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계에 얼마나 속고 있을까요? 단테의 2024년 1학기 수업을 들었다면, 일상 속 평균의 함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겁니다.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통계와 평균 수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왜 통계 리터러시가 중요한지 단테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단테의 거꾸로캠퍼스 합류 이야기와 교육 철학
해리(이하생략): 안녕하세요, 단테.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단테: 원래 공교육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직 이수를 했어요. 교생실습이 거의 끝나갈 때 모교 선생님께서 “교사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원론적인 답을 하니, 그분께서 “교사는 세상과 학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학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 더 다양한 길로 연결해 줘야 해. 네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학교에 들어온다면 너의 경험은 대학 생활이 전부일 거야. 세상을 좀 더 경험 해보고 학교에 들어오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조언 해주셨어요.
대학 이외의 세상을 경험하고 나서 교사가 되어도 늦지 않다는 의미로 들리네요.
단테: 맞아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고가 갇힐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어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여러 길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었죠.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임용고시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요. 당시 저는 비영리 섹터에 관심이 깊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원을 많이 받았거든요. 어머니께서 받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사회에 기여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그 영향으로 대학생 시절에 교육 봉사를 많이 했죠.
졸업할 때가 되니 직장을 잡고 기부를 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비영리 섹터에서 직접 일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소셜섹터의 '와우디랩'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디자인 씽킹을 교육하고, 리빙랩 프로젝트와 소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업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회사였죠. 이곳에서 약 3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어요. 시간이 흘러 이제 학교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마침 와우디랩 대표님과 교육실험실 대표님 간에 네트워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교육실험실에서는 수학 교사를 찾고 있었는데, 프로젝트 코칭과 수학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대표님이 거캠에 저를 추천하면서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기존에 꿈꿨던 방향과 전혀 다른 거꾸로캠퍼스로 오게 됐네요?
단테: 그렇죠. 저는 대안학교를 갈 생각이 없었어요. 회사를 퇴사하면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려고 했죠. 흘러흘러와서 최상의 선택지가 됐습니다. 제 커리어를 다 살릴 수 있으면서도 원하는 교육을 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 된 셈이네요.
원래 교육자를 꿈꿨다면 교육철학도 뚜렷할 것 같아요. 단테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단테: 저는 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한다’는게 교육철학이에요. 학생들에게 무작정 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직접 부딪혀 볼 수 있도록 돕는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수업을 가르치거나 팀 프로젝트 코칭을 할 때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몰라도 네가 직접 풀어봐”, “현장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 봐”, “근거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직접 찾아봐”에요. 제가 모든 걸 알려주면 그건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에 불과하잖아요. 직접 부딪혀서 한계를 마주해보고, 그 한계 때문에 넘어져 봐야 더 성장할 수 있어요. 물론 넘어질 때 상처받지 않도록 안전판을 잘 만들어 놔야죠. 그 안전지대에서 마음껏 구르고 부딪혀서 쌓인 행동과 경험이 사회 전체에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저의 기본 가치관인 것 같습니다.
그럼 단테가 가르치고 있는 수학 과목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요? 사실 청소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 수학이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했거든요. 이런 어려운 과목을 가르치는 단테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단테: 우선 수학은 기초와 응용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앞서 얘기해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입시 위주의 수학은 기초 수학에 많이 해당돼요. 반면 저는 거캠에서 기초 수학보다는 응용 수학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응용수학은 통계 등 수학의 활용에 집중한 분야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쉬워요.
어려운건 기초수학이죠. 학생들이 제일 많이 질문하는 게 “선생님, 미적분하고 인수분해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요?”에요. 학생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자, 하얀 백지와 짧은 문장 속 숫자를 마주보고 기계적으로 문제 풀이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거든요.
그래서 기초수학을 왜 배우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문제 해결력을 가르치는 거예요.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하나의 방식만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요. a, b, c... 등 여러가지 방식 중 본인이 생각하는 논리적 과정을 거쳐서 해결해 나가는 거죠. 그런 연습들이 계속 쌓여나가면, 세상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논리가 쌓여가요. 그래서 기초수학을 단순히 문제 풀이로 학생들에게 접근한다면 대입에 필요한 성적은 얻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초수학을 가르치려고 했던 원래의 취지는 전혀 학습되지 않을 겁니다.
일례로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들었는데 가장 선호하는 학과가 수학과래요. 수학과를 다닌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는지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다고 했어요. 수학과는 대학에서 수 계산을 거의 안 해요. 아마도 공대가 계산은 훨씬 더 많이 할거에요. 수학과 시험 문제를 살펴보면 10문제 중에 계산은 2개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증명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수학과인데 계산을 하지 않다니요?
단테: 계산보다는 숫자로 증명하는데 집중해요. 문제를 출제하면 각자 생각하는 여러 방식을 통해서 증명하는거죠. 수학은 논리를 쌓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에요. 철학이 말로서 논리를 쌓아나간다면, 수학은 숫자로 논리를 쌓아가는 학문입니다. 그런 연습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력이 좋다는 말을 인사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해요. 결국 수학을 배워나간다는 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아요.
이런 설명을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단테의 얘기를 들으면서 수학이 왜 필요한지 알았어요. 그리고 수학 공부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는지도 알게 됐어요.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많은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더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단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어렸을 때 수학 선생님들이 이런 얘기를 해줬거든요. 하지만 역시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결국 숫자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수학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성취하는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난 1학기 대주제가 ‘정치와 선거’였잖아요. 저는 정치와 수학의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통계를 중심으로 가르쳤던 단테의 수업을 살펴보니 정치와 연관 안 된 걸 찾는 게 더 어려웠어요. 특히 통계 리터러시를 강조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지난 학기를 이끌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단테: 저는 우리 사회가 점점 편향성이 강화되어 간다고 생각해요. 그건 통계도 마찬가지에요. 특정 진영, 특정 언론 입맛에 맞는대로 통계를 활용하는 빈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어요. 특히 언론들이 자극적인 통계 수치를 이용해서 기사 제목 장사를 할 때 통계 편향성을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기사 제목 한 줄로 표현되는 통계에 속지 말고, 구체적인 내용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난 학기 수업의 주요 목표였어요.
그래서 특정 통계를 제시한 기사들을 제시하면서 의심 해볼 만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찾아보게 했어요. 편향성이 강화된 사회에서 통계도 의도적일 수 있다는 걸 학생들이 알아야 하니깐요.
※ 단테의 '정치와 선거' 수업 넘버스 9블락 내용
단테 수업 활동지를 살펴봤는데, 학생들에게 정치 여론조사 업체별로 어떤 방식의 조사를 진행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게 한 내용이 눈에 띄었어요. 여론조사가 과학적 방식이긴 하지만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천차만별이잖아요. 그런 사실들을 학생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려고 한 것 같았어요.
단테: 맞아요. 좀 더 극명한 통계 자료들을 통해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여론조사에 가장 기본이 오차범위잖아요. 오차범위가 ±3%라면 6% 이내 격차는 사실 통계적으로 누가 우위에 있다고 확실한 표현을 사용하면 안돼요. 하지만 우리 언론은 A후보 46%, B후보 44%, 표본 오차범위 ±3.1%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2%p 앞서고 있는 A후보”라는 제목을 사용해요. 그럼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 제목을 보고 A후보가 앞서고 있는 줄 알아요. 실상은 오차범위 내 결과이기 때문에 누가 앞서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표현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기사에는 오차범위 표현은 깨알같이 남겨놓고 기사 제목은 특정 수치를 강하게 부각하고 있어요. 이런 게 통계의 함정이죠. 게다가 조사 방식과 시점까지 고려한다면 단순한 결과만으로 특정 후보가 앞선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건 정말 나쁜 통계 이용방식 이예요.
좋은(혹은 의미있는) 통계는 무엇일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데, 좋은 통계라는 건 어떤 것일까요? 단테가 지난 수업을 통해서 통계의 편향성을 이용한 의도된 통계 해석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줬잖아요. 그런 통계를 굉장히 잘못된 통계 이용방식이라고 했어요. 반대로 좋은(혹은 의미있는) 통계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단테: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나쁜 통계는 말하기가 쉬워요. 의도가 있거나 일부러 누락을 하는 경우, 대부분 본질을 훼손시키는 나쁜 행위거든요. 제 교육 철학과 좋은 통계를 연결해보면, 통계의 결과와 해석이 미치는 영향력을 우리 사회의 발전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어떤 통계 자료는 사회를 의도적으로 갈라치기 위해서 만든 것들이 있어요. 남녀 혐오를 만든다던지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현상 파악 통계가 대표적이에요. 그런 통계들은 갈등만 유발 시키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가 질 않아요. 저는 현상 파악을 넘어서 왜 생각이 다른지 알려주는 통계를 제시하는 것이 정말 좋은 통계라고 생각해요.
1차 조사도 정밀하게 해야 하지만, 2차로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중요해요. 요리도 똑같잖아요. 아무리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몸에 좋지 않은 조미료를 과도하게 넣으면 그건 몸에 나쁜 음식이에요. 통계도 올바른 조사, 올바른 해석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쁜 통계를 벗어나서 좋은 통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지난 학기 수업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온 내용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에 관한 내용으로 수학의 ‘대푯값’을 설명한 거예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끔 우리나라 평균 연봉에 관한 컨텐츠가 올라오면 댓글에 다들 “대체 누가 저만큼 돈을 받는다는 거야?”라고 하잖아요. 그런 의문을 단테의 수업을 통해서 단번에 해소할 수 있었어요. 결국 평균의 함정 때문이었어요. ‘대푯값’에는 평균도 있지만, 중간값과 최빈값도 있는데 어떤 언론들은 평균의 함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평균 임금만 제공했던 거죠.
단테: 맞아요. 학생들이 대푯값을 배울 때 평균에 관한 문제를 80~90% 정도로 풀어요. 하지만 실생활에는 평균 이외에 최빈값과 중간값도 빈번하게 사용돼요. 그걸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알려줘야 제대로 응용수학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최빈값은 신발 사이즈에 많이 사용해요. 남성의 신발 사이즈가 260~270 사이로 형성되거든요. 그럼 260~270이 최빈값이기 때문에 그 사이즈를 제일 많이 생산해요. 옷도 M, L를 제일 많이 생산하죠. 이런 것들 모두가 최빈값이 사용되는 경우에요.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대표할 수 있는 값은 평균이 될 수도 있고, 최빈값과 중간값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평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에요. 대표적인 평균의 함정이 평균 임금이죠. 00전자 임직원 평균 임금은 억대가 넘어가요. 그런데 ‘임’을 빼면 어떻게 될까요? 곧바로 수천만 원으로 내려갈 거예요. 임원의 평균 연봉이 수십억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학생들에게 평균을 유의미한 대푯값으로 사용하려면 구간을 잘라야 한다고 알려줘요. 우리나라 평균 기업 평균 초봉이라는 1차 재료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분류해서 초봉의 차이를 보여줘야만 제대로 된 대푯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삼성전자 임직원 평균임금 통계는 좋고 나쁨으로 기준을 나눌 때 ‘나쁜 통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단테: 구간을 나누지 않은 채 전체를 퉁 쳐버리는 평균은 나쁜 통계라고 부르기도 아까워요. 그냥 게으른 통계죠. 통계를 올바르게 구분하고, 바라보는 힘이 없다면 의미 없는 통계에 당할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이 단테 수업을 들으면서 통계 왜곡과 평균의 함정에 대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나요?
단테: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뉴스에서 나오는 통계 수치를 의심했다는 거예요. 전에는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을 왠만하면 사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통계도 의도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리고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도 있어요. 거캠은 기본적으로 팀 프로젝트가 우선시 되잖아요. 이 수업을 하기 전에도 통계 수업을 한 적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통계를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정치와 선거가 결합 된 수업 이후에 통계와 수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학생들도 느낀거죠. 좋은 통계를 사용할 때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더 큰 책임감을 느껴요. 통계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왜곡된 주장을 하기 쉬우니깐요. 학생들이 올바르게 통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학기 말 배움장터에서 통계를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꽤 뿌듯했습니다.
수학과 정치를 ‘통계와 평균의 함정’으로 접근하니깐 수학이 훨씬 재밌게 느껴지네요.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수학은 여전히 어려움의 대상일 것 같아요. 단테 입장에서 학생들이 문제 풀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단테: 저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도록 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학생들이 문제를 더 풀고 싶어해요. 저는 문제 풀이보다는 수학에 대한 이해를 더 강조합니다. 그러다보면 학생들 스스로 제대로 이해했는지 증명하고 싶어하죠. 그럴 때 문제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정답을 맞추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거죠. 문제 풀이가 주는 성취감은 확실해요. 본인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좋은 도구거든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동기부여에요. 무슨 일이든 왜 해야 하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면 어떤 좋은 말도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년 수업에서 예술과 수학을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다가 기하와 연계시켰어요. 사실 예술과 수학은 아주 밀접해요. 점과 선, 점과 면이 만나서 작품 조각상과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사례는 무수해요. 대표적으로 샤넬의 쌍곡선 로고를 예시로 들 수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우리가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끊임없이 해줘요. 그럼 학생 스스로 이해하고 성취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노력해요.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부딪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단테도 문제 풀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단테: 중요하죠. 중요한데, 문제 풀이를 기계적으로 하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에요.
결국 어떻게 성취를 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네요?
단테: 네. 계속 강조하는 얘기지만 학생들이 문제를 맞이했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풀이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요. 지금은 속도전만 강조하고 있어요. 특정 방법을 통해서 빠르게 푸는 방법이 입시에는 필요하지만 수학을 더 잘하기 위해선 “왜 이런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거지?”라는 고민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를 앞둔 학부모, 학생들은 문제 풀이를 잘 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테는 주로 응용수학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문제풀이 중심의 기초수학 분야가 조금 부족하다는 비판도 사람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단테: 제가 응용수학 중심으로 수업을 가르치는 것은 팩트에요. 하지만 거캠은 수학과 영어에서 분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 중에 기초 수학과 검정고시와 같은 수학 문제 풀이를 집중하고 싶으면 몰라(거캠은 수학 선생님이 두 분이다. 몰라는 단테와 함께 수학을 가르치는 코칭 선생님이다)와 함께 배울 수가 있어요.
끝으로 학생들에게 수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면서 거캠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단테: 수학은 결국 도구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길 바라죠. 수학이라는 도구를 칼로 비유한다면 요리를 할 때 쓰느냐, 아니면 흉기로 쓰느냐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통계와 평균의 함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통계를 제시할 수 있도록 사유하는 거캐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수학과 별개로 제가 공교육 선생님을 도전하지 않고, 거캠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교육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이미 성인이 된 우리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는거죠. 만약 다수 학생들이 부족하거나 그릇된 교육을 받으면 이게 점점 스노우볼처럼 커져서 결국에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좀 더 자유롭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거캠에서 미래에 대한 씨앗을 뿌리고 있어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좋은 결실을 맺길 간절히 바라면서요.
단테가 가르치고 싶었던 수학은 '어떻게 문제를 잘 푸는가'를 넘어서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가' 였습니다. 수학이라는 과목은 예전부터 참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준 과목입니다. 왜 배워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문제 풀이만 했어야 하니깐요. 거꾸로캠퍼스의 수학 교육 방식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미약하게나마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 풀이'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 으로 이해한다면 수학도 즐겁게 배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통계에 얼마나 속고 있을까요? 단테의 2024년 1학기 수업을 들었다면, 일상 속 평균의 함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겁니다.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통계와 평균 수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왜 통계 리터러시가 중요한지 단테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단테의 거꾸로캠퍼스 합류 이야기와 교육 철학
해리(이하생략): 안녕하세요, 단테.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단테: 원래 공교육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직 이수를 했어요. 교생실습이 거의 끝나갈 때 모교 선생님께서 “교사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원론적인 답을 하니, 그분께서 “교사는 세상과 학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학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 더 다양한 길로 연결해 줘야 해. 네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학교에 들어온다면 너의 경험은 대학 생활이 전부일 거야. 세상을 좀 더 경험 해보고 학교에 들어오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조언 해주셨어요.
대학 이외의 세상을 경험하고 나서 교사가 되어도 늦지 않다는 의미로 들리네요.
단테: 맞아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고가 갇힐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어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여러 길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었죠.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임용고시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요. 당시 저는 비영리 섹터에 관심이 깊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원을 많이 받았거든요. 어머니께서 받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사회에 기여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그 영향으로 대학생 시절에 교육 봉사를 많이 했죠.
졸업할 때가 되니 직장을 잡고 기부를 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비영리 섹터에서 직접 일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소셜섹터의 '와우디랩'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디자인 씽킹을 교육하고, 리빙랩 프로젝트와 소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업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회사였죠. 이곳에서 약 3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어요. 시간이 흘러 이제 학교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마침 와우디랩 대표님과 교육실험실 대표님 간에 네트워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교육실험실에서는 수학 교사를 찾고 있었는데, 프로젝트 코칭과 수학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대표님이 거캠에 저를 추천하면서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기존에 꿈꿨던 방향과 전혀 다른 거꾸로캠퍼스로 오게 됐네요?
단테: 그렇죠. 저는 대안학교를 갈 생각이 없었어요. 회사를 퇴사하면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려고 했죠. 흘러흘러와서 최상의 선택지가 됐습니다. 제 커리어를 다 살릴 수 있으면서도 원하는 교육을 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 된 셈이네요.
원래 교육자를 꿈꿨다면 교육철학도 뚜렷할 것 같아요. 단테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단테: 저는 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한다’는게 교육철학이에요. 학생들에게 무작정 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직접 부딪혀 볼 수 있도록 돕는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수업을 가르치거나 팀 프로젝트 코칭을 할 때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몰라도 네가 직접 풀어봐”, “현장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 봐”, “근거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직접 찾아봐”에요. 제가 모든 걸 알려주면 그건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에 불과하잖아요. 직접 부딪혀서 한계를 마주해보고, 그 한계 때문에 넘어져 봐야 더 성장할 수 있어요. 물론 넘어질 때 상처받지 않도록 안전판을 잘 만들어 놔야죠. 그 안전지대에서 마음껏 구르고 부딪혀서 쌓인 행동과 경험이 사회 전체에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저의 기본 가치관인 것 같습니다.
그럼 단테가 가르치고 있는 수학 과목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요? 사실 청소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 수학이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했거든요. 이런 어려운 과목을 가르치는 단테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단테: 우선 수학은 기초와 응용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앞서 얘기해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입시 위주의 수학은 기초 수학에 많이 해당돼요. 반면 저는 거캠에서 기초 수학보다는 응용 수학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응용수학은 통계 등 수학의 활용에 집중한 분야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쉬워요.
어려운건 기초수학이죠. 학생들이 제일 많이 질문하는 게 “선생님, 미적분하고 인수분해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요?”에요. 학생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자, 하얀 백지와 짧은 문장 속 숫자를 마주보고 기계적으로 문제 풀이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거든요.
그래서 기초수학을 왜 배우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문제 해결력을 가르치는 거예요.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하나의 방식만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요. a, b, c... 등 여러가지 방식 중 본인이 생각하는 논리적 과정을 거쳐서 해결해 나가는 거죠. 그런 연습들이 계속 쌓여나가면, 세상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논리가 쌓여가요. 그래서 기초수학을 단순히 문제 풀이로 학생들에게 접근한다면 대입에 필요한 성적은 얻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초수학을 가르치려고 했던 원래의 취지는 전혀 학습되지 않을 겁니다.
일례로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들었는데 가장 선호하는 학과가 수학과래요. 수학과를 다닌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는지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다고 했어요. 수학과는 대학에서 수 계산을 거의 안 해요. 아마도 공대가 계산은 훨씬 더 많이 할거에요. 수학과 시험 문제를 살펴보면 10문제 중에 계산은 2개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증명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수학과인데 계산을 하지 않다니요?
단테: 계산보다는 숫자로 증명하는데 집중해요. 문제를 출제하면 각자 생각하는 여러 방식을 통해서 증명하는거죠. 수학은 논리를 쌓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에요. 철학이 말로서 논리를 쌓아나간다면, 수학은 숫자로 논리를 쌓아가는 학문입니다. 그런 연습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력이 좋다는 말을 인사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해요. 결국 수학을 배워나간다는 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아요.
이런 설명을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단테의 얘기를 들으면서 수학이 왜 필요한지 알았어요. 그리고 수학 공부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는지도 알게 됐어요.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많은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더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단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어렸을 때 수학 선생님들이 이런 얘기를 해줬거든요. 하지만 역시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결국 숫자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수학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성취하는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난 1학기 대주제가 ‘정치와 선거’였잖아요. 저는 정치와 수학의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통계를 중심으로 가르쳤던 단테의 수업을 살펴보니 정치와 연관 안 된 걸 찾는 게 더 어려웠어요. 특히 통계 리터러시를 강조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지난 학기를 이끌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단테: 저는 우리 사회가 점점 편향성이 강화되어 간다고 생각해요. 그건 통계도 마찬가지에요. 특정 진영, 특정 언론 입맛에 맞는대로 통계를 활용하는 빈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어요. 특히 언론들이 자극적인 통계 수치를 이용해서 기사 제목 장사를 할 때 통계 편향성을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기사 제목 한 줄로 표현되는 통계에 속지 말고, 구체적인 내용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난 학기 수업의 주요 목표였어요.
그래서 특정 통계를 제시한 기사들을 제시하면서 의심 해볼 만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찾아보게 했어요. 편향성이 강화된 사회에서 통계도 의도적일 수 있다는 걸 학생들이 알아야 하니깐요.
※ 단테의 '정치와 선거' 수업 넘버스 9블락 내용
단테 수업 활동지를 살펴봤는데, 학생들에게 정치 여론조사 업체별로 어떤 방식의 조사를 진행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게 한 내용이 눈에 띄었어요. 여론조사가 과학적 방식이긴 하지만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천차만별이잖아요. 그런 사실들을 학생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려고 한 것 같았어요.
단테: 맞아요. 좀 더 극명한 통계 자료들을 통해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여론조사에 가장 기본이 오차범위잖아요. 오차범위가 ±3%라면 6% 이내 격차는 사실 통계적으로 누가 우위에 있다고 확실한 표현을 사용하면 안돼요. 하지만 우리 언론은 A후보 46%, B후보 44%, 표본 오차범위 ±3.1%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2%p 앞서고 있는 A후보”라는 제목을 사용해요. 그럼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 제목을 보고 A후보가 앞서고 있는 줄 알아요. 실상은 오차범위 내 결과이기 때문에 누가 앞서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표현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기사에는 오차범위 표현은 깨알같이 남겨놓고 기사 제목은 특정 수치를 강하게 부각하고 있어요. 이런 게 통계의 함정이죠. 게다가 조사 방식과 시점까지 고려한다면 단순한 결과만으로 특정 후보가 앞선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건 정말 나쁜 통계 이용방식 이예요.
좋은(혹은 의미있는) 통계는 무엇일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데, 좋은 통계라는 건 어떤 것일까요? 단테가 지난 수업을 통해서 통계의 편향성을 이용한 의도된 통계 해석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줬잖아요. 그런 통계를 굉장히 잘못된 통계 이용방식이라고 했어요. 반대로 좋은(혹은 의미있는) 통계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단테: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나쁜 통계는 말하기가 쉬워요. 의도가 있거나 일부러 누락을 하는 경우, 대부분 본질을 훼손시키는 나쁜 행위거든요. 제 교육 철학과 좋은 통계를 연결해보면, 통계의 결과와 해석이 미치는 영향력을 우리 사회의 발전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어떤 통계 자료는 사회를 의도적으로 갈라치기 위해서 만든 것들이 있어요. 남녀 혐오를 만든다던지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현상 파악 통계가 대표적이에요. 그런 통계들은 갈등만 유발 시키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가 질 않아요. 저는 현상 파악을 넘어서 왜 생각이 다른지 알려주는 통계를 제시하는 것이 정말 좋은 통계라고 생각해요.
1차 조사도 정밀하게 해야 하지만, 2차로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중요해요. 요리도 똑같잖아요. 아무리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몸에 좋지 않은 조미료를 과도하게 넣으면 그건 몸에 나쁜 음식이에요. 통계도 올바른 조사, 올바른 해석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쁜 통계를 벗어나서 좋은 통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지난 학기 수업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온 내용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에 관한 내용으로 수학의 ‘대푯값’을 설명한 거예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끔 우리나라 평균 연봉에 관한 컨텐츠가 올라오면 댓글에 다들 “대체 누가 저만큼 돈을 받는다는 거야?”라고 하잖아요. 그런 의문을 단테의 수업을 통해서 단번에 해소할 수 있었어요. 결국 평균의 함정 때문이었어요. ‘대푯값’에는 평균도 있지만, 중간값과 최빈값도 있는데 어떤 언론들은 평균의 함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평균 임금만 제공했던 거죠.
단테: 맞아요. 학생들이 대푯값을 배울 때 평균에 관한 문제를 80~90% 정도로 풀어요. 하지만 실생활에는 평균 이외에 최빈값과 중간값도 빈번하게 사용돼요. 그걸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알려줘야 제대로 응용수학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최빈값은 신발 사이즈에 많이 사용해요. 남성의 신발 사이즈가 260~270 사이로 형성되거든요. 그럼 260~270이 최빈값이기 때문에 그 사이즈를 제일 많이 생산해요. 옷도 M, L를 제일 많이 생산하죠. 이런 것들 모두가 최빈값이 사용되는 경우에요.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대표할 수 있는 값은 평균이 될 수도 있고, 최빈값과 중간값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평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에요. 대표적인 평균의 함정이 평균 임금이죠. 00전자 임직원 평균 임금은 억대가 넘어가요. 그런데 ‘임’을 빼면 어떻게 될까요? 곧바로 수천만 원으로 내려갈 거예요. 임원의 평균 연봉이 수십억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학생들에게 평균을 유의미한 대푯값으로 사용하려면 구간을 잘라야 한다고 알려줘요. 우리나라 평균 기업 평균 초봉이라는 1차 재료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분류해서 초봉의 차이를 보여줘야만 제대로 된 대푯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삼성전자 임직원 평균임금 통계는 좋고 나쁨으로 기준을 나눌 때 ‘나쁜 통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단테: 구간을 나누지 않은 채 전체를 퉁 쳐버리는 평균은 나쁜 통계라고 부르기도 아까워요. 그냥 게으른 통계죠. 통계를 올바르게 구분하고, 바라보는 힘이 없다면 의미 없는 통계에 당할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이 단테 수업을 들으면서 통계 왜곡과 평균의 함정에 대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나요?
단테: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뉴스에서 나오는 통계 수치를 의심했다는 거예요. 전에는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을 왠만하면 사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통계도 의도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리고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도 있어요. 거캠은 기본적으로 팀 프로젝트가 우선시 되잖아요. 이 수업을 하기 전에도 통계 수업을 한 적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통계를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정치와 선거가 결합 된 수업 이후에 통계와 수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학생들도 느낀거죠. 좋은 통계를 사용할 때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더 큰 책임감을 느껴요. 통계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왜곡된 주장을 하기 쉬우니깐요. 학생들이 올바르게 통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학기 말 배움장터에서 통계를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꽤 뿌듯했습니다.
수학과 정치를 ‘통계와 평균의 함정’으로 접근하니깐 수학이 훨씬 재밌게 느껴지네요.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수학은 여전히 어려움의 대상일 것 같아요. 단테 입장에서 학생들이 문제 풀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단테: 저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도록 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학생들이 문제를 더 풀고 싶어해요. 저는 문제 풀이보다는 수학에 대한 이해를 더 강조합니다. 그러다보면 학생들 스스로 제대로 이해했는지 증명하고 싶어하죠. 그럴 때 문제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정답을 맞추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거죠. 문제 풀이가 주는 성취감은 확실해요. 본인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좋은 도구거든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동기부여에요. 무슨 일이든 왜 해야 하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면 어떤 좋은 말도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년 수업에서 예술과 수학을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다가 기하와 연계시켰어요. 사실 예술과 수학은 아주 밀접해요. 점과 선, 점과 면이 만나서 작품 조각상과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사례는 무수해요. 대표적으로 샤넬의 쌍곡선 로고를 예시로 들 수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우리가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끊임없이 해줘요. 그럼 학생 스스로 이해하고 성취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노력해요.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부딪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단테도 문제 풀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단테: 중요하죠. 중요한데, 문제 풀이를 기계적으로 하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에요.
결국 어떻게 성취를 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네요?
단테: 네. 계속 강조하는 얘기지만 학생들이 문제를 맞이했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풀이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요. 지금은 속도전만 강조하고 있어요. 특정 방법을 통해서 빠르게 푸는 방법이 입시에는 필요하지만 수학을 더 잘하기 위해선 “왜 이런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거지?”라는 고민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를 앞둔 학부모, 학생들은 문제 풀이를 잘 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테는 주로 응용수학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문제풀이 중심의 기초수학 분야가 조금 부족하다는 비판도 사람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단테: 제가 응용수학 중심으로 수업을 가르치는 것은 팩트에요. 하지만 거캠은 수학과 영어에서 분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 중에 기초 수학과 검정고시와 같은 수학 문제 풀이를 집중하고 싶으면 몰라(거캠은 수학 선생님이 두 분이다. 몰라는 단테와 함께 수학을 가르치는 코칭 선생님이다)와 함께 배울 수가 있어요.
끝으로 학생들에게 수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면서 거캠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단테: 수학은 결국 도구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길 바라죠. 수학이라는 도구를 칼로 비유한다면 요리를 할 때 쓰느냐, 아니면 흉기로 쓰느냐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통계와 평균의 함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통계를 제시할 수 있도록 사유하는 거캐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수학과 별개로 제가 공교육 선생님을 도전하지 않고, 거캠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교육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이미 성인이 된 우리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는거죠. 만약 다수 학생들이 부족하거나 그릇된 교육을 받으면 이게 점점 스노우볼처럼 커져서 결국에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좀 더 자유롭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거캠에서 미래에 대한 씨앗을 뿌리고 있어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좋은 결실을 맺길 간절히 바라면서요.
단테가 가르치고 싶었던 수학은 '어떻게 문제를 잘 푸는가'를 넘어서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가' 였습니다. 수학이라는 과목은 예전부터 참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준 과목입니다. 왜 배워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문제 풀이만 했어야 하니깐요. 거꾸로캠퍼스의 수학 교육 방식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미약하게나마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 풀이'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 으로 이해한다면 수학도 즐겁게 배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