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캠의 24년 1학기 대주제는 ‘정치와 선거’였습니다. 그리고 도령은 대주제와 가장 밀접한 사회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이에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다가 교육 분야에 뛰어들게 된 독특한 배경도 가지고 있답니다. 😄 청소년들에게 정치를 가르치는 것이 여전히 민감한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도령은 어떤 방식으로 거캐머들의 성장을 도왔을까요?
안녕하세요, 도령.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거캠에서 사회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도령입니다. 거캠에 오기 전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데이터 분석 업무를 주로 수행했어요.
데이터 분석가와 거꾸로캠퍼스는 잘 연관되지 않는데 어떤 이유로 하시던 일을 그만두고 거캠에 오게 됐나요?
제가 거캠을 알게 된 건 2019년이었어요.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를 통해서 거캠의 수업모델 중 하나인 알파랩(거캠은 혜화랩과 알파랩이라는 수업 과정으로 나뉘어져 있고, 알파랩은 실제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전문 교육을 진행합니다)과 관련한 협업이 이루어졌어요. 마침 거캠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느꼈고, 데이터 사이언스 랩이라는 알파랩이 개설됐거든요. 저는 회사에서 거캠으로 파견된 알파랩 강사였던 거죠.
그럼 알파랩 강사를 하면서 거캠의 매력에 빠졌고, 퇴사까지 결심한 다음 이곳으로 오게 된 거네요?
맞아요.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원래 제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에 몰입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처음 인지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졌어요.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향후 전망이 나쁘지 않았지만, 평생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거든요.
게다가 일반 회사는 이윤 추구가 최대 목적이잖아요. 반면 학생과의 만남은 일을 하면서도 이윤 추구가 아닌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어요.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보람이었거든요. 그런 순간을 경험하면서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결정했고, 교육대학원으로 진학했죠. 마침 거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까지 닿아서 지금까지 거캐머와 함께하고 있답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환경에 대한 공감대가 도령을 거캠으로 이끌었군요. 도령은 거캠에서 어떤 교육 철학과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넘어져도 괜찮아’와 ‘이유를 찾게 하기’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어요. 학창 시절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그러다 보니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봤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응원해줄 수 있는 선생님, 그리고 넘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거캠은 넘어져 보기에 너무 좋은 곳이에요. 이곳에서는 넘어지는 것을 실패라고 규정짓지 않습니다. 그리고 넘어진 경험을 통해서 본인에게 훨씬 더 큰 역량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줘요. 그리고 항상 Why(왜?)를 강조해요. 일방적으로 수업 내용을 주입시키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거에요.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깨닫길 바라거든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정치와 선거라는 주제가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정치를 가르치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잖아요.
이번 대주제 선정에 있어서 제가 가장 강하게 ’정치와 선거’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정치를 첨예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방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렵긴 했어요. 정치라는 영역은 사소한 말 한마디, 잘못된 자료 하나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영역이잖아요. 저로 인해서 거캠과 거캐머들에게 안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우선 이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과 공통의 약속을 만들었어요.
정치에 대해서 양쪽의 의견을 항상 들어봤으면 좋겠고, 제 수업방식도 편향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을 이번 학기 수업에서는 웃음거리로 소비하지 말자는 약속을 했어요. 정치가 매우 민감한 주제이지만, 거캠에서는 서로가 정치적 주제를 얘기하는 것에 있어서 안전한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실제 수업에서도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커리큘럼을 기획했어요. 예를 들면 현 정권에 대해서도 긍정, 부정 입장을 묻는 동시에 야권에 대해서도 똑같이 양쪽 입장에 관해 판단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죠. 언론사도 마찬가지에요. 똑같은 내용을 상반되게 평가한 신문 기사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안을 판단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네요. 한 가지 인상적인 커리큘럼이 있었어요. 마인드 오프닝이라는 수업에서 “도령이 거캠에 5만 원을 기부한다고 가정 할 때, 거캐머들이 어떻게 사용 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 있었어요.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정치학적 답변이 ‘재화의 권위적 배분’이잖아요. 학생들이 5만 원이라는 재화를 분배하는 것에 대한 논쟁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궁금했어요. 도령이 생각하기에 학생들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던가요? 아니면 다수의 집단적 힘을 통해 일방적인 의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나요?
저도 이 수업을 통해서 굉장히 놀랐던 적이 두 번 있었어요. 첫 번째는 학생들이 가상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더 열띤 토론이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판단이 굉장히 합리적이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게 다수가 소액이지만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거에요.
그래서 추가 질문으로 다른 상황을 제시해봤어요. 우리 중에 등록금을 내기 힘든 친구,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돈을 더 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사회복지 혜택에 대한 의견을 간접적으로 물어본 거죠. 결과는 조금 의외였어요. 사회적 약자도 중요하지만 불공평과 소외된 사람이 존재하면 안되기 때문에 모두가 나눠 가지는 게 더 좋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재밌는 사실은 이 수업을 시작할 때 정치 성향 테스트를 통해서 학생들 80%가량이 진보적 성향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진보라고 하면 사회복지에 굉장히 관심이 많잖아요. 그런데 마인드 오프닝에선 보수적인 의견이 더 강하게 나타났어요. 저는 이때 수업의 방향을 한 번 틀었습니다. 학생들이 막연히 가지고 있는 이념에 관한 선입견부터 없애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가상의 환경을 조성해서 수입이 100만 원인데, 50만 원을 세금으로 낼지, 10만 원을 세금으로 낼지 본인의 상황과 대입해서 논의해보는 거에요. 그런 대화를 지속할수록 학생들이 각자 가졌던 진보, 보수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어지는 질문인데 수업 자료에 알고리즘, 확증 편향에 대한 교육이 있었어요. 세계적으로 SNS가 발달하면서 알고리즘과 확증 편향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학생들과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소통했나요?
요즘 학생들은 너무 익숙하게 SNS 혹은 AI를 접하잖아요. 그냥 일상 속에 항상 존재했기 때문에 알고리즘이나 확증 편향에 대해서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보는 유튜브, SNS를 통해서 직접 알고리즘에 대해서 실험해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학생들이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알고리즘이 보고 싶은 분야를 쉽고 편하게 도와주는 수단 정도로 인식했다면, 수업 이후에는 알고리즘의 변화가 정말 빠르고 한쪽의 편향된 의견만 계속 노출되는 것을 보면서 ‘무섭다’라는 표현까지 나왔어요. 😱
학생들이 도령의 수업을 통해서 편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네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이 활동을 하면서 편향적으로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바뀌게 되었다’ 였어요. 전에는 근거 없는 얘기도 그럴듯하게 들리면 믿었는데 지금은 한 번 더 깊숙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에요.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을 학생들이 잘 따라와줘서 기뻤어요.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기, 주체적인 생각하기. 이 두 가지가 이번 학기의 핵심 목표였습니다. 다행히 알고리즘, 확증 편향에 관한 수업을 통해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어요. 먼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봤어요. 2024년 총선 주요 정당 4개의 공약만 보고 어떤 정당인지 알아맞춰보라고 했어요. 결과가 어땠을까요? 총 9팀이 있었는데 단 한 팀도 정답을 맞추지 못했어요. 어떤 팀은 국민의힘 공약을 보고 정의당이라고 얘기하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똑같은 죄를 짓고, 얼굴만 다른 두 가지 사진을 제공한 다음 형량을 어떻게 부과할지 물었어요. 이번에도 편향적인 결과가 나왔어요. 험악한 얼굴을 가진 사진에 대해서 더 높은 형량을 부여했거든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물었어요. 너희 정말 편향적인 눈으로 사회를 보고 있지 않니? 라고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어요. 이런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 본인이 가졌던 생각들에 대해서 조금씩 내려놓기 쉬워졌던 것 같아요.
정치라는 게 프레임 효과가 굉장히 강하잖아요. 앞서 얘기한 대로 본인의 성향은 진보적이라고 했지만, 막상 정치적 선택은 보수적인 경우가 있어요. 우리가 정말 어떤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지 편견 없이 생각할 수 있을 때, 정치에 관해서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동의해요. 특히 타인에 대한 이견을 잘 수용할수록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도령의 수업방식도 이견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혹시 이번 수업을 진행하면서 편견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더 없을까요?
페르소나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특정한 3사람의 휴대폰에 있는 유튜브 시청 기록을 캡쳐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줬어요. 그리고 학생들에게 유튜브 시청 기록을 살펴보고 어떤 사람일지 알아 맞춰보라고 시켰습니다. 학생들 대부분 1번은 남자이고, 나이가 많을 것이며, 국뽕 유튜브를 즐겨볼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1번의 경우에는 정치, 시사 관련 영상 시청 기록이 많았거든요. 2번은 젊을 것 같고 성별은 잘 모르겠지만 시청 기록이 짧은 것을 보니 성격이 급한 것 같다는 재밌는 평가를 내리더라고요. 마지막 3번은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관련 기록이 많으니 덕후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유튜브 시청 기록만 보고, 특정한 인물일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3분 다 제 지인이고 여성이었어요. 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런 영상을 보는 사람은 “특정 성별에, 특정 성향을 가지고 있을 거야” 라고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 건 아닌지 되묻고 싶었어요. 편견에 관한 부분이죠. 그리고 성별과 나이를 조금 틀리게 판단했지만, 성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맞았거든요. 알고리즘이 개인의 성향까지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페르소나 수업 이후에도 많이 놀랐어요. 그리고 실제 자신의 휴대폰은 얼마나 알고리즘 연관성이 강한지 스스로 실험도 해보는 계기가 되었구요.
정치에 대해서 편견 없이 바라보기.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게 하기. 도령의 수업 핵심 목표가 잘 느껴지네요. 정치라는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이끌어간 소회가 어떤가요?
처음 이 수업을 시작했을 때는 정치에 대해서 각자 의견을 나누면서 성숙한 정치 문화를 이끌어보자는 생각이 깊었어요.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성숙한 정치 문화보다 선행되어야 할 게 있다면, 거캐머들이 올바르게 정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제쳐두고 특정 사안, 사회적 문제들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 때 더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거캐머들이 그 부분을 잘 이해하고 따라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대한민국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정치의 영역을 금기시합니다. 학생들에게 특정 세력의 이념을 주입해선 안 된다는 의견 때문이죠. 하지만 정치에 대해서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선 올바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거캠에서도 정치란 대주제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령이 정치에 관한 주제가 필요하다고 한 이유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올바른 판단과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교육이 부재하다면 결국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특정인의 영역이 아니라, 보편적 시민이 성숙한 문화로서 즐기는 세상이 올 수 있는 문화를 거캠이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거캠의 24년 1학기 대주제는 ‘정치와 선거’였습니다. 그리고 도령은 대주제와 가장 밀접한 사회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이에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다가 교육 분야에 뛰어들게 된 독특한 배경도 가지고 있답니다. 😄 청소년들에게 정치를 가르치는 것이 여전히 민감한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도령은 어떤 방식으로 거캐머들의 성장을 도왔을까요?
안녕하세요, 도령.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거캠에서 사회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도령입니다. 거캠에 오기 전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데이터 분석 업무를 주로 수행했어요.
데이터 분석가와 거꾸로캠퍼스는 잘 연관되지 않는데 어떤 이유로 하시던 일을 그만두고 거캠에 오게 됐나요?
제가 거캠을 알게 된 건 2019년이었어요.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를 통해서 거캠의 수업모델 중 하나인 알파랩(거캠은 혜화랩과 알파랩이라는 수업 과정으로 나뉘어져 있고, 알파랩은 실제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전문 교육을 진행합니다)과 관련한 협업이 이루어졌어요. 마침 거캠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느꼈고, 데이터 사이언스 랩이라는 알파랩이 개설됐거든요. 저는 회사에서 거캠으로 파견된 알파랩 강사였던 거죠.
그럼 알파랩 강사를 하면서 거캠의 매력에 빠졌고, 퇴사까지 결심한 다음 이곳으로 오게 된 거네요?
맞아요.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원래 제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에 몰입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처음 인지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졌어요.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향후 전망이 나쁘지 않았지만, 평생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거든요.
게다가 일반 회사는 이윤 추구가 최대 목적이잖아요. 반면 학생과의 만남은 일을 하면서도 이윤 추구가 아닌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어요.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보람이었거든요. 그런 순간을 경험하면서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결정했고, 교육대학원으로 진학했죠. 마침 거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까지 닿아서 지금까지 거캐머와 함께하고 있답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환경에 대한 공감대가 도령을 거캠으로 이끌었군요. 도령은 거캠에서 어떤 교육 철학과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넘어져도 괜찮아’와 ‘이유를 찾게 하기’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어요. 학창 시절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그러다 보니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봤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응원해줄 수 있는 선생님, 그리고 넘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거캠은 넘어져 보기에 너무 좋은 곳이에요. 이곳에서는 넘어지는 것을 실패라고 규정짓지 않습니다. 그리고 넘어진 경험을 통해서 본인에게 훨씬 더 큰 역량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줘요. 그리고 항상 Why(왜?)를 강조해요. 일방적으로 수업 내용을 주입시키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거에요.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깨닫길 바라거든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정치와 선거라는 주제가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정치를 가르치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잖아요.
이번 대주제 선정에 있어서 제가 가장 강하게 ’정치와 선거’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정치를 첨예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방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렵긴 했어요. 정치라는 영역은 사소한 말 한마디, 잘못된 자료 하나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영역이잖아요. 저로 인해서 거캠과 거캐머들에게 안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우선 이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과 공통의 약속을 만들었어요.
정치에 대해서 양쪽의 의견을 항상 들어봤으면 좋겠고, 제 수업방식도 편향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을 이번 학기 수업에서는 웃음거리로 소비하지 말자는 약속을 했어요. 정치가 매우 민감한 주제이지만, 거캠에서는 서로가 정치적 주제를 얘기하는 것에 있어서 안전한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실제 수업에서도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커리큘럼을 기획했어요. 예를 들면 현 정권에 대해서도 긍정, 부정 입장을 묻는 동시에 야권에 대해서도 똑같이 양쪽 입장에 관해 판단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죠. 언론사도 마찬가지에요. 똑같은 내용을 상반되게 평가한 신문 기사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안을 판단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네요. 한 가지 인상적인 커리큘럼이 있었어요. 마인드 오프닝이라는 수업에서 “도령이 거캠에 5만 원을 기부한다고 가정 할 때, 거캐머들이 어떻게 사용 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 있었어요.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정치학적 답변이 ‘재화의 권위적 배분’이잖아요. 학생들이 5만 원이라는 재화를 분배하는 것에 대한 논쟁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궁금했어요. 도령이 생각하기에 학생들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던가요? 아니면 다수의 집단적 힘을 통해 일방적인 의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나요?
저도 이 수업을 통해서 굉장히 놀랐던 적이 두 번 있었어요. 첫 번째는 학생들이 가상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더 열띤 토론이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판단이 굉장히 합리적이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게 다수가 소액이지만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거에요.
그래서 추가 질문으로 다른 상황을 제시해봤어요. 우리 중에 등록금을 내기 힘든 친구,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돈을 더 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사회복지 혜택에 대한 의견을 간접적으로 물어본 거죠. 결과는 조금 의외였어요. 사회적 약자도 중요하지만 불공평과 소외된 사람이 존재하면 안되기 때문에 모두가 나눠 가지는 게 더 좋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재밌는 사실은 이 수업을 시작할 때 정치 성향 테스트를 통해서 학생들 80%가량이 진보적 성향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진보라고 하면 사회복지에 굉장히 관심이 많잖아요. 그런데 마인드 오프닝에선 보수적인 의견이 더 강하게 나타났어요. 저는 이때 수업의 방향을 한 번 틀었습니다. 학생들이 막연히 가지고 있는 이념에 관한 선입견부터 없애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가상의 환경을 조성해서 수입이 100만 원인데, 50만 원을 세금으로 낼지, 10만 원을 세금으로 낼지 본인의 상황과 대입해서 논의해보는 거에요. 그런 대화를 지속할수록 학생들이 각자 가졌던 진보, 보수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어지는 질문인데 수업 자료에 알고리즘, 확증 편향에 대한 교육이 있었어요. 세계적으로 SNS가 발달하면서 알고리즘과 확증 편향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학생들과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소통했나요?
요즘 학생들은 너무 익숙하게 SNS 혹은 AI를 접하잖아요. 그냥 일상 속에 항상 존재했기 때문에 알고리즘이나 확증 편향에 대해서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보는 유튜브, SNS를 통해서 직접 알고리즘에 대해서 실험해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학생들이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알고리즘이 보고 싶은 분야를 쉽고 편하게 도와주는 수단 정도로 인식했다면, 수업 이후에는 알고리즘의 변화가 정말 빠르고 한쪽의 편향된 의견만 계속 노출되는 것을 보면서 ‘무섭다’라는 표현까지 나왔어요. 😱
학생들이 도령의 수업을 통해서 편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네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이 활동을 하면서 편향적으로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바뀌게 되었다’ 였어요. 전에는 근거 없는 얘기도 그럴듯하게 들리면 믿었는데 지금은 한 번 더 깊숙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에요.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을 학생들이 잘 따라와줘서 기뻤어요.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기, 주체적인 생각하기. 이 두 가지가 이번 학기의 핵심 목표였습니다. 다행히 알고리즘, 확증 편향에 관한 수업을 통해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어요. 먼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봤어요. 2024년 총선 주요 정당 4개의 공약만 보고 어떤 정당인지 알아맞춰보라고 했어요. 결과가 어땠을까요? 총 9팀이 있었는데 단 한 팀도 정답을 맞추지 못했어요. 어떤 팀은 국민의힘 공약을 보고 정의당이라고 얘기하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똑같은 죄를 짓고, 얼굴만 다른 두 가지 사진을 제공한 다음 형량을 어떻게 부과할지 물었어요. 이번에도 편향적인 결과가 나왔어요. 험악한 얼굴을 가진 사진에 대해서 더 높은 형량을 부여했거든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물었어요. 너희 정말 편향적인 눈으로 사회를 보고 있지 않니? 라고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어요. 이런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 본인이 가졌던 생각들에 대해서 조금씩 내려놓기 쉬워졌던 것 같아요.
정치라는 게 프레임 효과가 굉장히 강하잖아요. 앞서 얘기한 대로 본인의 성향은 진보적이라고 했지만, 막상 정치적 선택은 보수적인 경우가 있어요. 우리가 정말 어떤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지 편견 없이 생각할 수 있을 때, 정치에 관해서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동의해요. 특히 타인에 대한 이견을 잘 수용할수록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도령의 수업방식도 이견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혹시 이번 수업을 진행하면서 편견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더 없을까요?
페르소나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특정한 3사람의 휴대폰에 있는 유튜브 시청 기록을 캡쳐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줬어요. 그리고 학생들에게 유튜브 시청 기록을 살펴보고 어떤 사람일지 알아 맞춰보라고 시켰습니다. 학생들 대부분 1번은 남자이고, 나이가 많을 것이며, 국뽕 유튜브를 즐겨볼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1번의 경우에는 정치, 시사 관련 영상 시청 기록이 많았거든요. 2번은 젊을 것 같고 성별은 잘 모르겠지만 시청 기록이 짧은 것을 보니 성격이 급한 것 같다는 재밌는 평가를 내리더라고요. 마지막 3번은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관련 기록이 많으니 덕후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유튜브 시청 기록만 보고, 특정한 인물일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3분 다 제 지인이고 여성이었어요. 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런 영상을 보는 사람은 “특정 성별에, 특정 성향을 가지고 있을 거야” 라고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 건 아닌지 되묻고 싶었어요. 편견에 관한 부분이죠. 그리고 성별과 나이를 조금 틀리게 판단했지만, 성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맞았거든요. 알고리즘이 개인의 성향까지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페르소나 수업 이후에도 많이 놀랐어요. 그리고 실제 자신의 휴대폰은 얼마나 알고리즘 연관성이 강한지 스스로 실험도 해보는 계기가 되었구요.
정치에 대해서 편견 없이 바라보기.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게 하기. 도령의 수업 핵심 목표가 잘 느껴지네요. 정치라는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이끌어간 소회가 어떤가요?
처음 이 수업을 시작했을 때는 정치에 대해서 각자 의견을 나누면서 성숙한 정치 문화를 이끌어보자는 생각이 깊었어요.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성숙한 정치 문화보다 선행되어야 할 게 있다면, 거캐머들이 올바르게 정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제쳐두고 특정 사안, 사회적 문제들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 때 더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거캐머들이 그 부분을 잘 이해하고 따라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대한민국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정치의 영역을 금기시합니다. 학생들에게 특정 세력의 이념을 주입해선 안 된다는 의견 때문이죠. 하지만 정치에 대해서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선 올바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거캠에서도 정치란 대주제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령이 정치에 관한 주제가 필요하다고 한 이유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올바른 판단과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교육이 부재하다면 결국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특정인의 영역이 아니라, 보편적 시민이 성숙한 문화로서 즐기는 세상이 올 수 있는 문화를 거캠이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