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레터 코-레터는 다양한 교육관계자 이야기를 나누고자 [릴레이 에세이]를 시작합니다.
이번 원고를 보내주신 신수경 님은 자신을 아래와 같이 소개해주었습니다.
' 모든 사람이 마음껏 ‘잠재력을 펼치는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7년 동안 교육&심리 분야에 종사하며 사람들의 자아탐색을 돕고 있습니다.'
수경님의 교육이야기 함께 나눠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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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바다로 가는 방법 <감정기반 자아탐색>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 '기업가정신 교육'으로 청소년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 파견 강사로 소속되어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 일이어서 '진로교육'으로도 청소년을 만나고자 다른 기관에도 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콘텐츠진흥원과 달리 교안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교육의 최종 목표는 '커리어 로드맵을 만드는 것'인데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어보는 활동이었습니다. 전 이 콘텐츠를 진행할 때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청소년기에 목표 직업을 정하라는 것이 어른들의 일방적인 강요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꿈이 없다며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현장에서 많이 만났습니다.
목표 직업을 정하는 방식의 진로교육을 보며 '이게 최선일까? 더 의미 있는 진로교육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 의문이 들었을 초기에는 저의 경험과 역량이 아직 부족하여 마땅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후, 교육용 보드게임 개발자로, 세계시민교육 콘텐츠 개발자로 일하며 계속 교육 분야에 있었습니다. 저는 하나의 직업을 갖는 대신 '사람들의 잠재력 개발을 돕는다.'라는 목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잠재력 개발을 위해 씨를 뿌리고 양분을 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씨를 뿌리고 퇴비를 충분히 해도 토양이 비옥하지 않으면 식물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람도 교육적 인풋이 아무리 풍족해도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성장이 더디며 교육 효과가 낮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를 깨달은 후, 저는 사람들의 잠재력 개발을 돕기 위해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로 전환했고, 심리 상담 분야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로를 잘 꾸려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마음이 필수이고, 청소년기 때는 다른 무엇보다 이것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교육적으로 많은 인풋을 받고 있지만, 건강한 마음을 갖기에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감정기반 자아탐색>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감정기반 자아탐색>으로 제가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 진로를 찾기 위한 첫걸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야. 그리고 너의 마음에 있는 원하는 것을 진실되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하지.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이미 너의 마음속에 있단다. "
<감정기반 자아탐색>으로 3년 동안 청소년을 만나며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실효성, 사업성,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어른들의 질문부터 호기심, 관심이 가득한 청소년들의 질문까지. 그중에 의미 있었던 질문 3가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선생님은 뭐가 제일 두려우세요?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수업을 할 때, 청소년에게 받았던 질문입니다. 1:1로 짝을 이루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부러워하는 것, 두려운 것, 원하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짝이 된 청소년이 저에게 "선생님은 뭐가 제일 두려우세요?"물었습니다. 이 질문을 받으면 비둘기라고 답해야지라고 사전에 생각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순수한 눈빛으로 진실되게 물어보는 청소년 앞에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그렇게 30초 정도의 정적이 흘렀고, 그 잠깐 동안 저는 저의 마음 깊은 곳과 연결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할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워."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진짜 동기'를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마주하면서 깨우쳤습니다. 저 역시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며 때로는 저의 감정을 마주하고 이를 통해 제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2. 제가 엄마에게 매번 져줘야 하는 걸까요?
고등학교에서 진로 수업을 할 때, 한 청소년이 고민 사연을 제출했습니다. 최근 들어 엄마랑 의견 충돌이 잦아 자주 싸우는데, 자신이 매번 져준다고 계속 그래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용기 내어 고민을 말해 준 청소년에게 "아니, 그럴 수 없지.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점점 성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펴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님께 여전히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있어 그 충돌로 고민이 생겼을 텐데, 지혜롭게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하니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은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았을 때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꾸려갈 힘'이 생긴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했던 순간이었습니다.
#3. 청소년에게는 어렵지 않나요?
감정을 알아차리며 자신의 욕구를 탐색하는 <감정기반 자아탐색>에 대해 듣고, 어른들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청소년이 직접 감정을 알아차리고 욕구 탐색하는 활동은 어려울 것 같으니 강사님이 예를 들면서 그냥 말로만 설명하면 어때요?"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감정을 다루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만, 청소년에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특수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을 했었습니다. 20살 남짓의 발달장애 학생들을 가르쳤고, 학기말에 <감정기반 자아탐색>을 했습니다. 사실 감정, 욕구 단어가 어려운 게 있어 내심 걱정했던 것과 달리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진솔하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저에게 필요한 욕구를 찰떡같이 찾아 "신수경 선생님은 여유"라고 말해주던 학생도 있었습니다. <감정기반 자아탐색>은 그 내용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 저와 청소년 사이에서 신뢰가 잘 형성되어야만 효과가 있는 콘텐츠라는 걸 느낍니다.
교육 현장에서 있다 보면, 청소년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 때로는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마주합니다. 그럼에도 청소년을 만나면서 제일 보람 있을 때는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는 것'의 재미를 맛볼 때입니다. 신뢰를 통해 마음을 열어주는 청소년들이 있을 때, 저는 다시 현장에 있을 이유와 힘을 얻습니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지만, 우리는 자신을 아껴주고 신뢰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많을수록 고통의 바다에서 행복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청소년을 만나며 느끼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잠재력 개발을 돕기 위해 일하고 있지만,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받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청소년과 함께하며 무럭무럭 성장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제 인생은 '축복받은 인생이구나!'를 새삼 느낍니다. 여러분의 인생에도 주변 사람들과 신뢰와 사랑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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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회 다양한 교육관계자의 릴레이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수경님 이야기를 보고 더 이야기 나누고 싶거나, 나의 교육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코레터 편집팀으로 연락주세요!
교육레터 코-레터는 다양한 교육관계자 이야기를 나누고자 [릴레이 에세이]를 시작합니다.
이번 원고를 보내주신 신수경 님은 자신을 아래와 같이 소개해주었습니다.
' 모든 사람이 마음껏 ‘잠재력을 펼치는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7년 동안 교육&심리 분야에 종사하며 사람들의 자아탐색을 돕고 있습니다.'
수경님의 교육이야기 함께 나눠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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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바다로 가는 방법 <감정기반 자아탐색>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 '기업가정신 교육'으로 청소년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 파견 강사로 소속되어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 일이어서 '진로교육'으로도 청소년을 만나고자 다른 기관에도 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콘텐츠진흥원과 달리 교안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교육의 최종 목표는 '커리어 로드맵을 만드는 것'인데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어보는 활동이었습니다. 전 이 콘텐츠를 진행할 때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청소년기에 목표 직업을 정하라는 것이 어른들의 일방적인 강요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꿈이 없다며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현장에서 많이 만났습니다.
목표 직업을 정하는 방식의 진로교육을 보며 '이게 최선일까? 더 의미 있는 진로교육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 의문이 들었을 초기에는 저의 경험과 역량이 아직 부족하여 마땅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후, 교육용 보드게임 개발자로, 세계시민교육 콘텐츠 개발자로 일하며 계속 교육 분야에 있었습니다. 저는 하나의 직업을 갖는 대신 '사람들의 잠재력 개발을 돕는다.'라는 목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잠재력 개발을 위해 씨를 뿌리고 양분을 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씨를 뿌리고 퇴비를 충분히 해도 토양이 비옥하지 않으면 식물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람도 교육적 인풋이 아무리 풍족해도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성장이 더디며 교육 효과가 낮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를 깨달은 후, 저는 사람들의 잠재력 개발을 돕기 위해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로 전환했고, 심리 상담 분야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로를 잘 꾸려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마음이 필수이고, 청소년기 때는 다른 무엇보다 이것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교육적으로 많은 인풋을 받고 있지만, 건강한 마음을 갖기에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감정기반 자아탐색>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감정기반 자아탐색>으로 제가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 진로를 찾기 위한 첫걸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야. 그리고 너의 마음에 있는 원하는 것을 진실되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하지.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이미 너의 마음속에 있단다. "
<감정기반 자아탐색>으로 3년 동안 청소년을 만나며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실효성, 사업성,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어른들의 질문부터 호기심, 관심이 가득한 청소년들의 질문까지. 그중에 의미 있었던 질문 3가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선생님은 뭐가 제일 두려우세요?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수업을 할 때, 청소년에게 받았던 질문입니다. 1:1로 짝을 이루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부러워하는 것, 두려운 것, 원하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짝이 된 청소년이 저에게 "선생님은 뭐가 제일 두려우세요?"물었습니다. 이 질문을 받으면 비둘기라고 답해야지라고 사전에 생각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순수한 눈빛으로 진실되게 물어보는 청소년 앞에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그렇게 30초 정도의 정적이 흘렀고, 그 잠깐 동안 저는 저의 마음 깊은 곳과 연결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할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워."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진짜 동기'를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마주하면서 깨우쳤습니다. 저 역시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며 때로는 저의 감정을 마주하고 이를 통해 제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2. 제가 엄마에게 매번 져줘야 하는 걸까요?
고등학교에서 진로 수업을 할 때, 한 청소년이 고민 사연을 제출했습니다. 최근 들어 엄마랑 의견 충돌이 잦아 자주 싸우는데, 자신이 매번 져준다고 계속 그래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용기 내어 고민을 말해 준 청소년에게 "아니, 그럴 수 없지.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점점 성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펴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님께 여전히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있어 그 충돌로 고민이 생겼을 텐데, 지혜롭게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하니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은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았을 때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꾸려갈 힘'이 생긴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했던 순간이었습니다.
#3. 청소년에게는 어렵지 않나요?
감정을 알아차리며 자신의 욕구를 탐색하는 <감정기반 자아탐색>에 대해 듣고, 어른들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청소년이 직접 감정을 알아차리고 욕구 탐색하는 활동은 어려울 것 같으니 강사님이 예를 들면서 그냥 말로만 설명하면 어때요?"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감정을 다루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만, 청소년에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특수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을 했었습니다. 20살 남짓의 발달장애 학생들을 가르쳤고, 학기말에 <감정기반 자아탐색>을 했습니다. 사실 감정, 욕구 단어가 어려운 게 있어 내심 걱정했던 것과 달리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진솔하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저에게 필요한 욕구를 찰떡같이 찾아 "신수경 선생님은 여유"라고 말해주던 학생도 있었습니다. <감정기반 자아탐색>은 그 내용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 저와 청소년 사이에서 신뢰가 잘 형성되어야만 효과가 있는 콘텐츠라는 걸 느낍니다.
교육 현장에서 있다 보면, 청소년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 때로는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마주합니다. 그럼에도 청소년을 만나면서 제일 보람 있을 때는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는 것'의 재미를 맛볼 때입니다. 신뢰를 통해 마음을 열어주는 청소년들이 있을 때, 저는 다시 현장에 있을 이유와 힘을 얻습니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지만, 우리는 자신을 아껴주고 신뢰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많을수록 고통의 바다에서 행복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청소년을 만나며 느끼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잠재력 개발을 돕기 위해 일하고 있지만,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받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청소년과 함께하며 무럭무럭 성장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제 인생은 '축복받은 인생이구나!'를 새삼 느낍니다. 여러분의 인생에도 주변 사람들과 신뢰와 사랑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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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회 다양한 교육관계자의 릴레이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수경님 이야기를 보고 더 이야기 나누고 싶거나, 나의 교육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코레터 편집팀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