주제로 과학 수업을 듣는 거캐머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필로와 오브의 인터뷰를 통해서 거캐머가 바라보는 기후정의에 대해 알아봐요! 😊
해리(이하 생략): 두 분 간단한 자기소개 한번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필로: 올해 초에 들어와서 혜화랩(대주제와 과목을 연계하는 수업) 수업을 8개월 정도 듣고 있는 필로라고 합니다. 철학을 좋아해서 필로소피의 앞 두 글자를 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브: 저는 올해 8월에 입학해서 거캠에 들어온지 두 달 조금 된 오브라고 합니다.
두 분은 어떻게 거캠에 들어오게 됐나요?
필로: 어머니 친구분의 소개를 받아서 거캠을 알게됐어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중심 대안학교라고 얘기를 들었죠. 중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이 말씀하는 것을 무작정 받아적는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없었어요. 저는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었거든요. 마침 거캠이 그런 대안학교라는 얘기를 듣게 돼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됐죠.
오브: 제가 소위 서울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군지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스스로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성과는 나오지 않더라구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2학년부터 이런 생활을 하게 됐는데 공부에만 몰두해야 하는 삶에 지쳐서 자퇴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 때 어머니가 거캠을 알려줬죠.
두 분 다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은 거네요?
오브: 그렇죠. 1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그 결과를 받지 못하면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앞서 제가 미국에서 살다 왔다고 했는데, 미국에서 보낸 중학교 시절과 한국의 중학교는 너무 달랐어요. 미국이 각자 하고 싶은 것 중심으로 방향을 정해준다면 한국은 공부 딱 하나만 하게 하는 분위기였어요.
필로: 어려움을 겪었다기 보다는 잘 안 맞는 것 같았어요. 저는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반 공교육은 그런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잖아요.
지난 교육에세이에서 이번 학기 대주제인 기후정의에 관한 과학 수업 인터뷰를 열음과 진행했어요. 열음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두 분을 인터뷰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번 학기 수업과 거캠 생활은 어떤가요?
필로: 저는 과학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흥미가 적은 것 같아요. 사회, 정치 문제에 더 관심 깊거든요. 그런데 이번 학기 대주제인 기후정의는 과학과도 밀접하지만 정치, 사회 이슈이기도 해서 흥미롭게 참여하는 중입니다. 사실 기후 위기, 기후정의 문제는 정치의 위기나 다름없어요. 평소에도 기후 위기 자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것 같아서 이번 수업이 낯설지 않았어요.
오브: 저도 문과 성향이 커서 과학에는 큰 흥미가 없어요. 다만 이번 학기가 거캠에서 듣는 첫 수업인데, 일반 공교육 방식과 달라서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일반 학교에서는 과학에 대한 이론적 배경,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주입 된 지식만 듣잖아요. 그런데 거캠에선 어떤 이유로 기후 문제가 발생하는지 여러 이론에 대해 알려주고, 스스로 개념을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줘요. 덕분에 매 수업 시간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다가 자퇴를 했는데 오직 외우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은 것 같아요. 일단 저는 과학에 대한 어떤 이론,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 해본 적 없어요. 그냥 외워야 하니깐 앞뒤 따지지 않고 외웠어요. 원소 주기율표를 무작정 외우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평소 기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필로: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정치 문제를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후 문제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저는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에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니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라고 생각하게 됐죠. 기후 위기의 가장 큰 문제는 탄소 배출과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문제잖아요. 자본주의를 통해서 자본이 넘치고, 소비가 과잉 되는 사회로 발전했기 때문에 기후 온도가 상승했다고 보여져요.
오브: 필로처럼 깊게 생각한 것 같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막연하게 위기라고 얘기를 하니깐 그런 인식이 있는 정도였죠.
열음은 첫 수업에서 기후와 날씨에 대한 개념 정의를 명확하게 알려주려고 했어요. 두 분은 기후와 날씨의 개념이 다르단 걸 알고 있었나요?
필로: 네, 알고 있었어요. 다만 깊이 있게 알고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태풍이 왜 점차 거세지는지, 홍수가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기후에 대한 개념을 통해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흔히 느끼고 있는 날씨의 변덕스러움은 단순하게 그 날 하루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적된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태풍은 왜 점점 거세지는 건가요?
필로: 오존층이 얇아지는 문제 때문이에요. 얇은 오존층으로 인해서 대서양으로 들어오는 햇빛양이 점차 많아지면서 바다 표면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어요. 그 효과 때문에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게 되고 더 강한 상승 기류를 만드는거죠. 오존층이 얇아지는 것은 순전히 인간 사회가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에요. 결국 산업혁명, 자본주의 체제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인간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거예요.
오브: 저는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어요. 오히려 열음과 수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지금 상황을 기후 위기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열음은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첫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두 분이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나요?
필로: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인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게 중요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개념을 잘 아는 것보다 기후라는 문제를 각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현재 기후 문제는 인류의 실존적 위기라고 봐요. 지금은 일부가 불평등한 문제에 처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에게 다가올 재앙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건 내일 내가 얼마를 벌거냐, 주식이 얼마나 더 오를거냐와 같은 문제가 아니라 기후 문제를 계속해서 악화시키고 있는 경제, 사회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앞에 처한 심각한 기후 문제 극복을 위해서 새로운 사회와 체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이어지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오브: 저는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를 잘 구분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오늘 날씨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하지? 라고 표현하지 ‘기후가 왜 이렇게 나쁘지?’ 라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다만 기후 변화가 날씨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거캠에서 배운 과학이 실제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오브: 그럼요. 과학이 사람들에겐 하나의 정의라고 믿는 경향이 강해요. 하지만 객관적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는 과목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기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더 쉬워질 것 같아요. 그 점을 본다면 거캠에서 알려주는 기후 변화, 기후 불평등 이야기가 실제 사람들의 기후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될 것 이라고 믿습니다.
필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른 채 기후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다만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과학적 지식을 알아야 할지는 의문이에요. 기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기후 위기 극복에 기여 할 수 없다고 봐선 안 된다는 의미에요.
조금 모순된 생각 아닐까요? 기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는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운동에 앞장서고,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일종의 기만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필로: 환경 운동가 중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기후 위기, 기후 불평등 문제는 단순히 기후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잘 안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거대한 불평등 속에서 발생하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연대하고 협력해야 해요. 그런데 연대하고 협력할 때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기후에 대한 지식을 갖췄냐고 물으면서 참여를 이끌 수는 없어요. 궁극적으로는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다수가 힘을 합칠 때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오브: 저는 환경 운동을 하시는 사회 운동가 분들이 과학자들과 연대하고 협력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지켜본 환경 운동은 되게 단순했어요. 쓰레기 줍기, 플로깅 하기 등 일상에서 보람찰 수는 있지만 과연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는 과학자들이 더 잘 알겠죠. 그럼 그들과 협력할 때 더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열음과의 수업을 통해서 기후 불평등에 대해서 배울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기후 불평등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오브: 기후 불평등에 대해서 심각하게 얘기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저희가 기후 불평등의 피해자가 아니라서 문제 인식이 더 약하다고 느껴져요. 지금도 우리는 인터뷰를 하면서 에어컨을 틀고 있잖아요. 기후가 나빠져도 언제든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반면 폭염에도 불구하고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은 기후 재난을 직접적으로 겪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그런 분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는 없잖아요. 물론 우리나라도 그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상대적으로 선진 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체감하기 어려운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필로: 기후 불평등을 따로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불평등 문제에요. 이걸 기후, 에너지, 주거와 같은 세부적 항목으로 따로 살펴보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기후 문제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심각해졌어요. 그럼 근본적인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후라는 의제를 통해서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을 찾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ESG, UNSdg등 친환경 미래를 위한 여러 목표를 선진 국가들이 제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 또한 글로벌 대기업과 선진 국가들의 면피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게 뭐가 의미 있을까요? 결국 자본주의 체제로 촉발된 거대한 불평등이 기후 불평등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기후 문제도 해결될 수 없겠죠. 그래서 저는 기후 불평등이란 얘기를 들을 때 되게 공허함을 느껴요. 의미 없이 또 다른 의제를 하나 더 만든 것 같다? 그런 생각인거죠.
필로는 세계 각국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을 되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유럽 공동체에서 물건을 못 팔게 하고 있어요. 북유럽 선진 국가는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고요. 이런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필로: 기후 문제 자체가 불평등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든, 석탄 연료를 사용하든 중요한 지점이 아니에요. 실제 그 기업들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가 중요하죠.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추구하는 것은 전반적인 경제 체제를 그린에너지로 바꾸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본인들이 만든 경제 체제 틀 안에서 새로운 이익 창출이 목적 아닌가요? 본질적 문제인 불평등 문제를 방치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한다면 필연적으로 불평등은 강화될 거예요. 우리가 정말 해결해야 하는 건 자본주의 체제로 발생한 기후 불평등인데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브: 저도 필로와 생각이 비슷해요. 현재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을 강조하면서 에코 프렌들리 기업이 되겠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낸다기 보다 마케팅 수단인 것 같아요. Z세대는 친환경에 관심 많으니깐 플라스틱을 덜 사용할 수 있도록 텀블러를 사용하자고 해요. 그러면서 기업들은 예쁜 텀블러를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 있어요. 원래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기 위한 만든 텀블러를 다량으로 생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거죠. 결국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필로 얘기처럼 끊임없는 소비가 이뤄진다면 기후 불평등은 해결될 수 없다고 봅니다.
두 분 다 기후 문제에 대해서 매우 깊게 생각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올해 거캠에 입학을 했는데, 기존 공교육 수업과 많은 차이를 느낄 거예요. 거캠에서 보내는 일상에 적응할 만한가요?
오브: 우선 거캠은 참여를 많이 해야해요. 그리고 스스로 무언가를 알아봐서 주장을 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저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어요. 이미 학원에서 더 좋은 방식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학교 수업 때는 과학이나 사회시간에 수학과 영어를 공부했어요. 그런데 여기는 과목에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할수록 제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공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틈이 없어요. 주입식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니깐요. 그러다 보니깐 수업방식도 일반 학교와 매우 달라요. 여기선 선생님들이 모든 걸 알려주지 않아요. 우리가 직접 찾아보고 대화를 해보다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해주실 뿐이에요.
오브는 대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학군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공교육 시스템의 결함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공교육에도 거캠의 수업방식을 도입한다면 오브 같은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브: 저는 지금 대입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거캠 방식을 도입해봤자 의미 없을 거라고 봐요.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어느 순간 학생들이 인간관계보다 내신 등급, 모의고사 등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럴 때마다 인간이 저래도 되나?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죠.
필로는 거캠에서 보낸 8개월이 어떤가요?
필로: 좋았어요. 거캠에서 진행하는 교육 방식이 일반 학교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을 해요. 오브도 공교육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얘기하지만, 저는 지금의 공교육 체제를 지탱하는 학교가 없어져야 한다고 봐요. 학교가 추구하는 목표는 창의적 인재 양성, 개인의 자아실현이라고 해요. 하지만 학교는 본인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곳이에요. 훨씬 더 다양하고 세분화 된 방식들이 있을 텐데 공교육에 포함된 단일한 학교 체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거캠은 학교 없는 사회와 현재 공교육 체제 중간의 타협점이라고 봐요. 공교육이 진정으로 추구하고 싶은 목표를 그나마 실현할 수 있는 곳은 일반 학교가 아니라 거캠이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잖아요. 거캠에 입학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어요?
필로: 저는 공교육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에 거캠으로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분명 거캠도 대안학교다 보니깐 특정한 틀이 있지만, 적어도 일반 학교처럼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해야 하진 않아도 됐으니깐요. 여기선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어요. 비록 제가 하는 얘기가 비판받고, 반박 될지언정 말이죠.
오브: 저는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어요. 학교를 다니다가 거캠에 왔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공교육 체제에서 대입 준비를 열심히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 친구들을 만날 때 제 낮빛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일반 학교에서 공부만 하고, 등급만을 바라보는 삶을 살았을 때는 얼굴이 흙빛이었는데 지금은 되게 밝아졌다고 얘기해줬어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외적으로도 좀 더 밝아진 걸 알 수 있게 되었죠. 예전에는 책만 죽어라 읽어야 했다면, 이젠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조금 더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어요. 한마디로 지금 삶이 매우 즐거워요. 그런데 공교육이든 거캠이든 잠 못자는 건 똑같더라구요. 여긴 시험, 성적이 없지만 바로 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밤새 노력해야 해요. 그래도 이런 노력이 더 즐거운 것 같아요.
필로와 오브는 거캠 입학을 통해서 행복을 찾았다고 합니다. 특히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고, 공부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해요. 여전히 거캠도 보완할 점이 있겠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성적도 없고, 시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시때때로 닥치는 문제만이 존재할 뿐이죠. 거캐머들이 실제 사회에 부딪혔을 때, 문제해결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거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래세대는 기후 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을 가장 오랫동안 경험해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이죠. 거캠에서 기후정의를 주제로 과학 수업을 듣는 거캐머들은 기후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필로와 오브의 인터뷰를 통해서 거캐머가 바라보는 기후정의에 대해 알아봐요! 😊
해리(이하 생략): 두 분 간단한 자기소개 한번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필로: 올해 초에 들어와서 혜화랩(대주제와 과목을 연계하는 수업) 수업을 8개월 정도 듣고 있는 필로라고 합니다. 철학을 좋아해서 필로소피의 앞 두 글자를 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브: 저는 올해 8월에 입학해서 거캠에 들어온지 두 달 조금 된 오브라고 합니다.
두 분은 어떻게 거캠에 들어오게 됐나요?
필로: 어머니 친구분의 소개를 받아서 거캠을 알게됐어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중심 대안학교라고 얘기를 들었죠. 중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이 말씀하는 것을 무작정 받아적는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없었어요. 저는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었거든요. 마침 거캠이 그런 대안학교라는 얘기를 듣게 돼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됐죠.
오브: 제가 소위 서울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군지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스스로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성과는 나오지 않더라구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2학년부터 이런 생활을 하게 됐는데 공부에만 몰두해야 하는 삶에 지쳐서 자퇴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 때 어머니가 거캠을 알려줬죠.
두 분 다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은 거네요?
오브: 그렇죠. 1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그 결과를 받지 못하면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앞서 제가 미국에서 살다 왔다고 했는데, 미국에서 보낸 중학교 시절과 한국의 중학교는 너무 달랐어요. 미국이 각자 하고 싶은 것 중심으로 방향을 정해준다면 한국은 공부 딱 하나만 하게 하는 분위기였어요.
필로: 어려움을 겪었다기 보다는 잘 안 맞는 것 같았어요. 저는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반 공교육은 그런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잖아요.
지난 교육에세이에서 이번 학기 대주제인 기후정의에 관한 과학 수업 인터뷰를 열음과 진행했어요. 열음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두 분을 인터뷰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번 학기 수업과 거캠 생활은 어떤가요?
필로: 저는 과학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흥미가 적은 것 같아요. 사회, 정치 문제에 더 관심 깊거든요. 그런데 이번 학기 대주제인 기후정의는 과학과도 밀접하지만 정치, 사회 이슈이기도 해서 흥미롭게 참여하는 중입니다. 사실 기후 위기, 기후정의 문제는 정치의 위기나 다름없어요. 평소에도 기후 위기 자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것 같아서 이번 수업이 낯설지 않았어요.
오브: 저도 문과 성향이 커서 과학에는 큰 흥미가 없어요. 다만 이번 학기가 거캠에서 듣는 첫 수업인데, 일반 공교육 방식과 달라서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일반 학교에서는 과학에 대한 이론적 배경,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주입 된 지식만 듣잖아요. 그런데 거캠에선 어떤 이유로 기후 문제가 발생하는지 여러 이론에 대해 알려주고, 스스로 개념을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줘요. 덕분에 매 수업 시간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다가 자퇴를 했는데 오직 외우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은 것 같아요. 일단 저는 과학에 대한 어떤 이론,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 해본 적 없어요. 그냥 외워야 하니깐 앞뒤 따지지 않고 외웠어요. 원소 주기율표를 무작정 외우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평소 기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필로: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정치 문제를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후 문제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저는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에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니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라고 생각하게 됐죠. 기후 위기의 가장 큰 문제는 탄소 배출과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문제잖아요. 자본주의를 통해서 자본이 넘치고, 소비가 과잉 되는 사회로 발전했기 때문에 기후 온도가 상승했다고 보여져요.
오브: 필로처럼 깊게 생각한 것 같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막연하게 위기라고 얘기를 하니깐 그런 인식이 있는 정도였죠.
열음은 첫 수업에서 기후와 날씨에 대한 개념 정의를 명확하게 알려주려고 했어요. 두 분은 기후와 날씨의 개념이 다르단 걸 알고 있었나요?
필로: 네, 알고 있었어요. 다만 깊이 있게 알고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태풍이 왜 점차 거세지는지, 홍수가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기후에 대한 개념을 통해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흔히 느끼고 있는 날씨의 변덕스러움은 단순하게 그 날 하루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적된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태풍은 왜 점점 거세지는 건가요?
필로: 오존층이 얇아지는 문제 때문이에요. 얇은 오존층으로 인해서 대서양으로 들어오는 햇빛양이 점차 많아지면서 바다 표면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어요. 그 효과 때문에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게 되고 더 강한 상승 기류를 만드는거죠. 오존층이 얇아지는 것은 순전히 인간 사회가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에요. 결국 산업혁명, 자본주의 체제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인간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거예요.
오브: 저는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어요. 오히려 열음과 수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지금 상황을 기후 위기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열음은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첫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두 분이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나요?
필로: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인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게 중요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개념을 잘 아는 것보다 기후라는 문제를 각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현재 기후 문제는 인류의 실존적 위기라고 봐요. 지금은 일부가 불평등한 문제에 처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에게 다가올 재앙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건 내일 내가 얼마를 벌거냐, 주식이 얼마나 더 오를거냐와 같은 문제가 아니라 기후 문제를 계속해서 악화시키고 있는 경제, 사회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앞에 처한 심각한 기후 문제 극복을 위해서 새로운 사회와 체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이어지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오브: 저는 사람들이 기후와 날씨를 잘 구분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오늘 날씨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하지? 라고 표현하지 ‘기후가 왜 이렇게 나쁘지?’ 라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다만 기후 변화가 날씨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거캠에서 배운 과학이 실제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오브: 그럼요. 과학이 사람들에겐 하나의 정의라고 믿는 경향이 강해요. 하지만 객관적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는 과목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기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더 쉬워질 것 같아요. 그 점을 본다면 거캠에서 알려주는 기후 변화, 기후 불평등 이야기가 실제 사람들의 기후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될 것 이라고 믿습니다.
필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른 채 기후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다만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과학적 지식을 알아야 할지는 의문이에요. 기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기후 위기 극복에 기여 할 수 없다고 봐선 안 된다는 의미에요.
조금 모순된 생각 아닐까요? 기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는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운동에 앞장서고,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일종의 기만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필로: 환경 운동가 중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기후 위기, 기후 불평등 문제는 단순히 기후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잘 안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거대한 불평등 속에서 발생하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연대하고 협력해야 해요. 그런데 연대하고 협력할 때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기후에 대한 지식을 갖췄냐고 물으면서 참여를 이끌 수는 없어요. 궁극적으로는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다수가 힘을 합칠 때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오브: 저는 환경 운동을 하시는 사회 운동가 분들이 과학자들과 연대하고 협력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지켜본 환경 운동은 되게 단순했어요. 쓰레기 줍기, 플로깅 하기 등 일상에서 보람찰 수는 있지만 과연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는 과학자들이 더 잘 알겠죠. 그럼 그들과 협력할 때 더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열음과의 수업을 통해서 기후 불평등에 대해서 배울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기후 불평등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오브: 기후 불평등에 대해서 심각하게 얘기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저희가 기후 불평등의 피해자가 아니라서 문제 인식이 더 약하다고 느껴져요. 지금도 우리는 인터뷰를 하면서 에어컨을 틀고 있잖아요. 기후가 나빠져도 언제든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반면 폭염에도 불구하고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은 기후 재난을 직접적으로 겪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그런 분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는 없잖아요. 물론 우리나라도 그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상대적으로 선진 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체감하기 어려운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필로: 기후 불평등을 따로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불평등 문제에요. 이걸 기후, 에너지, 주거와 같은 세부적 항목으로 따로 살펴보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기후 문제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심각해졌어요. 그럼 근본적인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후라는 의제를 통해서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을 찾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ESG, UNSdg등 친환경 미래를 위한 여러 목표를 선진 국가들이 제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 또한 글로벌 대기업과 선진 국가들의 면피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게 뭐가 의미 있을까요? 결국 자본주의 체제로 촉발된 거대한 불평등이 기후 불평등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기후 문제도 해결될 수 없겠죠. 그래서 저는 기후 불평등이란 얘기를 들을 때 되게 공허함을 느껴요. 의미 없이 또 다른 의제를 하나 더 만든 것 같다? 그런 생각인거죠.
필로는 세계 각국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을 되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유럽 공동체에서 물건을 못 팔게 하고 있어요. 북유럽 선진 국가는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고요. 이런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필로: 기후 문제 자체가 불평등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든, 석탄 연료를 사용하든 중요한 지점이 아니에요. 실제 그 기업들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가 중요하죠.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추구하는 것은 전반적인 경제 체제를 그린에너지로 바꾸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본인들이 만든 경제 체제 틀 안에서 새로운 이익 창출이 목적 아닌가요? 본질적 문제인 불평등 문제를 방치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한다면 필연적으로 불평등은 강화될 거예요. 우리가 정말 해결해야 하는 건 자본주의 체제로 발생한 기후 불평등인데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브: 저도 필로와 생각이 비슷해요. 현재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을 강조하면서 에코 프렌들리 기업이 되겠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낸다기 보다 마케팅 수단인 것 같아요. Z세대는 친환경에 관심 많으니깐 플라스틱을 덜 사용할 수 있도록 텀블러를 사용하자고 해요. 그러면서 기업들은 예쁜 텀블러를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 있어요. 원래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기 위한 만든 텀블러를 다량으로 생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거죠. 결국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필로 얘기처럼 끊임없는 소비가 이뤄진다면 기후 불평등은 해결될 수 없다고 봅니다.
두 분 다 기후 문제에 대해서 매우 깊게 생각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올해 거캠에 입학을 했는데, 기존 공교육 수업과 많은 차이를 느낄 거예요. 거캠에서 보내는 일상에 적응할 만한가요?
오브: 우선 거캠은 참여를 많이 해야해요. 그리고 스스로 무언가를 알아봐서 주장을 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저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어요. 이미 학원에서 더 좋은 방식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학교 수업 때는 과학이나 사회시간에 수학과 영어를 공부했어요. 그런데 여기는 과목에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할수록 제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공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틈이 없어요. 주입식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니깐요. 그러다 보니깐 수업방식도 일반 학교와 매우 달라요. 여기선 선생님들이 모든 걸 알려주지 않아요. 우리가 직접 찾아보고 대화를 해보다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해주실 뿐이에요.
오브는 대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학군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공교육 시스템의 결함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공교육에도 거캠의 수업방식을 도입한다면 오브 같은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브: 저는 지금 대입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거캠 방식을 도입해봤자 의미 없을 거라고 봐요.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어느 순간 학생들이 인간관계보다 내신 등급, 모의고사 등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럴 때마다 인간이 저래도 되나?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죠.
필로는 거캠에서 보낸 8개월이 어떤가요?
필로: 좋았어요. 거캠에서 진행하는 교육 방식이 일반 학교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을 해요. 오브도 공교육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얘기하지만, 저는 지금의 공교육 체제를 지탱하는 학교가 없어져야 한다고 봐요. 학교가 추구하는 목표는 창의적 인재 양성, 개인의 자아실현이라고 해요. 하지만 학교는 본인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곳이에요. 훨씬 더 다양하고 세분화 된 방식들이 있을 텐데 공교육에 포함된 단일한 학교 체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거캠은 학교 없는 사회와 현재 공교육 체제 중간의 타협점이라고 봐요. 공교육이 진정으로 추구하고 싶은 목표를 그나마 실현할 수 있는 곳은 일반 학교가 아니라 거캠이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잖아요. 거캠에 입학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어요?
필로: 저는 공교육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에 거캠으로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분명 거캠도 대안학교다 보니깐 특정한 틀이 있지만, 적어도 일반 학교처럼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해야 하진 않아도 됐으니깐요. 여기선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어요. 비록 제가 하는 얘기가 비판받고, 반박 될지언정 말이죠.
오브: 저는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어요. 학교를 다니다가 거캠에 왔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공교육 체제에서 대입 준비를 열심히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 친구들을 만날 때 제 낮빛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일반 학교에서 공부만 하고, 등급만을 바라보는 삶을 살았을 때는 얼굴이 흙빛이었는데 지금은 되게 밝아졌다고 얘기해줬어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외적으로도 좀 더 밝아진 걸 알 수 있게 되었죠. 예전에는 책만 죽어라 읽어야 했다면, 이젠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조금 더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어요. 한마디로 지금 삶이 매우 즐거워요. 그런데 공교육이든 거캠이든 잠 못자는 건 똑같더라구요. 여긴 시험, 성적이 없지만 바로 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밤새 노력해야 해요. 그래도 이런 노력이 더 즐거운 것 같아요.
필로와 오브는 거캠 입학을 통해서 행복을 찾았다고 합니다. 특히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고, 공부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해요. 여전히 거캠도 보완할 점이 있겠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성적도 없고, 시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시때때로 닥치는 문제만이 존재할 뿐이죠. 거캐머들이 실제 사회에 부딪혔을 때, 문제해결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거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