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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어떻게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게 할 수 있을까?

Gschool
2022-12-21
조회수 129

하나. 호모 에루디티오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 즉 '학습하는 인간'은 스스로 학습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강조하는 말이다. 인간은 스스로 학습하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잠깐 아기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가만히 누워있는 것만 가능한 어린 아기도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모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웃거나 손을 뻗어 만지려고 한다. 조금 더 자라난 아기는 블록 장난감을 꺼내어 만져보고, 입에 넣어 보기도 하고, 떨어뜨려 보기도 하면서 깔깔거리고 웃는다. 말을 배우는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끊임없이 '엄마 이게 뭐야?'는 질문을 하며, 세상을 알아간다.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보이는 이런 행동이 그냥 저절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보이는 이 모든 행동을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잠시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행동, 예를 들어 걷는 것, 수저를 사용하여 음식을 먹는 것, 언어를 사용하는 것 등이 모두 학습을 통해 얻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관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수정해서 시도하는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필요한 능력을 얻게되며,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낀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학습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고, 학습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뇌 속에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둘. SOLE

영국 뉴캐슬대학의 수가타 미트라(Sugata Mitra) 교수는 학습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벽 속의 구멍(Hole in a Wall)'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었다. 그는 인도의 한 외진 마을에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지 실험하였다. 먼저 벽 속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마을 아이들 누구나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마을에는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어른들이 없었고, 컴퓨터에 사용된 언어가 영어였기 때문에 아이들은 사용법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마을의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신기한 컴퓨터에 날마다 찾아와서 서로 얘기하고 토론하면서 조작법을 함께 익혀 나갔다. 이들은 서로 의논하면서 모르는 것을 함께 알아내고, 때로는 나이 많은 아이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자신이 알아낸 것을 알려주거나, 다른 방법으로 조작해 보라고 하기도 하였다. 몇 달이 지나고 수가타 미트라 교수가 아이들에게 찾아갔을 때 아이들은 능숙하게 컴퓨터를 조작하는 모습을 보이며 "좀 더 빠른 프로세서와 마우스가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인도에서의 실험 이후 수가타 미트라 교수는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나 강의가 없어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는 연구들을 인도, 캄보디아, 아프리카 등에서 실시하였고, 인도에서의 실험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실험에서 아이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대화하는 것만으로 표준 영어 발음을 익힐 수 있었고, 분자생물학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학습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그는 '자기구조화학습 환경'(Self-Organized Learning Enbironment, SOLE)라는 개념을 제안하여 2013년 테드 상(TED Prize)를 수상하였다. SOLE은 교사가 강의하고 주도하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선정한 문제를 인터넷을 활용하여 친구들과의 협력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 방식이다. SOLE 과정은 질문(Question), 탐구(Investigation), 검토(Review)의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탐구적 질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학생들의 관심을 일으키고, 그 다음에는 단계에서 학생들은 팀 활동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때 학생들의 문제해결활동은 노트, 사진, 인용구, 오디오 녹음 등을 통해 기록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자신들이 협동하여 발견한 답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SOLE 진행과정에 대한 예시를 아래 그림으로 나타내었다. 과정별 시간 배분은 질문의 성격 및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그림]  SOLE 진행과정 예시


수가타 미트라 교수와 많은 교육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미래지향적인 패러다임으로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에서는 원할한 관료주의적 행정과 표준화된 생산에 필요한 대체 가능한 인력 부품을 양성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읽고, 쓰고, 셈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았다. 즉, 학생들에게 똑같은 능력을 습득시키고, 습득한 정도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여, 성공한 사람을 발탁하는 학교시스템이 운영되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똑같은 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사가 강의하는 것이 중심이 되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현 시대에서는 더이상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인재를 제대로 길러낼 수 없다. 창의성과 자율성, 상호작용이 강조되는 현대에서는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을 자발적으로 구성하고, 배움에서 주도성을 가지며, 협업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고, 매우 어렵거나 불확실한 과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할 수 있도록 학습자를 격려하는 자기구조화학습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기구조화학습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와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수가타 미트라 교수는 아이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할머니'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였다. 전통적 교육 방식은 시험과 처벌을 중요시하는데, 이것은 아이들이 두뇌 작동을 멈추고 두려움에 굴복하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새로운 학습 환경하에서 교사는 탑다운(top-down)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할머니가 그러는 것처럼 격려와 감탄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셋. 핵심적인 정서적 욕구

수가타 미트라 교수가 제안한 '할머니'와 같은 교사의 역할은 심리학적인 연구 특히 인지치료와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다.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Arron T Beck)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인지치료의 권위자인 한 콜롬비아 대학의 제프리 영(Jeffrey E. Young) 교수는 스키마 테라피 모델을 제안하면서 건강한 자존감 형성을 위해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섯 가지 핵심적인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제프리 영 교수가 제안한 핵심적인 정서적 욕구의 첫 번째는 ‘타인과의 안정애착’, 두 번째는 ‘자율성에 대한 욕구’, 세 번째는 ‘타당한 욕구와 감정을 표현하는 자유’, 네 번째는 ‘자발성에 대한 욕구’, 다섯 번째는 ‘현실적 한계 및 자기 통제에 대한 욕구’이다. '타인과의 안정애착'이란 부모나 가족, 친구처럼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안정적인 돌봄과 수용을 받는 것을 의미하며, '자율성에 대한 욕구'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처리함으로써 자신이 유능하다는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타당한 욕구와 감정을 표현하는 자유'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자유럽게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의미하며, '자발성에 대한 욕구'와 '현실적 한계및 자기 통제에 대한 욕구'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감을 갖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자신을 통제할 줄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수가타 미트라 교수가 얘기한 '할머니'와 같은 교사의 격려와 감탄하는 역할은 학생들의 핵심적인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도록 학습환경을 만드는 것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학생들이 교사와 건강한 관계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학습하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계속해서 되어가는(becoming)' 존재로 바라보는 교사의 시각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가능성과 개방성의 존재이다. 학습과정을 통해서 어떤 존재도 될 수 있고, 어떤 상황도 수용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규정을 넘어 다른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 중인 존재(being -in-process)인 것이다. 아이들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교사는 학습의 장을 '몰라도 된다'는 관용의 공간으로 가꾼다. 교사가 배움의 본질에 주목하면, 경쟁이 사라지고 학습의 장은 협력과 평등의 공간이 된다. 이러한 학습의 장에서 아이들은 사람들 특히 동료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배움을 만들어가고 창조의 경험을 갖게 된다. 일리치는 사람들이 만남과 배움을 통해 함께 기뻐하는 공환(conviviality)의 과정 속에서 창조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고립된 '나'를 벗어나서 '나'보다는 '우리'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서로를 환대하고 함께 하는 경험속에서 학습은 창조가 된다.


넷. 끊임없이 학습하는 인간

매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는 46개국, 800개의 직업, 2,000개의 업무를 분석하여 전세계 노동력의 15~30%에 해당하는 4억명에서 8억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2030년까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기술의 발전으로 5억 5,500만 개에서 8억 9,000만개에 달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2018년 발간괸 보고서에서 새로운 기계와 알고리즘으로 인해 향후 5년간 1억 3,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태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대로라면 기술의 발달과 급속한 사회 발전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앗아 가는 동시에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직업 전환이 필요한 전 세계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14%에 해당하는 7,500만명에서 3억 7,50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직업 전환을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요구하는 역량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배움에 대한 기만함(Agility)가 필수가 되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쓸모 없는 계급(Useless Class)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이 단순 노동을 대신하고, 적지 않은 일자리가 자동화되면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게 되고, '엄연히 존재하지만 할 일이 없는' 계급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인간'이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된 것이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교육당국과 학교가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배우게 할 수 있을까 ' 고민해야 하고,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으로 변해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문헌]

- 한준상, <호모 에루디티오>, 학지사. 2002.
- 수가타 미트라, <구름 속의 학교>, 김보영 옮김, 다봄교육. 2021.
- 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 김명주 옮김, 김영사, 2017.
- "A future that works: Automation, Employment, and Productivity", McKinsey Global Institute, 2017.
- "The Future of Jobs: Employment, Skills and Workforce Strategy for the Fourth Indutrial Rebolution", World Economic Four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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