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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교사의 의사소통

Gschool
2022-11-08
조회수 2216

1. 들어가며

  얼마전 한 유치원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이다.  간식으로 아이들에게 주스를 주었는데 한 아이가 남은 주스를 먹으려고 컵을 핥는 것을 보았단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네가 개냐? 컵을 핥게!"라고 소리칠 뻔 했지만, 가까스로 참고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주스가 많이 먹고 싶구나! 주스 더 줄까?" 이렇게 아이에게 말했다. 그런데 아이가 그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이 조금 전에 주스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마셔야 한다고 해서 다 먹었어요. 더 먹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대답하더란다. 만약에 그 선생님이 참지 못하고 처음에 올라온 생각처럼 아이에게 말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교사의 의사소통 역량과 방식은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거의 모든 교육 행위가 교사의 '말'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는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한다. 그러나 지식 전달 못지않게 의사소통을 통해 학생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이는 학생들의 학교 생활과 인성 형성의 측면까지 영향을 준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학생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와의 관계, 학부모나 지역 사회의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또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며, 이러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교육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교사의 의사소통 능력이나 방식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은 것같다. 교사들이 매년 받아야 하는 흔한 교사 연수 과목에서도 의사소통 교육의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이 글에서는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교사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사의 의사소통 대상은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교감이나 교장과 같은 관리자, 지역 사회의 이해관계자까지 매우 다양하겠지만 여기에서는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의사소통에 한정하였다. 의사소통 방식은 때와 장소에 따라 자유롭게 바꿀 수 없는 일종의 삶의 방식이고, 따라서 학생과 올바른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교사라면 교육을 중심으로 얽혀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2. 의사소통의 목적에 집중하자.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함께 생각해보기를 청한다. 
"오늘 누구와 어떤 의사소통을 하였는가? 그리고 그때 의사소통의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하며 삶을 만들어간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이러한 삶의 과정을 '협력적 의사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부버는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의사소통 방식에 따라  '나-그것' 그리고 '나-너'로 구분하였는데, '나-너'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유한 개인적 특성을 인정하고 타인과 함께 역동적으로 의사소통에 참여한다고 하였다. 부버는 진정한 의사소통이란 의사소통 참여자들이 지속적이고 복합적으로 협력하여 언어적 및 비언어적인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의사소통은 복잡하고 지속적이며 참여자들의 상호 협력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혹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나쁘게 보이는가에 상관없이, 항상 현재 보다 더 나은 또는 더 생산적인 다음 단계(next step)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의사소통에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글머리의 유치원 선생님 사례를 부버의 생각으로 풀어보자. 의사소통의 참가자는 유치원 선생님과 아이 - 돌보는 아이들 여러명이 의사소통에 참가할 수 있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컵을 핥았던 한 명의 아이만 생각하자 - 이렇게 두 명이다. 이 둘 사이에서는 선생님이 미처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의사소통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지속적인 의사소통 전체가 '둘 사이의 관계'라는 의미 형성의 재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의사소통은 '말'이라는 구어적 형태는 물론이고,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비구어적 형태를 모두 포함하여 복잡하게 진행되고, 한쪽 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흐르며,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서로가 협력하여 의미를 만들어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참여자가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 '다음 단계(next step)'를 위해 더 좋은 방향으로 '선택 할 수 있음' 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사례에서 유치원 선생님은 "네가 개냐? 컵을 핥게!" 라는 선택지와 "주스가 많이 먹고 싶구나! 주스 더 줄까?"라는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음을 자각하고 후자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다시 아이가 "선생님이 조금 전에 주스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마셔야 한다고 해서 다 먹었어요. 더 먹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면서 이 둘의 '관계'라는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례에서 여러분이 느끼는 것처럼 의사소통에서 '다음 단계를 위한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부버가 제안한 의미 형성을 위한 '다음 단계'를 '의사소통의 목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교사가 가져야하는 의사소통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교사가 추구해야할 의사소통의 목적으로 '안전한 공간(safe space)을 만들고 돌봄(care giver)의 관계를 만드는 것'을 제안한다. '안전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참가자들이 의사소통 과정에서 자신의 한 말이나 비구어적 표현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된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힘의 불균형이 생기기 쉬운 구조이므로, 적어도 학생들이 '내가 한 말로 인해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하지?'라는 걱정을 하지 않도록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의사소통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교사와의 힘의 불균형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판단, 조언, 비판, 비난, 가르치기 등을 내려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돌봄의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교사가 스스로 '돌봄을 주는 자(care giver)'라는 위치를 자각하고 이에 걸맞게 구어적, 비구어적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말하며, 나아가 학생들이 스스로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돌봄의 관계가 형성되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따라서 돌봄의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교사가 학생들을 존중하고,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말을 경청하는 교사의 태도이며, 공감하려는 자세이다.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돌봄의 관계를 만드는 것을 분리해서 설명했지만 사실 이 두가지 목적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때 의사소통 참가자들은 안전감과 안정감(심리적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의사소통에 참여한 참가자 모두 즉 교사와 학생 모두 안전감과 안정감(편안함)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이 참가자의 상호협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부버의 말에도 합치하는 것이다.


3. 목적을 이루는 교사의 의사소통

  그러면 어떻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돌봄의 관계를 형성한다는 의사소통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다시말해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하려면 교사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할까? 
사실 의사소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선택지가 자신에게 있음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의사소통의 질은 많이 달라진다. 습관적이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반응을 잠시 보류하고, 안정감과 안전감을 주기 위해 어떻게 의사소통 해야할 지 선택하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에서 예로 든 유치원 선생님은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네가 개냐? 컵을 핥게!"라는 말을 잠시 보류하고, 다른 방식의 의사소통을 선택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네가 주스를 다 먹고 컵을 혀로 핥은 것을 보았는데(관찰), 무엇때문인지 얘기해줄래?(부탁)"처럼 조금 더 낳은 선택지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교사가 흔히 대면하는 의사소통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자.

👂 의사소통의 시작은 경청

  사전에서 경청의 뜻을 찾아보면 '귀 기울여 듣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경청(傾聽)을 한자로 풀어보면 공경할 경(傾)과 들을 청(聽)으로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이란 의미를 갖는다. 공경은 상대를 공손히 받든다는 뜻이므로 다시 말해 경청이란 '상대를 공손히 받드는 마음으로 듣는 것'을 의미한다.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교사들이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여기서는 흔히 놓치기 쉬운 두 가지 면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경청은 상대의 '말(구어)'을 듣는 것 이상이라는 것이다. 의사소통에서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사회학자 알버트 메러비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메시지 전달에서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7%, 목소리의 음조, 억양, 크기 등이 38%, 비구어적인 태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55%이다. 탬플대학의 버드휘스텔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표정 등 인간의 몸짓을 의미하는 동작언어가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65~70%에 해당되고 음성언어는 불과 30~35%의 정보만을 전달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의 말을 경청할 때 말 이외의 표정, 목소리의 크기나 억양, 몸동작 등 비구어적 언어 또한 귀 기울여 경청해야 한다. 

  두번째는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있음을 알 수 있도록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눈을 바라보며 듣는 것,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간단한 감탄사로 듣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 등과 같은 비구어적 표현 등이 좋은 예이다. 이 외에 교사가 학생의 말을 경청하고 있음을 알리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구어적인 반영(mirroring)이 있다. 반영이란 학생의 말과 행동에서 표현된 감정이나 생각 및 태도를 교사가 들은데로 되돌려 말해주는 것이다. 서두의 사례에서 유치원 선생님이 "네가 주스를 다 먹고 컵을 핥는 것을 보았는데"라고 말한다면 이는 행동을 관찰하여 반영해준 것이고, 아이의 말을 듣고 "선생님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먹으라고 해서 그런 거구나. 그래서 더 먹고 싶지는 않구나"라고 말한다면 이는 아이의 말을 반영해 주는 것이다.

  교사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음을 느끼면 학생들은 자신이 교사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의사소통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교사에게 더 깊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게 되고, 이러한 의사소통과정에서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의사소통의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다가가는 대화

  인간관계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워싱턴 대학교 심리학 명예 교수 존 가트만 박사는 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의사소통의 질이며, 의사소통을 분석하면 관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였다. 특히 그는 상대가 말을 걸어올 때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의사소통 방식을 '원수 되는 대화', '멀어지는 대화', '다가가는 대화'로 구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소통과 관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였다. 한 학생이 "선생님 이번 시험 망쳤어요!"라고 말을 걸었을 때, 각각의 의사소통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자. 

  '원수 되는 대화'란 상대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박하거나 비웃는 것을 말한다. 만약 교사가  "내 그럴 줄 알았다. 수업 시간에 맨날 딴짓 하더니!" 와 같이 말했다면 원수 되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학생은 자신의 감정을 교사가 무시했다고 느끼고 비난받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멀어지는 대화'는 상대의 말과 관계 없는 말로 화제를 바꾸거나 주제와 관계없는 말을 하는 것이다. 멀어지는 대화 방식으로 의사소통 하는 교사는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이럴 시간에 빨리 가서 내일 시험볼 과목이나 공부해"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학생을 위로하는 것같지만 역시 학생의 감정을 일축하고, 내일 시험볼 과목에 대한 공부로 대화 주제를 전환하고 있다. 이때 학생은 무시 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어쩌면 '나와 대화하는 것이 귀찮으니 빨리 가라는 얘기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가가는 대화'란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관심을 표현하거나 감정을 수용하고 공감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만약 교사가 "아! 기대한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같아 걱정이 되는구나. 많이 속상하겠네"라고 했다면 다가가는 대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학생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며, "아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해서 선생님께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정말 속상해요"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 더 얘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의사소통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은 친밀감을 형성하고, 대화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다가가는 대화는 수업 상황에서도 필요하다. 고등학교때 직접 경험한 일을 하나 소개하겠다. 적분을 배울 때 이해하지 못한 것을 선생님께 질문한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는 조금 전 수업에서 설명한 것과 똑같이 내게 다시 설명을 해주셨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혼자 끙끙거리다 다시 한번 같은 문제를 질문했다. 선생님은 이번에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아까와 똑같은 설명을 다시 해주셨다. 목소리에 묻어있는 짜증과 화를 느끼며 열심히 이해하려고 하였지만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번째 다시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선생님은 정말 화를 많이 내시면 내 뺨을 때리셨다. 체벌이 용인되었던 때의 지난 이야기이고, 지금은 이런 일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교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의 질문에 대한 교사의 대응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나 또한 교사가 되고 한참동안 마찬가지 방식 즉 수업시간에 설명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다시 설명하거나, 다른 예를 보태어 설명하던지, 아니면 조금 간추려 설명하는 방식으로 질문에 답변했었다. 그런던 어느 날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이 문제가 어렵게 느껴지는구나. 네가 이해한 것을 먼저 말해 줄 수 있겠니?"라며 다가가는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질문에 대응하는 나의 방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그리고 학생들과의 거리를 얼마나 멀게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질문한 학생은 자신이 이해한 부분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구분하여 설명하였고,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빠르게 학생의 이해를 도와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관찰한 것만 말하기 그리고 겸손하게 질문(부탁)하기 

  교사가 학생들의 말에 응답할 때만 의사소통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훈육을 위해 학생들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학생들에게 질문할 때도 좋은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복도에서 심하게 장난치는 아이를 발견했다고 하자. 어떻게 말할 것인가? 
"철수야! 한동안 잘 하는 것같더니 또 이러네. 이렇게 복도에서 장난치고 뛰어다니고. 듣자하니 얼마전에는 여학생들에게 욕을 했다면서. 너 지난번에 선생님하고 잘 하기로 약속했잖아. 도대체 언제 철들래?"와 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의 내면에는 학생을 선도하려는 선한 의도와, 알아듣도록 말하면 학생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학생의 입장에서는 교사가 자신의 행동과 인격을 판단하고 있고("한동안 잘 하는 것같더니 또 이러네"), 자신의 인격을 폄하하고 자신을 비난("도대체 언제 철들래")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충동에 휩쓸리기 쉬운 청소년이라면 이럴 때 반발하는 마음이 생기고 이를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출할 수도 있다. 교사는 학생을 생각하는 선한 의도로 한 것이지만 이처럼 학생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의사소통 방식은 저항감과 반발심만 일으켜 관계를 훼손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학생의 행동을 판단하거나 비난, 질책 또는 가르침을 주는 방식보다는 관찰한 사실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학생의 생각이나 의도를 물어보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들면 "복도에서 뛰는 것을 보았는데(관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질문/부탁)"와 같은 방식으로 의사소통 하는 것이 좋다. 판단이나 비난의 언어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학생들은 "조금 급한 일이 있어서 뛰었는데 다음부터는 안그러겠습니다."와 같이 답하게 된다. 만약 학생이 "영수가 저를 놀리고 도망가서 화가 나서 잡으러 뛰어갔어요."와 같이 말했다면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더 크게 악화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훈육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하던지 무조건 수용하고 훈육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또 학생들에게 절대 싫은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아니다. 교사가 미리 판단하고, 판단을 바탕으로 비난하거나 조언하는 것은 효과가 좋은 의사소통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돌봄의 관계를 형성한다는 의사소통의 목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앞의 예시와 같이 '관찰한 사실만을 말하고, 겸손(humble)하게 질문하거나 부탁'하는 의사소통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럼 '관찰한 사실만을 말한다'는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비폭력대화를 개발한 마셜 로젠버그는 이에 대해 "관찰한 사실만 말하라는 것은 완전히 객관적이 되어 평가를 결코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찰과 평가를 분리하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교사가 관찰 즉 보거나 들은 것에 평가를 섞으면 학생들은 이것을 비판이나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저항감을 갖기 쉽다. 관철과 판단을 분리하여 말하려고 노력하자. 예를 들어 "너는 어떻게 맨날 지각이냐" 대신에 "10분 늦었네. 이번주에 오늘까지 세번 지각했어."와 같이 사실만을 담당하게 전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언제나, 한번도, 결코, ~한 적이 없다. ~할 때마다, 자주, 맨날, 항상, 좀처럼~하지 않는다' 등의 말들은 판단이다 평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말들을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겸손하게 질문(부탁)하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조직심리학의 대가인 MIT 슬론 경영대학원 애드거 샤인 교수는 겸손한 질문을 "모르는 것을 알아내고 복잡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관계를 심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샤인 교수는 질문의 목적이 관계를 심화하는 것 즉 의사소통의 목적인 안전감과 안정감을 주는 것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하여 모르는 것을 알아내거나 복잡한 상황을 파악하는 질문을 '겸손한 질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시말해 겸손한 질문은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며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물어보는 질문이다. 교사가 학생이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하거나 학생의 답이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하는 질문한다면 이는 겸손한 질문이 아니다. 지각한 학생에게 "너 지금 몇 시니? 학교에 몇시까지 와야 하는지 몰라?"라고 질문을 가장한 비난을 하는 것은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대신에 "무엇 때문에 지금 오는지 얘기해 줄 수 있겠니?"와 같이 의사소통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정말 궁금해서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는 질문 또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면 질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슷하게 부탁을 가장한 명령 또한 관계를 훼손하기 쉽다. 만약 "조용해 해 줄래?"라고 말하고, 학생들이 떠들었다고 말한다면 애초에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한 것이다. 겸손하게 부탁한다는 것은 부탁을 위장한 명령이 아니라 진심어린 마음으로 하는 부탁을 말한다. 부탁을 학생이 거절했을 때에도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지 않고 평온했을 때에만 겸손한 부탁을 한 것이다. 거절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면 겸손한 부탁이라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진심이다. 아이들은 상대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느끼는 직감이 교사들보다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4. 맺으며

  학교와 같은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관계는 의사소통에 의해 이루어지며, 교사의 의사소통 방식이 학생들간의 의사소통 방식과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교사의 의사소통은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 교사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하는지 간략하게나마 이야기 해보았다. 논의 내용을 정리하면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하기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의사소통의 목적을 항상 자각하는 것이다. 이때 의사소통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돌봄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며, 의사소통을 통해 학생들이 안전감과 안정감(편안함)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소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경청', '다가가는 대화', '관찰한 것만 말하고 겸손하게 질문(부탁)하기'의 세 가지를 제안하였다.

  '경청'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교사가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하고 근본이 되는 기술이다. 학생들에게 말하고 가르치기 이전에 학생들의 구어적, 비구어적 표현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말을 걸어오거나 어떤 행동을 보였을 때, 교사는 관심을 보이고, 학생들의 감정을 수용하고 공감하여야 한다. 세계적인 관계의 권위자인 존 가트만 박사는 이를 '다가가는 대화'라고 명명하였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의사소통을 시작했을 때 다가가는 대화로 반응함으로써 교사와 학생 모두 안전하고 편안한 의사소통을 경험할 수 있고, 친밀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먼저 의사소통을 시작할 때는 관찰한 것만 말하거나 겸손하게 질문(부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교사의 평가가 포함된 경우 사실을 말할 때조차 학생들은 비판이나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반발심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관찰한 것만 말한다는 것은 교사의 판단을 관찰에 포함하여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겸손하게 질문(부탁)한다는 것은 정말 모르는 것만 물어보거나, 거절당하더라도 불편하지 않는 부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주로 교사와 학생의 의사소통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그러나 의사소통 방식은 하나의 생활습관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바꿔 입을 수 있는 옷과는 다르게 몸에 익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드러나는 삶의 방식이다. 따라서 학생과의 관계에서 잘 형성된 의사소통은 그대로 동료교사, 관리자, 학부모나 지역사회 관계자와의 의사소통에서도 나타나며, 교사가 가장 많이 대하는 '학생들과 어떤 의사소통을 하느냐'는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의사소통을 하느냐'로 이어진다. '의사소통은 지속적이고 상호 협력적으로 진행되며 의미를 만든다'는 부버의 연구는 좋은 의사소통의 결과 만들어지는 안전하고 편안한 관계의 최대 수혜자가 자기 자신임을 웅변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안전한 공간과 돌봄의 관계를 만드는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은 결국 삶의 모든 관계에서의 안전과 편안함이라는 열매로 돌아온다. 이것이 교사가 더욱 의사소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문헌]
최성애, 존 가트만,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해냄출판사, 2020.
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대화>, 캐서린 한(역), 한국NVC센터. 2014.
강선보, <마르틴 부버 만남의 교육철학>, 박영스토리, 2018.
애드거 샤인, 피터 샤인, <리더의 질문법>, 노승영(역), (주)도서출판 푸른숲, 2022.
에이미 에드먼슨, <두려움 없는 조직>, 최윤영(역), 다산북스, 2022.



최명길 선생님은....
청소년임상상담심리를 전공(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하고, 
자신이 배운 비폭력대화, 감정코칭, HeartMath 회복탄력성 등을 

실천하고 나누며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위촉 관계조정위원과 서울시교육청 위촉 관계회복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20년 넘는 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주체가 보다 행복하기 위한 의사소통에 대해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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