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티는 지난 2023년 2모듈(이하 2학기)에서 ‘AI 시대 속에서 나의 진로 찾기’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수업의 핵심은 AI 시대를 대표하는 ChatGPT와 영어 수업을 연계하는 것이었습니다. ChatGPT와 영어 수업의 연계라니? 선뜻 와닿지 않은 두 가지를 하나로 엮어낸 예티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편집팀 (이하 생략) : 안녕하세요, 예티. 코레터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해리. 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저는 2019년부터 거꾸로캠퍼스에서 근무했어요. 당시에는 정규 교사는 아니었고, 일주일에 3번 정도 학생들과 스몰토크 형식으로 수업을 운영했어요. 그땐 제 사업이 중요했거든요. 그러다가 2020년 당시 헤드티처였던 에코에게 정식 합류 제안을 받았고, 그 해 3모듈부터 거캠과 함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벌써 5년 정도 근무하신 거네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반학교와 거캠의 영어교육에 관한 차이점을 묻고 싶어요.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마 예티도 한국 공교육을 배웠을 텐데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운영하고 계신가요?
어… 저는 사실 외국에서 태어났어요😅 모로코 알고 계신가요? 저는 모로코에서 태어났고 지속적으로 한국과 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어요. 스리랑카, 뉴질랜드, 이탈리아의 국제학교를 다녔고 이탈리아 국제 고등학교를 졸업했죠.
아!! 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셨군요. 제 예상이 완전히 틀려버렸네요. 그럼 예티는 기본적으로 입시에 매몰된 한국 교육환경에는 노출되지 않았네요?
아니죠. 저도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 받았어요. 외국과 한국을 오갔기 때문에 중간중간 국내 중, 고등학교를 다녀야 했거든요. 그래서 한국 특유의 시험 스트레스 다 겪어봤어요.😂
한국과 외국의 교육 환경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한국은 무조건 입시 위주였기 때문에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다시 들어오면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굉장히 심했어요 (예티는 중, 고교 시절 국내에서도 학업 성적이 매우 우수했다고 합니다).
그럼 해외 국가와 한국의 교육 현실이랑 비교가 가능했겠네요?
되게 많이 비교가 되죠. 한국에서는 항상 시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원과 과외를 다녔고, 늘상 문제집을 달고 살았어요.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했고요. 물론 해외에서도 시험이 있긴 하지만 영어 수업을 예시로 들면, 한국에서는 문법 배우고, 영어 단어 외우고, 지문 읽기의 반복이었어요. 반면 외국에서는 셰익스피어를 읽고, 소설을 읽고 그 내용을 분석해서 에세이 작성과 함께 토론하고 연극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한국 대학의 영어영문학과와 비슷한 것 같네요?
맞아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자랑 같지만 저는 한국에서 명문대학교의 영문학과에 진학을 했거든요. 그때 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대강당에 몇 십 명이 앉아서 교수님이 책 하나 펼쳐서 읽어주고, 밑줄치는 방식으로 가르쳐줬거든요. 명문대, 명문학과의 교수님이 그런 방식으로 가르치는 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충격이에요. 물론 좋은 교수님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수업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대학 수업조차도 중, 고등학교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죠.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 덕분에 자연스럽게 한국 공교육의 영어 교육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꼈잖아요. 그럼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했을 때,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영어교육을 이끌어 가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거캠은 목적 자체가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가르치는 곳이 아니잖아요. 저는 학생들이 모든 주제에 관해서 글로벌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수업시간에 정말 다양한 해외 자료들과 사례를 갖고 와서 학습 자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그럼 해외의 자료들을 읽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영어 단어를 필수적으로 외워야 합니다. 매주 세트로 학생들이 외워야 할 필수 단어들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건 기초 중에 기초여서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일반 공교육에서는 지문 읽기, 문법 틀린 거 가려내기에 집중하잖아요. 그래야 수능을 잘 볼 수 있으니까요. 저희도 지문을 읽어요. 근데 그 지문이 바로 어제 나온 뉴스, 이번 주에 가장 핫했던 이슈들이에요. 어떤 사회 문제가 있는데 해외에서는 이런 솔루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한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꾸 노출시켜주는 거예요.
예티가 추구하는 영어교육의 방식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한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거였네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처음부터 이렇게 어려운 시사 내용을 수업 자료로 사용하면 학생들한테 영어 수업이 어렵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작년 AI 수업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알파고, ChatGPT 정도를 아는 수준일 텐데 예티가 제공한 프레스턴 대학교의 연구보고서는 너무 전문적인 내용들이 적혀있어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맞아요. 그래서 기본 지식 배경부터 쌓아야만 하는 거죠. 수업에는 정확한 단계가 있어요. 우선 들어가기 단계에서는 AI에 관한 아주 일반적인 기사를 읽어봐요. 다음으로 ChatGPT를 직접 사용해보는 거죠. 거캠 학생들 중에 ChatGPT에 이미 익숙한 아이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으니까 직접 사용해서 AI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습득하는 거죠. ChatGPT에게 직접 영어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하면서 ChatGPT가 되게 똑똑하다는 걸 스스로 느끼는 거예요.
이렇게 AI 시대에 가장 유명한 플랫폼을 통해서 사고가 확장되면, 그다음으로 2023년도에 AI 기술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찾게 해보는 거예요. 그럼 학생들이 직접 찾아본답니다. 해외 사이트를 뒤져보기도 하고, 국내 기사를 찾아보는 작업을 스스로 하는 거예요. 그리고 마인드맵 그리기를 통해서 본인들이 찾은 AI 기술에 대해서 자유롭게 적는 거예요. 저는 또다시 질문을 던지죠. “10년 뒤에 AI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이렇게 물으면 학생들은 앞서 행동했던 것처럼 똑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AI에 관한 기초 상식, 쉬운 기사를 접해서 단계적으로 본질에 대해 접근시키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이슈를 따라잡을 수 있어요.
제가 수업을 하다가 놀라웠던 것은 학생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졌다는 점이에요. ChatGPT를 써보셨다면 아실 거예요. 답변은 빠르지만, 틀린 내용이 많다는 걸요. 아이들도 몇 번 사용해보더니 곧 깨닫고 ChatGPT의 답변을 무작정 믿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거죠. 그럼 또다시 사유가 확장되는 거예요. ChatGPT에게 올바른 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영어 기반의 ChatGPT에게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해야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거죠.
예티 얘기를 듣다 보니깐 제가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지네요🤣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들었다면 저도 학창 시절에 영어를 열심히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더 반론을 제기해보자면, 한국 교육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문법에 잘 맞는 대화를 구성하고 틀린 지문을 찾는 거잖아요. 이런 것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되게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요?
해리는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영어 단어를 주구장창 외우고, 문법을 배운다고 해서 실질적 소통에 적용 가능한 게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문법과 단어를 모두 알고 나서 조합을 해야만 그 문장을 가지고 소통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AI 시대잖아요. 한번 상상해보세요. 거캠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이 영어를 언제 사용할까 떠올려봤을 때 언제일 것 같으세요?
갑작스럽게 질문이 들어오니 되게 당황스럽네요😅 음… 외국인 친구 만날 때나 쓰이지 않을까요?
네, 그렇죠. 또 언제 쓰겠어요? 직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겠죠? 외국 기업과 이메일로 소통한다던가 비즈니스 메일을 보낸다든지 하겠죠. 그런 문서 작업을 할 때, 혹은 미팅을 할 때 사용할 확률이 높은데 지금은 그런 업무를 AI가 다 해주고 있거든요. 이런 작업을 누가 문장 하나씩 하나씩 고등학교 때 배웠던 단어랑 문법을 떠올리면서 이메일을 쓸까요? 문법을 틀리게 기본 문서를 작성해도 ChatGPT가 문법에 맞춰서 수정해주는 시대가 온 거예요.
게다가 ChatGPT의 순기능이 또 하나 있어요. 굉장히 민주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거든요. 과거 영어교육이 문법, 단어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ChatGPT 하나로 자신의 수준에 맞게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ChatGPT와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면 ChatGPT 스스로 우리의 영어 실력을 파악해요. 그럼 묻는 질문에도 제 수준에 맞게 답변해주고, 어려운 기사를 쉽게 요약해달라고 하면 그것도 제 수준에 맞춰서 읽을 수 있도록 요약해주는 거죠. ChatGPT 하나로 천차만별 영어 실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는 의미예요.
그뿐인가요? 내가 한 달 뒤에 외국 여행을 가야 해요. 혹은 외국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식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 생겨요. 그런 상황을 ChatGPT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연습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은 개인 선생님을 통해서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 왜 틀린 지문 찾기, 문법 맞추기에 집착해야 하나요?
오히려 정말 중요한 건 ChatGPT의 활용 능력을 키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방금 전에도 제가 말했지만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잖아요. ChatGPT도 완벽하지 않아요. 내가 묻는 정보에 틀린 답을 줄 수 있고, 편향적인 답이 돌아올 수 있거든요. 오히려 저는 ChatGPT를 비판적으로 잘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 원활한 소통을 돕는 영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영어 툴을 기반으로 한 ChatGPT를 우리가 개인 비서로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래서 과거의 방식으로 영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ChatGPT라는 존재가 완전 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류를 검증하기 위해선 영어 실력을 키워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상대와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된다는 거죠?
바로 그거예요. 그게 핵심인 거죠. ChatGPT를 활용함과 동시에 비판적 사고를 함으로써 스스로 영어학습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근데 학생들이 이 상황을 엄청 빠르게 흡수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ChatGPT를 사용하기만 하면 모든 영어 소통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몇 번 사용하다 보니 검증이 필요한 오류가 발생한 거죠. 학생들이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완전히 믿을 수 없는 ChatGPT의 영어 답변을 검증하기 위해 스스로 영어 실력을 키우는 거예요.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 능력이 향상되는 거죠.
저는 학생들에게 ChatGPT를 통한 영어교육을 하면서 항상 강조한 게 있어요. 최종 결정자는 바로 너다. 네가 오케이 하지 않으면 ChatGPT가 준 정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도 스스로의 책임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크로스 체킹을 해요. 저는 영어 기반 툴인 ChatGPT가 영어 교육의 판을 바꿀 수 있는 혁명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AI 시대는 더 가속화될 거예요. 그에 따른 문제점도 있겠지만, 영어 교육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민주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ChatGPT가 이렇게 영어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지 상상도 못했네요. 한 가지 궁금한 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ChatGPT 활용 능력과 최종 평가 항목인 에세이 작문에서 향상된 실력을 보여줬나요?
그럼요. 솔직히 말하면 학생들마다 격차가 있어요. 처음부터 ChatGPT를 잘 활용해서 훌륭한 에세이를 써온 애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잖아요. 누가 봐도 ChatGPT가 쓴 걸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한 것처럼 제출한 에세이도 있었거든요. 그때 저는 허투루 넘기질 않아요. 네가 쓴 에세이에서 몇몇 부분을 좀 더 수정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요구를 하죠. 그럼 ChatGPT에게만 의존하던 학생들이 조금씩 더 나은 결과물을 가져오기 위해서 노력을 해요.
또 거캠만의 영어 교육에 거미줄 토론이 있어요. 팀별로 토론을 하는데 최소 3번 이상 발언에 참여해야 하고, 참여자 중 한 명이 토론이 이어질 때마다 토론한 인물 간 줄을 긋는 거죠. 여기 사진 한번 보세요. 이렇게 학생들이 난상토론을 영어로 이어간 거예요. 이것도 ChatGPT 도움이 컸어요.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물어봐서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지고, 아이들 스스로 더 많은 단어들을 스스로 찾게 되는 거죠.
이렇게 얘기를 듣다 보니 예티는 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싶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소통에 있다는 거였어요. 외국인 친구를 만났을 때, 외국 기업과 일할 때 모두 대화를 해야 하는데 소통만큼 중요한 게 없잖아요. 영어 문법과 틀린 지문 찾는 공부를 할 시간에 ChatGPT를 통해서 비판적 대화도 해보고, 빠른 정보 처리 능력도 기르는 게 더 낫다는 걸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예티.
아니에요. 오늘 인터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래요.
예티와의 모든 인터뷰를 담을 수 없어서 생략된 내용도 있었지만, AI시대에 영어교육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ChatGPT는 영어로 소통하는 역량을 키우는데 최적의 개인 비서가 될 것이고, 비판적 사고까지 기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깐요. 예티의 ChatGPT와 함께하는 영어 교육 방식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harry@gschool.kr로 의견을 전해주세요!! 다음 교육에세이는 예티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예티의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음 교육에세이도 꼭 함께 해주세요[JBLee1] .😆
예티는 지난 2023년 2모듈(이하 2학기)에서 ‘AI 시대 속에서 나의 진로 찾기’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수업의 핵심은 AI 시대를 대표하는 ChatGPT와 영어 수업을 연계하는 것이었습니다. ChatGPT와 영어 수업의 연계라니? 선뜻 와닿지 않은 두 가지를 하나로 엮어낸 예티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편집팀 (이하 생략) : 안녕하세요, 예티. 코레터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해리. 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저는 2019년부터 거꾸로캠퍼스에서 근무했어요. 당시에는 정규 교사는 아니었고, 일주일에 3번 정도 학생들과 스몰토크 형식으로 수업을 운영했어요. 그땐 제 사업이 중요했거든요. 그러다가 2020년 당시 헤드티처였던 에코에게 정식 합류 제안을 받았고, 그 해 3모듈부터 거캠과 함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벌써 5년 정도 근무하신 거네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반학교와 거캠의 영어교육에 관한 차이점을 묻고 싶어요.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마 예티도 한국 공교육을 배웠을 텐데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운영하고 계신가요?
어… 저는 사실 외국에서 태어났어요😅 모로코 알고 계신가요? 저는 모로코에서 태어났고 지속적으로 한국과 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어요. 스리랑카, 뉴질랜드, 이탈리아의 국제학교를 다녔고 이탈리아 국제 고등학교를 졸업했죠.
아!! 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셨군요. 제 예상이 완전히 틀려버렸네요. 그럼 예티는 기본적으로 입시에 매몰된 한국 교육환경에는 노출되지 않았네요?
아니죠. 저도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 받았어요. 외국과 한국을 오갔기 때문에 중간중간 국내 중, 고등학교를 다녀야 했거든요. 그래서 한국 특유의 시험 스트레스 다 겪어봤어요.😂
한국과 외국의 교육 환경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한국은 무조건 입시 위주였기 때문에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다시 들어오면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굉장히 심했어요 (예티는 중, 고교 시절 국내에서도 학업 성적이 매우 우수했다고 합니다).
그럼 해외 국가와 한국의 교육 현실이랑 비교가 가능했겠네요?
되게 많이 비교가 되죠. 한국에서는 항상 시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원과 과외를 다녔고, 늘상 문제집을 달고 살았어요.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했고요. 물론 해외에서도 시험이 있긴 하지만 영어 수업을 예시로 들면, 한국에서는 문법 배우고, 영어 단어 외우고, 지문 읽기의 반복이었어요. 반면 외국에서는 셰익스피어를 읽고, 소설을 읽고 그 내용을 분석해서 에세이 작성과 함께 토론하고 연극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한국 대학의 영어영문학과와 비슷한 것 같네요?
맞아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자랑 같지만 저는 한국에서 명문대학교의 영문학과에 진학을 했거든요. 그때 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대강당에 몇 십 명이 앉아서 교수님이 책 하나 펼쳐서 읽어주고, 밑줄치는 방식으로 가르쳐줬거든요. 명문대, 명문학과의 교수님이 그런 방식으로 가르치는 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충격이에요. 물론 좋은 교수님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수업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대학 수업조차도 중, 고등학교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죠.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 덕분에 자연스럽게 한국 공교육의 영어 교육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꼈잖아요. 그럼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했을 때,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영어교육을 이끌어 가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거캠은 목적 자체가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가르치는 곳이 아니잖아요. 저는 학생들이 모든 주제에 관해서 글로벌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수업시간에 정말 다양한 해외 자료들과 사례를 갖고 와서 학습 자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그럼 해외의 자료들을 읽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영어 단어를 필수적으로 외워야 합니다. 매주 세트로 학생들이 외워야 할 필수 단어들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건 기초 중에 기초여서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일반 공교육에서는 지문 읽기, 문법 틀린 거 가려내기에 집중하잖아요. 그래야 수능을 잘 볼 수 있으니까요. 저희도 지문을 읽어요. 근데 그 지문이 바로 어제 나온 뉴스, 이번 주에 가장 핫했던 이슈들이에요. 어떤 사회 문제가 있는데 해외에서는 이런 솔루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한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꾸 노출시켜주는 거예요.
예티가 추구하는 영어교육의 방식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한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거였네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처음부터 이렇게 어려운 시사 내용을 수업 자료로 사용하면 학생들한테 영어 수업이 어렵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작년 AI 수업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알파고, ChatGPT 정도를 아는 수준일 텐데 예티가 제공한 프레스턴 대학교의 연구보고서는 너무 전문적인 내용들이 적혀있어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맞아요. 그래서 기본 지식 배경부터 쌓아야만 하는 거죠. 수업에는 정확한 단계가 있어요. 우선 들어가기 단계에서는 AI에 관한 아주 일반적인 기사를 읽어봐요. 다음으로 ChatGPT를 직접 사용해보는 거죠. 거캠 학생들 중에 ChatGPT에 이미 익숙한 아이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으니까 직접 사용해서 AI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습득하는 거죠. ChatGPT에게 직접 영어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하면서 ChatGPT가 되게 똑똑하다는 걸 스스로 느끼는 거예요.
이렇게 AI 시대에 가장 유명한 플랫폼을 통해서 사고가 확장되면, 그다음으로 2023년도에 AI 기술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찾게 해보는 거예요. 그럼 학생들이 직접 찾아본답니다. 해외 사이트를 뒤져보기도 하고, 국내 기사를 찾아보는 작업을 스스로 하는 거예요. 그리고 마인드맵 그리기를 통해서 본인들이 찾은 AI 기술에 대해서 자유롭게 적는 거예요. 저는 또다시 질문을 던지죠. “10년 뒤에 AI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이렇게 물으면 학생들은 앞서 행동했던 것처럼 똑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AI에 관한 기초 상식, 쉬운 기사를 접해서 단계적으로 본질에 대해 접근시키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이슈를 따라잡을 수 있어요.
제가 수업을 하다가 놀라웠던 것은 학생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졌다는 점이에요. ChatGPT를 써보셨다면 아실 거예요. 답변은 빠르지만, 틀린 내용이 많다는 걸요. 아이들도 몇 번 사용해보더니 곧 깨닫고 ChatGPT의 답변을 무작정 믿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거죠. 그럼 또다시 사유가 확장되는 거예요. ChatGPT에게 올바른 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영어 기반의 ChatGPT에게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해야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거죠.
예티 얘기를 듣다 보니깐 제가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지네요🤣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들었다면 저도 학창 시절에 영어를 열심히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더 반론을 제기해보자면, 한국 교육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문법에 잘 맞는 대화를 구성하고 틀린 지문을 찾는 거잖아요. 이런 것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되게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요?
해리는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영어 단어를 주구장창 외우고, 문법을 배운다고 해서 실질적 소통에 적용 가능한 게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문법과 단어를 모두 알고 나서 조합을 해야만 그 문장을 가지고 소통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AI 시대잖아요. 한번 상상해보세요. 거캠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이 영어를 언제 사용할까 떠올려봤을 때 언제일 것 같으세요?
갑작스럽게 질문이 들어오니 되게 당황스럽네요😅 음… 외국인 친구 만날 때나 쓰이지 않을까요?
네, 그렇죠. 또 언제 쓰겠어요? 직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겠죠? 외국 기업과 이메일로 소통한다던가 비즈니스 메일을 보낸다든지 하겠죠. 그런 문서 작업을 할 때, 혹은 미팅을 할 때 사용할 확률이 높은데 지금은 그런 업무를 AI가 다 해주고 있거든요. 이런 작업을 누가 문장 하나씩 하나씩 고등학교 때 배웠던 단어랑 문법을 떠올리면서 이메일을 쓸까요? 문법을 틀리게 기본 문서를 작성해도 ChatGPT가 문법에 맞춰서 수정해주는 시대가 온 거예요.
게다가 ChatGPT의 순기능이 또 하나 있어요. 굉장히 민주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거든요. 과거 영어교육이 문법, 단어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ChatGPT 하나로 자신의 수준에 맞게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ChatGPT와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면 ChatGPT 스스로 우리의 영어 실력을 파악해요. 그럼 묻는 질문에도 제 수준에 맞게 답변해주고, 어려운 기사를 쉽게 요약해달라고 하면 그것도 제 수준에 맞춰서 읽을 수 있도록 요약해주는 거죠. ChatGPT 하나로 천차만별 영어 실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는 의미예요.
그뿐인가요? 내가 한 달 뒤에 외국 여행을 가야 해요. 혹은 외국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식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 생겨요. 그런 상황을 ChatGPT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연습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은 개인 선생님을 통해서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 왜 틀린 지문 찾기, 문법 맞추기에 집착해야 하나요?
오히려 정말 중요한 건 ChatGPT의 활용 능력을 키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방금 전에도 제가 말했지만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잖아요. ChatGPT도 완벽하지 않아요. 내가 묻는 정보에 틀린 답을 줄 수 있고, 편향적인 답이 돌아올 수 있거든요. 오히려 저는 ChatGPT를 비판적으로 잘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 원활한 소통을 돕는 영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영어 툴을 기반으로 한 ChatGPT를 우리가 개인 비서로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래서 과거의 방식으로 영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ChatGPT라는 존재가 완전 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류를 검증하기 위해선 영어 실력을 키워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상대와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된다는 거죠?
바로 그거예요. 그게 핵심인 거죠. ChatGPT를 활용함과 동시에 비판적 사고를 함으로써 스스로 영어학습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근데 학생들이 이 상황을 엄청 빠르게 흡수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ChatGPT를 사용하기만 하면 모든 영어 소통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몇 번 사용하다 보니 검증이 필요한 오류가 발생한 거죠. 학생들이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완전히 믿을 수 없는 ChatGPT의 영어 답변을 검증하기 위해 스스로 영어 실력을 키우는 거예요.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 능력이 향상되는 거죠.
저는 학생들에게 ChatGPT를 통한 영어교육을 하면서 항상 강조한 게 있어요. 최종 결정자는 바로 너다. 네가 오케이 하지 않으면 ChatGPT가 준 정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도 스스로의 책임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크로스 체킹을 해요. 저는 영어 기반 툴인 ChatGPT가 영어 교육의 판을 바꿀 수 있는 혁명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AI 시대는 더 가속화될 거예요. 그에 따른 문제점도 있겠지만, 영어 교육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민주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ChatGPT가 이렇게 영어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지 상상도 못했네요. 한 가지 궁금한 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ChatGPT 활용 능력과 최종 평가 항목인 에세이 작문에서 향상된 실력을 보여줬나요?
그럼요. 솔직히 말하면 학생들마다 격차가 있어요. 처음부터 ChatGPT를 잘 활용해서 훌륭한 에세이를 써온 애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잖아요. 누가 봐도 ChatGPT가 쓴 걸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한 것처럼 제출한 에세이도 있었거든요. 그때 저는 허투루 넘기질 않아요. 네가 쓴 에세이에서 몇몇 부분을 좀 더 수정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요구를 하죠. 그럼 ChatGPT에게만 의존하던 학생들이 조금씩 더 나은 결과물을 가져오기 위해서 노력을 해요.
또 거캠만의 영어 교육에 거미줄 토론이 있어요. 팀별로 토론을 하는데 최소 3번 이상 발언에 참여해야 하고, 참여자 중 한 명이 토론이 이어질 때마다 토론한 인물 간 줄을 긋는 거죠. 여기 사진 한번 보세요. 이렇게 학생들이 난상토론을 영어로 이어간 거예요. 이것도 ChatGPT 도움이 컸어요.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물어봐서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지고, 아이들 스스로 더 많은 단어들을 스스로 찾게 되는 거죠.
이렇게 얘기를 듣다 보니 예티는 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싶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소통에 있다는 거였어요. 외국인 친구를 만났을 때, 외국 기업과 일할 때 모두 대화를 해야 하는데 소통만큼 중요한 게 없잖아요. 영어 문법과 틀린 지문 찾는 공부를 할 시간에 ChatGPT를 통해서 비판적 대화도 해보고, 빠른 정보 처리 능력도 기르는 게 더 낫다는 걸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예티.
아니에요. 오늘 인터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래요.
예티와의 모든 인터뷰를 담을 수 없어서 생략된 내용도 있었지만, AI시대에 영어교육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ChatGPT는 영어로 소통하는 역량을 키우는데 최적의 개인 비서가 될 것이고, 비판적 사고까지 기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깐요. 예티의 ChatGPT와 함께하는 영어 교육 방식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harry@gschool.kr로 의견을 전해주세요!! 다음 교육에세이는 예티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예티의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음 교육에세이도 꼭 함께 해주세요[JBLee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