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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기후와 날씨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에요!!

Gschool
2024-09-27
조회수 84

거캠의 2024년 2학기 대주제는 '기후정의' 입니다. 기후는 과학과 가장 밀접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 교육에세이는 거캠에서 과학을 담당하고 있는 열음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기후와 날씨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하는 이유, 기후로 인해서 세대/국가/지역별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열음의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 




 


해리(이하 생략): 간단한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열음: 안녕하세요. 거꾸로캠퍼스에서 과학 교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이맘때 2학기부터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거캠에서 일하게 됐나요?

열음: 저는 학교라는 곳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학교 구성원이 되길 꿈꿨죠. 공교육이 추구하고 있는 이상적 가치에도 크게 공감하는 편이에요. 사실 거캠이 추구하는 것과 공교육의 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거캠과 다르게 공교육 현장에서 이상적인 가치를 실현하기에는 현실적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교육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거캠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거캠은 원래 알고 계셨나요?

열음: 학교 선생님을 꿈꿨기 때문에 대학을 사범대로 진학했어요.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그 때 당시에 세바시 영상 하나를 틀어줬어요. 지금 거꾸로캠퍼스의 모태가 된 거꾸로 교실 학습법 영상이었죠. 당시 정찬필 PD님이 거꾸로 이론을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거캠을 찾아봤어요. 그 후로 일반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많은 한계를 느꼈어요. 똑같은 수업, 입시 위주 시스템이 반복됐거든요. 학교에 대한 흥미를 잃을 때쯤 거캠에서 교사 모집 공고가 났어요. 이때다 싶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열음만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열음: 제가 명확하게 교육 철학을 잘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확신은 못하겠어요. 다만 경험주의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요. 저도 어릴 때는 학교가 싫었어요. 중학교 때 만난 은사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선생님이란 꿈을 꾸지 않았을지도 모르고요. 덕분에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이 생기고 사범대를 진학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범대에 다니는 대학생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를 어느 정도 했던 사람들이잖아요. 반면에 일반 학교의 학생 구성원은 되게 다양해요. 입시 위주의 공부보다 예체능이 더 뛰어난 학생도 있고, 무작정 문제를 외우고 푸는 친구들보다 창의력이 돋보여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학생도 많아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좋은 교육을 실현하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을 다닐 때 저부터 많은 경험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사범대라는 상대적으로 닫힌 공간에서 열린 경험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거네요?

열음: 맞아요. 제가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과 꿈을 이해할 수 없잖아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서 제가 경험했던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열음은 과학 과목 담당이시잖아요. 과학 교육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도 있을까요?

열음: 철학이라기 보다는 학생들이 과학과 자신의 삶이 가깝다는 걸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요. “과학은 오감으로 만들어진 학문이다”에요. 우리가 갖고 있는 5개의 감각을 가지고 세상을 궁금해하면서 질문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게 과학 과목이에요. 학생들이 과학을 배우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오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대주제는 기후정의에요. 열음은 과학과 기후정의라는 대주제에 관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열음: 우선 실제 기후변화의 현 상황을 학생들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후랑 환경이라는 주제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후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과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근거와 다르게 개인이 인식하는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통해서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근거를 통해서 기후 문제를 바라보길 바래요.

그리고 지구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정의롭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힘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과학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요. 물론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해결점이 생길 수도 있죠. 이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 기술이 발전하기만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한 곳에 모으는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과 상관없이 탄소량을 줄이겠다는 주장이 있어요. 그럼 언제까지 그 과학 기술 발전만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요?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봐야 해요.

 

열음의 이번 학기 학습 과정을 살펴보니 기후와 날씨의 차이를 알아보자는 내용이 있어요. 기후와 날씨가 다른 개념인건가요?

열음: 기후와 날씨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에요. 올해 날씨가 굉장히 오락가락했잖아요. 그래서 소나기도 많이 내리고 폭염도 오래 갔어요.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기후변화 진짜 심각하다”고 얘기해요. 하지만 날씨는 매일매일 바뀌는 상황을 측정한 것이고 기후는 30년 동안 전체적인 지역의 평균적인 날씨를 얘기하는 거예요. 우리가 단지 오늘 덥거나 춥다고 해서 기후가 변했다고 표현할 수 없는거죠.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해서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야!” 라고 주장하는 건 명백하게 잘못된 표현이라는거죠?

열음: 맞아요. 실제로 올해가 덥다고 얘기하지만 20년, 30년 전에도 갑자기 더웠던 날들은 존재해요.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러웠던 시기들은 분명 존재하는데 이걸 가지고 기후변화라고 퉁친다면 다른 개념들까지 잘못 이해하게 될 확률이 높아져요. 기후는 30년 단위의 평균을 통해서 최근 30년의 변화를 비교하는 거예요. 과거보다 특이점이 발견될 만큼 변화가 있었는지, 아니면 과거와 크게 다른 게 없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선 기상(날씨)이 아니라 기후 데이터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기후와 날씨를 잘못 이해하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 건가요?

열음: 날씨가 이상하다고 인식하면 본인의 삶에 큰 변화가 없다고 인식할 확률이 높아요. 예를 들어서 기후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날씨가 특별히 더운 건 과거 사례에도 찾을 수 있거든요. 그날 하루 특별히 더운 날씨만을 비교하면 전체적인 변화를 찾기 힘들어요. 기후가 변하게 되면 당장 농작물 생산에서부터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기단의 변화로 인해서 이상 기후가 자주 측정되기도 하죠. 이런 변화를 알기 위해선 날씨를 기준으로 근거를 주장하면 안 되고 기후 데이터를 통해서 알아나가야 하죠.


날씨란 미시적인 문제에만 집착하다 보면 기후라는 거시적인 문제를 온전히 바라볼 수 없고, 그로 인해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만들 수 없다는 의미인거죠?

열음: 정확해요. 날씨를 통해서 기후변화를 얘기하면 반박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상 통계를 통해서 반박하기 무척 쉬워요. 하지만 기후 데이터를 통해서 과거와 달라진 변화를 얘기한다면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걸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어나갈 수업에서 불평등 얘기가 많이 나와요. 기후와 불평등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거죠?

열음: 저는 이번 수업에서 가장 다루고 싶었던 부분이 기후 불평등이었어요. 기후로 인한 불평등을 세대, 지역, 나라로 구분할 수 있어요. 먼저 세대 간 기후 불평등 수업은 이전 세대로 인해서 현 세대와 다음 세대가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 다루려고 해요. 기후변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에요. 지금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는 최소 100년 전에 만들어진 거예요. 왜냐하면 이산화탄소의 수명이 100~300년 사이거든요.


이산화탄소에 수명이 존재했나요? 그냥 내뱉으면 그걸로 끝인 줄로만 알았네요.

열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는 지구 대기권에 붙잡혀 있기 때문에 최소 100년은 우리가 내뱉는 순간 존재한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누적 배출량이라고 표현하죠. 지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40ppm 정도인데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쌓여온 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어마어마한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부를 창출했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대는 이전에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로 인해서 기후변화를 겪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이전 세대가 만든 문제를 다음 세대가 과도하게 책임지지 않도록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전 세대의 책임을 현재 세대, 미래 세대가 모두 책임지는 건 불공정하다고 판결을 내렸어요. 따라서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하는 의무가 생겼어요. 많은 청소년들이 헌재 소송에 참여한 걸로 알고 있어요.

국가 간 불평등의 경우에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크게 준 나라와 피해를 받는 나라가 다르다는 점을 알려주려고 해요. 산업혁명은 제국주의 시대에 탄생했어요. 제국주의 시대를 이끌어 간 강대국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면서 이산화탄소량을 증가시켰는데 그 피해는 선진화에 도달하지 못한 제3세계 국가, 해수면이 높은 국가들이 받고 있죠. 게다가 최근에는 선진국 시민들의 탄소배출량 절감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탄소 허들까지 생겨버렸어요. 이미 선진국이 된 국가들은 우수한 과학 기술을 통해서 탄소 배출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탄소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에 의존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선진국들은 과거 화력발전에 엄청나게 의존했으면서 이제와서 다른 국가들은 화력발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선진 국가들이 산업사회 당시 배출한 탄소량 때문에 개발도상국을 억압하게 되는 상황이에요.

 

그럼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요?

열음: 국가적 협약을 통해서 기후 대응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가에 보상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에요. 하지만 참여하는 나라와 보상 기금이 너무 적어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선진국 입맛에 맞는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봐요. 대표적으로 RE100제도가 있어요. 유럽에선 2026년부터 RE100 인증 기업이 아니면 물건을 절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문제는 그런 규범을 지킬 수 있는 기업은 대게 선진 국가에 속한다는 거예요. 개발도상국 기업 대부분은 RE100을 준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재해요. 그럼 자연스럽게 개발도상국 기업에 또 다른 장벽이 생기는거죠. 이런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 마음대로 정한 불평등한 제도를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후 불평등이라는 주제가 사회적 이슈이다 보니 사회 과목과 더 연관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과학과는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까요?

열음: 기후 불평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어떻게 변화해 왔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알아야만 불평등하단 걸 주장할 수 있잖아요.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우는 단층, 대기, 해류와 같은 기본적 개념을 명확하게 숙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후변화는 지층, 기류, 해수면의 변화부터 시작하거든요. 정확한 개념을 모르면 왜 기후로 인해서 불평등이 발생하는지 거시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열음은 거캐머들이 과학을 어떻게 바라보길 원하나요?

열음: 학생들이 과학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수업을 통해 배운 개념이 본인의 일상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많은 학생이 수학 다음으로 과학을 어려워해요. 대학교를 다니면서 고등학교 때까지 배우는 과학이 무엇 때문에 어렵게 다가왔는지 어렴풋이 알겠더라구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제가 고등학생일 때는 과학에 대한 이론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오직 답을 구하는 방법만 알려줬을 뿐이에요. 과학은 오감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했잖아요. 우리가 궁금했던 것에 대한 답을 교과서에 모아놓은 건데, 궁금해하는 본질은 사라진 채 정답을 찾기 위한 암기 교육만 있었어요. 저는 학생들에게 정답보다는 왜 과학적 이론이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우연히 길을 걷다가 자신들이 배운 과학 이론과 접목되는 현실을 마주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거캠의 코칭 선생님으로서 거캐머들이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나요?

열음: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잖아요. 함께 사는 세상 속에서 공동체를 바라볼 수 있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요즘 개인주의가 더 심해지고 있잖아요. 거캠의 팀 프로젝트 수업, 세상과 연결된 학과목 수업을 통해서 갇힌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열음은 학생들이 과학 과목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 삶에서도 경험하길 바랍니다. 이론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기후 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실제 삶의 변화를 인지한다면 기후 정의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열음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기후 정의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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