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두 번째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께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거캐머인 진저, 루키와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편집팀 (이하 생략) : 코-레터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학생주도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는 학생주도성의 의미와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해 중점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 학생주도성을 길러내기 위한 거꾸로캠퍼스(이하 거캠)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거캐머로서 학생주도성을 ‘삶’ 속에서 경험하고 계신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루키 : 저는 ‘마음우체부’라는 팀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는 루키라고 합니다. 거캠에는 2022년 3모듈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진저 : 저는 거캠에 2022년 1모듈에 들어와서 문제 탐색부터 문제 해결 단계를 거치고 지금은 창업 도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고요,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자아 탐색 여행’을 계획 중인 ‘포먼트립’이라는 팀에서 마케터 역할을 맡고 있는 진저라고 합니다.
거캠에서 입학 이후 지금까지 어떤 활동들을 해 오셨는지 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루키 : 저는 학생자치 활동으로는 학교운영부에 3모듈 정도 참여했었습니다. 거기서는 주로 ‘거꾸로 책방’과 관련된 일을 담당했고요. 거꾸로 책방은 거캠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 같은 곳인데요, 책방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것을 관리하거나 다양한 물품들을 관리하는 일을 했었고, 배움장터를 준비하는 역할도 맡았었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했었는데, 사회 이슈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영상을 만드는 동아리였어요. 다양한 학생들을 모아서 인터뷰를 하거나 어떤 사회 이슈를 보다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진저 : 저도 입학 후에 학생회 활동에 참여했었습니다. 2모듈 정도 문화행사부에서 부원으로 활동하며 ‘함께놀기’ 기획도 하고 행사를 진행할 때 MC도 해보고, 행사 진행을 준비하는 요원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해 왔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주제 중심 프로젝트’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요, 저는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 문제’를 다루었어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것을 E-스포츠로 풀어내보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게임인 포켓몬고와 비슷한 형식으로 게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하도록 이끌 수 있는 앱을 만들었었는데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기도 했고 제가 주체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라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 밖에는 문제 해결까지 끝냈던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처음 시작은 비장애 학생 중심의 학교생활에서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 청소년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피봇팅 과정을 거쳐 첫 만남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소년들을 위한 <친구관계 형성 보드게임>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하여 시장성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0대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진로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 문제를 낯선 여행의 순간에서 맞이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으면서, 보다 동적이고 입체적으로 자아탐색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자아탐색 여행 기록 툴킷>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창업 프로젝트입니다.
두 분이 거캠에서 해 왔던 다양한 활동들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진행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거나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진저 : 제 경우에는 프로젝트 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의 성향이 다르다보니 의견을 합의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해결이 되었다기보다는 계속 어렵게 느껴지지만 변화한 지점은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가 이해되지 않아서 매일매일 의견을 맞추기 위해 끝없이 회의를 해야 하는 게 버겁기도 했는데, 지금은 내가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겠다는 자세가 이전보다는 갖추어졌다고 생각해요. 계속 해결해 나가는 단계인 셈이죠.
또 하나의 어려움은 제가 리더로 있으면서 느낀 것인데, 리더의 역할 중 하나가 자금을 마련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대회에 나간다거나 하는 것이 있잖아요. 저희 팀은 엑시트 시기가 정해져 있고 빠르게 무언가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자금이 없는데 제품 개발을 해야 했던 거죠. 그래서 갑작스럽게 가불을 받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가불을 갚기 위해 대회에서 꼭 상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때는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크고 불안함도 컸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 일을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그냥 일단 해보자’라는 마인드셋이 생겼어요. 밤새면서 열심히 준비를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도 가불을 갚는 것 이상으로 더 값진 경험과 이력들도 쌓을 수 있었거든요. 이미 일을 저질러 놓고 해결하는 경험이 생각보다 저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이전의 저는 무언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면 시도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겼으면 일단 저질러 보자는 마인드셋이 생기면서 제가 갖고 있던 어려움이 조금은 해결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그 문제에서 피하거나 에둘러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든 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원동력 같은 게 있었나요?
진저 : 사업계획서를 쓸 때, 처음 써 보는데 너무 안 써지는 거예요. 제가 제대로 못 쓰고 있다고 느껴지니까 더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마감 기한은 밀리고 팀원들과 코칭 선생님들께 크게 혼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느낀 건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과 내가 못 하는 건 처음이라 당연한 건데 계속 피하기만 하는 게 나에게도 우리 팀에게도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걸 깨닫고 나서는 일단 직면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도전하면서도 조금씩 방향을 수정해 나갈 수 있게 되고 그랬던 거죠.
루키 : 저는 어려움이 되게 많았던 것 같은데, 일단은 가장 처음 개인 프로젝트를 했을 때가 생각나요. 그 때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서 개인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거든요. 당시 제가 학교운영부를 하고 있어서 내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어떤 걸 더 고민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데서 시작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거꾸로 책방이 잘 이용되지 않는 점에 대해 학생운영부에서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책방을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내가 학교운영부에서 맡고 있는 일이 있다고 해도 꼭 그것이 잘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내 역할도 변할 거고, 그 동안 그럭저럭 운영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정도의 마음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문제를 잘 해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루키 : 제가 입학하자마자 학교운영부에 들어갔는데 부서 설명을 들을 때, ‘책방’이라는 것에 흥미가 생겼었어요. 막연히 그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해 보니 내 역할이 별로 쓸모없어지는 것 같아서 내가 하는 일이 좀 더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저도 소통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의견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많지 않았어서 뭔가 정해질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했던 게 힘들었어요. 제가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는데, 갈등이 생겼을 때 다른 친구가 “너는 다른 사람이 잘못한 걸 말하려고 하지 말고, 네가 느끼는 것을 말하라”고 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 때 이후로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집중해서 말하고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저 : 저 개인적으로 루키에게 피드백 주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저는 사실 책방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거꾸로 책방에서 새롭고 다양한 행사를 하고, 지속적으로 컨셉을 가지고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달마다 컨셉에 맞는 책을 추천해 준다던가, 문화행사부와 협업해서 책 내용을 벽에 붙여놓는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제가 직접적으로 이용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것들이 책방에 관심을 갖게 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됐어요. 기존의 거꾸로 책방은 제게는 그냥 책이 있는 공간, 도서관 정도였는데 루키가 기획하면서 내가 새롭게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도 있고 관심을 가질 부분이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했고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어요.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면서 경험한 어려움들과 해결하려는 노력들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거캠에 들어오기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어땠는지 또는 거캠에 들어오고 나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 건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저 : 저는 거캠에 들어오기 전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자기반성과 비하를 할 때도 있었고 스스로 무너지기도 했던 것 같고... 스스로를 잘 못 챙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내가 완벽하게 못할 걸 알면 하기 싫어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싶어 하고 회피하는 경향도 있었죠. 그런데 거캠에 들어오고 나서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좀 더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내가 못할 걸 알더라도 이 모습조차 스스로 잘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저라는 사람 자체의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이런 제 모습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도전들을 하려고 하는 것이 거캠에 들어오고 나서 바뀐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루키 : 저는 거캠에 들어오기 전에는 학생자치 활동 같은 것들을 별로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두려웠는데 거캠에 와서는 용기가 많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가볍게 시작을 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거캠의 분위기를 보면 주변 학생들도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도 하고, 내가 무언가를 죽을 만큼 좋아하지 않더라도 시도해보기도 하고 그럴 때가 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무언가가 달라졌다면, 어떤 이유로 달라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진저 : 일단 거캠에 들어오기 전에는 저의 모난 모습들을 실질적으로 마주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공부도 다 각자 하고, 나 혼자 평가하는 부분들이 거의 대부분인데 거캠에는 피드백 문화가 있다 보니까 저의 모난 모습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매번 기한에 맞춰 무언가를 해야 하고 그 결과가 모두에게 보여지고, 나의 태도나 여러 가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는 문화 속에서 제 모습을 계속 마주하다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코칭선생님들께서도 저를 못났다고 하는 게 아니라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까 제가 좀 더 괜찮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루키 : 저는 처음에 개인 프로젝트를 할 때 피드백도 받고 스스로 해 나가면서, 내가 익숙하지 않은 주제로 시작을 했는데 점점 뭔가가 성장하고 마무리되는 경험을 해 본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그 후에는 좀 더 새로운 활동들을 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일 혹은 작업을 ‘내 것’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힘은 어디서 올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거캠의 교육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주도성’을 기르는 것인데요, 각자가 생각하시는 주도성의 의미는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진저 : 제가 생각하는 주도성의 의미는 일단 내가 선택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에 대해서 남 탓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저는 그 전에 남 탓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어요. 보통은 ‘주어진 길’이라고 하는 게 다 비슷비슷 하잖아요. 고등학교 졸업해서 대학 나오고 직장생활 하는 루트가 당연하게 정해져 있고 저도 비슷하게 따라가야 될 것 같아서 비슷하게 해냈는데 무언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때 저는 거기서 저를 돌아본다기 보다는 ‘부모님이 나를 덜 챙겨서 그래, 지원을 덜 해줘서 그래’ 이런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거캠이 처음으로 제 미래와 진로에 대한 큰 선택이었어요. 그런 선택을 제 의지대로 하고 나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지내려고 했고, 다른 친구들의 선택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선택했기 때문에 남 탓 할 이유가 사라진 거죠.
루키 : 제가 생각하는 주도성의 의미는 ‘고민을 하는 시간’이에요. 고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걸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고민한 만큼 변화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더 해보고 싶은 게 있고, 바꿔보고 싶은 게 있다는 것 같아요.
고민을 한다는 것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니까 주도성과도 맥락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거캠의 구성원들이 주도성을 기르고 또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혹은 경험하면 좋을 것들이 있을까요? 더불어 학교 혹은 교사들이 ‘학생주도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의견도 있다면 들려주세요.
진저 : 특별히 추천할만한 어떤 활동이 있다기보다는 자기가 무언가를 선택하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것이더라도 내가 선택하고 일을 저질러보고 직접 실행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학교나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캠이나 코칭선생님들께서 이미 그런 역할을 잘 해 주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택이 저에게 좀 더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조언이라던가 다양한 활동을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 그 밖에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던져주셔서 좋습니다.
루키 : 제 생각도 필요한 것이 딱 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걸 찾을 때까지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면 고민도 시작하게 될 것 같고요.
그렇다면 내가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것이 한 사람의 삶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루키 : 내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 삶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저 :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 인생이니까’. 나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주도성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남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고 추천한다고 해도 저에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혹시 두 분은 엑시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상상해 보셨나요? 그 때는 정말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시점이잖아요. 그런 때가 되었을 때 나의 삶은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 보신 것이 있다면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저 : 걱정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웃음) 저는 계속해서 경험 위주로 많이 쌓고 싶어요. 대학에 가서 학문을 익히는 것보다 저에게 잘 맞는 방식은 계속해서 깨져보고 경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획이나 마케팅 쪽의 인턴십을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영역으로 갈지는 잘 모르겠어서 계속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고 진짜 사회를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실무를 배우고 싶기도 해서 인턴십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의 큰 목표는 창업을 하는 건데요, 제가 창업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팀에 들어와서 내가 묶여있던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밀도 있게 알지 못하는 것도 있고 먼 미래 같기도 해서 실무부터 키워보고 싶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고 동시에 엑시트를 한 후에도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찾아나가면서 그 분야를 파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습니다.
루키 : 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닌데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좀 더 배우고, 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엑시트 이후면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반면 성취를 얻기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 과정에 와서도 느끼고 있는 중인데 내가 어떤 걸로 성취를 얻고 앞으로 더 해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능력을 좀 더 기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관련된 것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두 분이 모두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어떤 면에서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들려 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루키 : 저는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소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소비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려주고 그 의미를 알게 해주는 것이 브랜딩과 마케팅인 것 같아 관심이 갑니다.
진저 : 제가 기획이나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던 이유는 이후에 전혀 다른 분야에 흥미가 생겨도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능력이 기획이나 마케팅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도 있고, 마케팅은 결국 저희가 제작하고 있는 솔루션에 대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한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제 오늘의 키워드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 주도성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도성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을 해야 하고 그 도전 속에서 실패하는 일도 반드시 발생할 텐데 좌절보다는 그 모습도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번 코-레터는 거캐머 학생이 생각하는 '학생주도성'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 되는것 같습니다. 코-레터 지난 호와 이번 호에 다루었던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두 번째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께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거캐머인 진저, 루키와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편집팀 (이하 생략) : 코-레터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학생주도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는 학생주도성의 의미와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해 중점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 학생주도성을 길러내기 위한 거꾸로캠퍼스(이하 거캠)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거캐머로서 학생주도성을 ‘삶’ 속에서 경험하고 계신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루키 : 저는 ‘마음우체부’라는 팀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는 루키라고 합니다. 거캠에는 2022년 3모듈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진저 : 저는 거캠에 2022년 1모듈에 들어와서 문제 탐색부터 문제 해결 단계를 거치고 지금은 창업 도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고요,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자아 탐색 여행’을 계획 중인 ‘포먼트립’이라는 팀에서 마케터 역할을 맡고 있는 진저라고 합니다.
거캠에서 입학 이후 지금까지 어떤 활동들을 해 오셨는지 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루키 : 저는 학생자치 활동으로는 학교운영부에 3모듈 정도 참여했었습니다. 거기서는 주로 ‘거꾸로 책방’과 관련된 일을 담당했고요. 거꾸로 책방은 거캠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 같은 곳인데요, 책방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것을 관리하거나 다양한 물품들을 관리하는 일을 했었고, 배움장터를 준비하는 역할도 맡았었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했었는데, 사회 이슈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영상을 만드는 동아리였어요. 다양한 학생들을 모아서 인터뷰를 하거나 어떤 사회 이슈를 보다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진저 : 저도 입학 후에 학생회 활동에 참여했었습니다. 2모듈 정도 문화행사부에서 부원으로 활동하며 ‘함께놀기’ 기획도 하고 행사를 진행할 때 MC도 해보고, 행사 진행을 준비하는 요원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해 왔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주제 중심 프로젝트’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요, 저는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 문제’를 다루었어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것을 E-스포츠로 풀어내보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게임인 포켓몬고와 비슷한 형식으로 게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하도록 이끌 수 있는 앱을 만들었었는데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기도 했고 제가 주체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라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 밖에는 문제 해결까지 끝냈던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처음 시작은 비장애 학생 중심의 학교생활에서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 청소년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피봇팅 과정을 거쳐 첫 만남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소년들을 위한 <친구관계 형성 보드게임>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하여 시장성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0대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진로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 문제를 낯선 여행의 순간에서 맞이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으면서, 보다 동적이고 입체적으로 자아탐색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자아탐색 여행 기록 툴킷>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창업 프로젝트입니다.
두 분이 거캠에서 해 왔던 다양한 활동들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진행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거나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진저 : 제 경우에는 프로젝트 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의 성향이 다르다보니 의견을 합의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해결이 되었다기보다는 계속 어렵게 느껴지지만 변화한 지점은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가 이해되지 않아서 매일매일 의견을 맞추기 위해 끝없이 회의를 해야 하는 게 버겁기도 했는데, 지금은 내가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겠다는 자세가 이전보다는 갖추어졌다고 생각해요. 계속 해결해 나가는 단계인 셈이죠.
또 하나의 어려움은 제가 리더로 있으면서 느낀 것인데, 리더의 역할 중 하나가 자금을 마련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대회에 나간다거나 하는 것이 있잖아요. 저희 팀은 엑시트 시기가 정해져 있고 빠르게 무언가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자금이 없는데 제품 개발을 해야 했던 거죠. 그래서 갑작스럽게 가불을 받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가불을 갚기 위해 대회에서 꼭 상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때는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크고 불안함도 컸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 일을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그냥 일단 해보자’라는 마인드셋이 생겼어요. 밤새면서 열심히 준비를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도 가불을 갚는 것 이상으로 더 값진 경험과 이력들도 쌓을 수 있었거든요. 이미 일을 저질러 놓고 해결하는 경험이 생각보다 저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이전의 저는 무언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면 시도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겼으면 일단 저질러 보자는 마인드셋이 생기면서 제가 갖고 있던 어려움이 조금은 해결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그 문제에서 피하거나 에둘러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든 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원동력 같은 게 있었나요?
진저 : 사업계획서를 쓸 때, 처음 써 보는데 너무 안 써지는 거예요. 제가 제대로 못 쓰고 있다고 느껴지니까 더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마감 기한은 밀리고 팀원들과 코칭 선생님들께 크게 혼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느낀 건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과 내가 못 하는 건 처음이라 당연한 건데 계속 피하기만 하는 게 나에게도 우리 팀에게도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걸 깨닫고 나서는 일단 직면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도전하면서도 조금씩 방향을 수정해 나갈 수 있게 되고 그랬던 거죠.
루키 : 저는 어려움이 되게 많았던 것 같은데, 일단은 가장 처음 개인 프로젝트를 했을 때가 생각나요. 그 때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서 개인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거든요. 당시 제가 학교운영부를 하고 있어서 내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어떤 걸 더 고민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데서 시작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거꾸로 책방이 잘 이용되지 않는 점에 대해 학생운영부에서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책방을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내가 학교운영부에서 맡고 있는 일이 있다고 해도 꼭 그것이 잘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내 역할도 변할 거고, 그 동안 그럭저럭 운영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정도의 마음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문제를 잘 해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루키 : 제가 입학하자마자 학교운영부에 들어갔는데 부서 설명을 들을 때, ‘책방’이라는 것에 흥미가 생겼었어요. 막연히 그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해 보니 내 역할이 별로 쓸모없어지는 것 같아서 내가 하는 일이 좀 더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저도 소통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의견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많지 않았어서 뭔가 정해질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했던 게 힘들었어요. 제가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는데, 갈등이 생겼을 때 다른 친구가 “너는 다른 사람이 잘못한 걸 말하려고 하지 말고, 네가 느끼는 것을 말하라”고 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 때 이후로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집중해서 말하고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저 : 저 개인적으로 루키에게 피드백 주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저는 사실 책방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거꾸로 책방에서 새롭고 다양한 행사를 하고, 지속적으로 컨셉을 가지고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달마다 컨셉에 맞는 책을 추천해 준다던가, 문화행사부와 협업해서 책 내용을 벽에 붙여놓는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제가 직접적으로 이용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것들이 책방에 관심을 갖게 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됐어요. 기존의 거꾸로 책방은 제게는 그냥 책이 있는 공간, 도서관 정도였는데 루키가 기획하면서 내가 새롭게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도 있고 관심을 가질 부분이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했고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어요.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면서 경험한 어려움들과 해결하려는 노력들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거캠에 들어오기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어땠는지 또는 거캠에 들어오고 나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 건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저 : 저는 거캠에 들어오기 전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자기반성과 비하를 할 때도 있었고 스스로 무너지기도 했던 것 같고... 스스로를 잘 못 챙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내가 완벽하게 못할 걸 알면 하기 싫어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싶어 하고 회피하는 경향도 있었죠. 그런데 거캠에 들어오고 나서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좀 더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내가 못할 걸 알더라도 이 모습조차 스스로 잘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저라는 사람 자체의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이런 제 모습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도전들을 하려고 하는 것이 거캠에 들어오고 나서 바뀐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루키 : 저는 거캠에 들어오기 전에는 학생자치 활동 같은 것들을 별로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두려웠는데 거캠에 와서는 용기가 많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가볍게 시작을 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거캠의 분위기를 보면 주변 학생들도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도 하고, 내가 무언가를 죽을 만큼 좋아하지 않더라도 시도해보기도 하고 그럴 때가 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무언가가 달라졌다면, 어떤 이유로 달라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진저 : 일단 거캠에 들어오기 전에는 저의 모난 모습들을 실질적으로 마주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공부도 다 각자 하고, 나 혼자 평가하는 부분들이 거의 대부분인데 거캠에는 피드백 문화가 있다 보니까 저의 모난 모습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매번 기한에 맞춰 무언가를 해야 하고 그 결과가 모두에게 보여지고, 나의 태도나 여러 가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도 들어볼 수 있는 문화 속에서 제 모습을 계속 마주하다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코칭선생님들께서도 저를 못났다고 하는 게 아니라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까 제가 좀 더 괜찮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루키 : 저는 처음에 개인 프로젝트를 할 때 피드백도 받고 스스로 해 나가면서, 내가 익숙하지 않은 주제로 시작을 했는데 점점 뭔가가 성장하고 마무리되는 경험을 해 본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그 후에는 좀 더 새로운 활동들을 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일 혹은 작업을 ‘내 것’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힘은 어디서 올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거캠의 교육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주도성’을 기르는 것인데요, 각자가 생각하시는 주도성의 의미는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진저 : 제가 생각하는 주도성의 의미는 일단 내가 선택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에 대해서 남 탓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저는 그 전에 남 탓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어요. 보통은 ‘주어진 길’이라고 하는 게 다 비슷비슷 하잖아요. 고등학교 졸업해서 대학 나오고 직장생활 하는 루트가 당연하게 정해져 있고 저도 비슷하게 따라가야 될 것 같아서 비슷하게 해냈는데 무언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때 저는 거기서 저를 돌아본다기 보다는 ‘부모님이 나를 덜 챙겨서 그래, 지원을 덜 해줘서 그래’ 이런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거캠이 처음으로 제 미래와 진로에 대한 큰 선택이었어요. 그런 선택을 제 의지대로 하고 나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지내려고 했고, 다른 친구들의 선택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선택했기 때문에 남 탓 할 이유가 사라진 거죠.
루키 : 제가 생각하는 주도성의 의미는 ‘고민을 하는 시간’이에요. 고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걸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고민한 만큼 변화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더 해보고 싶은 게 있고, 바꿔보고 싶은 게 있다는 것 같아요.
고민을 한다는 것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니까 주도성과도 맥락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거캠의 구성원들이 주도성을 기르고 또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혹은 경험하면 좋을 것들이 있을까요? 더불어 학교 혹은 교사들이 ‘학생주도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의견도 있다면 들려주세요.
진저 : 특별히 추천할만한 어떤 활동이 있다기보다는 자기가 무언가를 선택하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것이더라도 내가 선택하고 일을 저질러보고 직접 실행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학교나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캠이나 코칭선생님들께서 이미 그런 역할을 잘 해 주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택이 저에게 좀 더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조언이라던가 다양한 활동을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 그 밖에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던져주셔서 좋습니다.
루키 : 제 생각도 필요한 것이 딱 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걸 찾을 때까지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면 고민도 시작하게 될 것 같고요.
그렇다면 내가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것이 한 사람의 삶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루키 : 내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 삶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저 :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 인생이니까’. 나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주도성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남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고 추천한다고 해도 저에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혹시 두 분은 엑시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상상해 보셨나요? 그 때는 정말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시점이잖아요. 그런 때가 되었을 때 나의 삶은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 보신 것이 있다면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저 : 걱정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웃음) 저는 계속해서 경험 위주로 많이 쌓고 싶어요. 대학에 가서 학문을 익히는 것보다 저에게 잘 맞는 방식은 계속해서 깨져보고 경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획이나 마케팅 쪽의 인턴십을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영역으로 갈지는 잘 모르겠어서 계속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고 진짜 사회를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실무를 배우고 싶기도 해서 인턴십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의 큰 목표는 창업을 하는 건데요, 제가 창업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팀에 들어와서 내가 묶여있던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밀도 있게 알지 못하는 것도 있고 먼 미래 같기도 해서 실무부터 키워보고 싶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고 동시에 엑시트를 한 후에도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찾아나가면서 그 분야를 파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습니다.
루키 : 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닌데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좀 더 배우고, 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엑시트 이후면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반면 성취를 얻기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 과정에 와서도 느끼고 있는 중인데 내가 어떤 걸로 성취를 얻고 앞으로 더 해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능력을 좀 더 기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관련된 것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두 분이 모두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어떤 면에서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들려 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루키 : 저는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런 일들이 소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소비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려주고 그 의미를 알게 해주는 것이 브랜딩과 마케팅인 것 같아 관심이 갑니다.
진저 : 제가 기획이나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던 이유는 이후에 전혀 다른 분야에 흥미가 생겨도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능력이 기획이나 마케팅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도 있고, 마케팅은 결국 저희가 제작하고 있는 솔루션에 대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한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제 오늘의 키워드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 주도성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주도성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을 해야 하고 그 도전 속에서 실패하는 일도 반드시 발생할 텐데 좌절보다는 그 모습도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번 코-레터는 거캐머 학생이 생각하는 '학생주도성'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 되는것 같습니다. 코-레터 지난 호와 이번 호에 다루었던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