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서학습의 실현 사례
1. 들어가며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이하 SEL)은 감정을 이해 및 관리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설정 및 유지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식, 태도 및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성-감성 학습 연구/실행 조직인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은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및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SEL의 5가지 핵심 역량으로 제시하며, 이러한 역량은 학생들의 복지(well-being)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학업 성취도와 교실 안팎에서 긍정적인 행동을 촉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EL의 장기적인 혜택에 대해 연구해 온 CASEL을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은 사회적, 정서적 기술이 강한 학생은 학업 성적이 더 우수하고 정신 건강이 개선되며 공감, 회복력, 팀워크와 같은 긍정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러한 기술을 익힌 학생들은 협업, 커뮤니케이션 및 문제 해결 능력이 필수가 된 현대 사회에 더 잘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SEL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사단법인 교육실험실21에서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한 '중3 전환기도약프로그램 집중캠프'를 중심으로 SEL을 교실에서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과 방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회정서학습 실현 전략
1) 중3 전환기도약프로그램 집중캠프
'중3 전환기 도약프로그램 집중캠프(이하 캠프)'는 학습지원대상 학생들의 기초 학습 역량을 제고하고, 자기효능감 향상 및 진로의식 강화를 통해 고등학교 진학 후 학업적 성공의 기초를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었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서울시 전역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중 본인이 희망하고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은 36명의 학생을 선정하여 2023년 1월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30차시의 교육을 진행하였다.
교육 내용은 크게 프로젝트학습 활동과 삼율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각 15차시 분량으로 진행하였다. 아울러 직접적인 교육 내용 뿐만 아니라 교육에 직, 간접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실 환경(Classroom Climate) 조성을 통한 SEL 실현을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배치하였다.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각 과정은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문서 작성, 산출물 수집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되었으며, 참여 학생들의 역량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사후 설문조사와 교육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수집된 자료와 설문조사 결과는 교육 효과 검증을 위한 위한 자료로 사용하였다.
2) SEL 실현 환경 조성
캐나다의 교육 전문가이자 회복적 정의 활동가인 브렌다 모리슨(Brenda Morrison)은 공동체 전체에 존중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근원'을 다뤄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회복적 학교모델(Whole-school model of restorative justice)을 제시하였다. 브렌다 모린슨은 삼각형의 가장 아래 영역인 '공동체의 문화 만들기'야말로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근원이며, 따라서 교실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장치가 배치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30차시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캠프에서는 교실 환경 조성을 위한 여러 물리적 제약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SEL을 실현을 위해 다양한 장치가 배치되었다.
가. 학습활동의 구조화
SEL 실현을 위해 다양한 학습활동을 구조화하였다. 2시간을 한 블록으로 묶어 오전에는 한 블록, 오후에는 두 블록의 블록타임제로 수업을 운영하였다. 블록 내에는 별도의 쉬는 시간을 가지 않았으며, 블록과 블록 사이에는 10분간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블록타임 학습활동 중간에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합의가 된 경우 팀원 전체가 별도의 쉬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학습 활동 중간에 자유롭게 간식을 먹을 수도 있었고, 프로젝트학습 진행속도와 방법을 교사의 지원아래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학습 활동 과정에서 정해진 규칙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수동적 학습자에서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스스로의 학습을 조직하는 능동적 학습자로의 변화를 유도하였다.
나. 학습공동체 구축
캠프의 학습활동은 크게 개인학습, 팀내 학습, 팀간 학습으로 구분하여 진행하였다. 이런 활동은 15~20분 정도의 시간으로 세분하여 구조화하였으며, 개인 학습 내용을 학습과정에서 팀 친구들과 나누고, 이를 정리하여 다시 다른 팀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학습 구조에서 함께 학습하는 친구들은 경쟁자가 아닌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자이자, 자신을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학습자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의 시너지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혼자가 아닌 팀으로서 성취를 우선 시 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학습과정에서 개별적 학습자들은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학습공동체가 되었다.
다. 학습에 대해 책임지는 학습자
회복적 생활교육에서는 자기책임을 강조한다.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캠프에서는 학습에 대한 책임 인식을 위해 과제를 활용하였다. 과제는 주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주제들로 정해졌는데, '자신의 기질 분석 리포트 작성하기', '나의 꿈 만다라트 작성하기', '자신의 장점 50가지 찾아서 적어오기', '페르소나 인터뷰하기' 등이었다. 이러한 과제는 참가자들이 스스로의 학습에 대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만들고,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매일 아침 체크인 시간에 과제를 점검하였지만 통제나 제제가 아닌 성공을 위한 가이드에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과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들은 멘교사의 도움을 받아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과제를 완수할 수 있었고, 과제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과제 수행을 위한 노력에 대해 칭찬받고 고무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모든 과제를 완수하였고, 과제 수행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보인 몇몇 교사와 다른 학생들을 감동시키기도 하였다.
라. 가용 자원이 충분함을 확인
캠프 참가자들에게는 다양한 학습 자원이 지원되었다. 학습활동에 필요한 모든 자료는 사전에 준비되어 참가자들에 배부되었고, 학습 활동에 필요한 학용품, 소모품, 노트북 등의 학습 기자재 등은 교실 곳곳에 배치되어 언제든 활용할 수 있었다. 간식은 언제나 일정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실 한쪽에 배치되었고, 원하는 간식이 무엇인지 참가자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팀별로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었지만 팀별로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고, 결과의 질에 관계없이 발표 이후 모두가 축하받는 경험을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자신이 원하고 노력하면 성취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한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인식하고, 이를 통하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물리적 학습환경을 배치한 것이다.
바. 존중과 수용
참가 학생들이 가장 만족했던 것 중 하나가 식사와 간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만족도는 값비싼 음식이 제공된 결과가 아니라, 제공 방식에 의한 것이었다. 참가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 선호하는 음식으로 점심 메뉴를 선정하고, 참가 학생들이 원하는 때 언제든지 원하는 간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이 무한이 있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하여 깨닫기 위한 장치였다. 나아가 캠프 학습과정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지지받고 있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러한 장치는 참가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한 배려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보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3) 프로젝트학습
캠프 교육과정의 중심축 중 하나는 프로젝트학습(Problem Based Learning, PBL)이었다. 캠프에서 진행된 프로젝트학습 과정은 다음 표와 같다.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하고, 정해진 시간내에 이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하여 시간 관리 경험과 우선 순위를 정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공통의 의견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정신적 유연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의사소통 기술을 학습하고, 이를 다시 프로젝트학습 과정에서 반복하게 함으로써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올바른 의사소통 기술을 몸에 뵐 수 있도록 하였다.
4) 삼율활동
자연스럽고 점진적으로 사회적 인식과 관계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구조화된 학습활동이 진행되었다. 입학식 이후 캠프의 첫 번째 학습활동은 ‘놀이’였다. 몇가지 놀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낯선 공간과 낯선 친구들에 대한 경계를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첫날 오후에 이어진 자기이해 활동에서 기질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자신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낯선 사람만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 같은 공간에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하였고, 이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는 태도를 경험하게 하였다. 식사 시간 중 자연스럽게 대인관계 접촉면을 넓힐 수 있도록 하였고, 둘째날부터는 팀별로 점심식사를 같이 하며 자연스럽게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하였다. 캠프의 전 과정에서 매일 교육을 시작하기 앞서 ‘체크인’ 시간을 마련하여 지금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당일 교육을 함께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였으며, 일과를 마치기 전 ‘체크아웃’시간을 가져 매일의 교육 내용을 함께 정리하고, 학습한 성과를 서로에게 축하해주도록 하였다.
이러한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배치와 함께 SEL 실현을 위해 삼율활동을 캠프 교육과정의 다른 한 축으로 진행하였다. 삼율활동은 인성교육 전문가인 조벽 고려대학교 석좌교수가 제안한 인성교육으로 자기조율, 관계조율, 공익조율을 통합적으로 이루기 위한 교육활동을 의미한다. '자기조율'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는 것으로 CASEL의 핵심역량 중 '자기인식' 및 '자기관리'와 연결되어 있다. '관계조율'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으로 CASEL의 핵심역량 중 사'회적 인식' 및 '관계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공익조율’이라 하였는데 CASEL의 핵심역량 중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맥을 같이 한다.
자기조율활동으로 '나의 꿈 만다라트 작성' 을 통해 구체적인 인생 목표와 학습 목표를 세우고 이를 친구들에게 발표함으로써 실행력을 높이도록 하였다. 또한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심장집중호흡 방법, 엠웨이브 활용을 통한 자기조율 방법,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율하기 위한 감정네비게이션 방법, 긍정적 태도를 만들기 위한 긍정정서통장 만들기, 감사를 통해 자기조율에 도달하는 빠른 정합기술 등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학습활동을 진행하였다.
관계조율활동으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체험하고 익힐 수 있는 학습 활동을 진행하여, 캠프에서 친구들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구체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학습하기 위하여 원수되는 대화, 멀어지는 대화, 다가가는 대화의 세 가지 대화 방법의 차이점을 체험하고, 대화 과정에서 숨어 있는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라는 네 가지 독이 어떻게 관계를 망치는지를 학습하였다. 관계조율활동에서 학습한 내용들은 프로젝트학습 과정에서 끊임없이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실천되고 강화되도록 하였다.
공익조율활동은 김수영 작가의 특강과 지구시민이야기를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김수영 작가의 삶의 이야기와 자신의 위치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캠프 참여자들이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윤리적 책임감을 갖도록 하였다. 또한 공익조율활동은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하는 것과 연결되어 진행하였다. 프로젝트 주제 선정 시 우리가 속한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먼저 떠올리고 그 속에서 팀별 주제를 정하도록 함으로써 배운 것을 활동과 연결하여 체화하는 경험을 갖도록 디자인하였다.
5) 교사의 역할
청소년기는 부모 또는 교사와의 수직적 관계에서 점차 또래와의 수평적 관계로 관계의 초점이 옮아가는 시기이지만, 교육의 현장에서 교사와의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의 현장에서 교사는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의 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교사가 학생들과 맺는 관계의 질은 학생 상호관의 관계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는 학생들에 학습활동 전반에 멘토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하였다. 멘토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 공간에 함께 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집중캠프 5일간 무조건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멘토 교사들은 관계의 장의 버팀목이 되었고, 이런 멘토 교사들의 수용적인 태도는 학생들에게 모델이 되었다. 멘토 교사들의 관계가 모델링이 되어 점차 서로에게도 수용적이고, 협조적인 태도로 변해가는 학생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아울러 교사는 갈등의 중재자로서 관계의 어려움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응해야하는지를 보이는 역할을 하였다. 의도적으로 디자인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학습 과정에서 팀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갈등이 발생하였고, 이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SEL의 좋은 계기가 되었다.갈등 당사자가 부정적 감정의 포로가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회복적 생활교육의 방식으로 순서를 가지고 돌아가며 자신이 어떤 피해(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는지를 상대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에 함께 있는 친구들 또한 갈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기꺼이 이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보상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관계를 성장시키는 경험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당사자와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고 안전하게 표현하고, 서로 이를 경청할 수 있도록 장(field)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였다.
3. 사회정서학습을 통한 학생들의 변화
1) 교육만족도
학생 본인이 느끼는 교육의 효과와 관련된 만족도 조사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학습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응답(76.2%)과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응답(85.7%)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응답은 교육활동 세부 내용에 대한 만족도를 묻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와도 연결되는데, 강사에 대한 만족도, 시설과 운영에 대한 만족도, 전반적 만족도에서 대부분 만족(95.2%)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할만한 사실은 만족도를 묻고 있는 전체 문항에서 부정적 응답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캠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내용을 서술하는 문항에도 응답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캠프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이 교육 효과에 만족하였음을 시사한다.
교육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 응답과 높은 만족도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서술형 문항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답변을 유목화하여 아래 그림으로 나타내었다.
윗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참가한 학생들이 캠프에서 좋았던 것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친구들 및 교사(강사와 멘토)와의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또래와의 관계로부터 자아정체성을 확인하는 청소년기의 특징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SEL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2) 역량 변화
CASEL은 SEL의 핵심 역량으로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및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의 5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자기 인식 및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및 관계기술, 책임 있는 의사 결정으로 구분하여 역량변화를 살펴보았다.
자기인식은 자신의 정서와 강점 및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며, 하위개념으로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 자신이 느끼고 있는 정서의 이유와 상황을 파악하는 것, 자신의 관심사와 고민의 이해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자기관리는 개인적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스트레스 및 강점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하위개념으로 상황에 맞는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스트레스 및 충동 조절 및 통제하기, 장단기 목표 설정 및 계획, 피드백을 통한 행동 수정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사회적 인식은 상대방의 입장을 취할 수 있고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하위개념으로 타인의 정서, 관점, 의견 이해하기, 개인과 집단의 특성 파악하기, 다양성 인정하기 등을 들 수 있다. 대인관계 기술은 대인 간 의사소통, 협력, 타협을 통해 건강하고 원만한 관계를 형성 및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하위개념으로 대인 간 협력 및 관계 형성하기, 부당한 상황에서의 저항 및 협상하기, 도움 제공 및 요청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란 분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자기성찰과 문제해결 능력을 발달시켜 이에 근거한 윤리적, 개인적, 도덕적 책임감을 갖는 것을 말한다. 하위개념으로는 상황과 문제를 분석 후 자신의 결정과 선택에 대해 평가하기,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해결 방법 비교 및 반성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캠프 전후 CASEL에서 제시하고 있는 SEL의 핵심 역량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자기보고식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t-검정(t-Test)를 통하여 이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자기인식 및 자기관리, 사회적 인식 및 관계기술, 책임 있는 의사 결정 전체에서 모두 유의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사회적 인식 및 관계기술 역량의 변화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학생들의 만족도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는 의도적으로 잘 구조화된 SEL을 통하여 핵심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우리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4. 맺으며
지금까지 캠프를 중심으로 SEL 실현을 위한 실천적 전략에 대해 논의하였다. 캠프의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몇가지 시사점을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캠프를 통하여 긍정적인 태도로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 전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노력하며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태도, 자신의 강점을 알고 이에 대한 신뢰를 갖는 태도 등 자기인식 및 자기관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캠프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시도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조성하였고, 자기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성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활동과 구체적인 자기관리 기술을 학습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의 SEL 역량 향상을 위해 적극적이고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자기인식 및 자기관리 역량은 타고 나거나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역량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둘째, 캠프 참가자들은 관계발전 능력과 동기부여 능력에서 유의한 향상을 나타내었다. 관계발전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보다는 공동의 성취를 우선시하며, 다른 사람과 신뢰를 쌓고,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대하는 사교성 등을 포함한다. 동기부여란 많은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모두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태도를 아우른다. 대인관계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집중캠프에서는 첫째 멘토강사가 일관성 있는 수용적 태도를 보이며 대인관계의 모델이 되도록 하였고 둘째, 대인관계 역량의 점진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학습활동을 구조화하였다. 끝으로 프로젝트학습 전 과정에서 개인학습활동, 팀내 학습활동, 팀간 학습활동을 구조화하여 계속해서 대인관계 역량 강화를 위한 경험을 쌓아가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대인관계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인관계를 만들어야 하며, 교사는 대인관계의 장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대인관계의 질을 높을 수 있는 학습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대인관계 역량을 배우지 못하고 성장한 어른들이 만드는 사회는 조화롭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음을 생각할 때, 교육현장에서 대인관계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캠프에서는 프로젝트 학습을 15차시 이상 교육과정에 배치하여 교육의 중심으로 하였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전인적인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 방법의 변화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자원을 조직하여 학습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과정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3회에 걸쳐 SEL의 개념과 교실에서 SEL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논의하였다. 특히 SEL의 구체적인 실천 전략으로 회복적 생활교육과 프로젝트학습에 대해 고찰하고, 이를 실제 교육에서 실현시킨 사례인 '중3 전환기도약프로그램 집중캠프'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교육에 대한 담론이 에듀테크로 대표되는 도구 중심에서 인간 중심, 학생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정서학습의 실현 사례
1. 들어가며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이하 SEL)은 감정을 이해 및 관리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설정 및 유지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식, 태도 및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성-감성 학습 연구/실행 조직인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은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및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SEL의 5가지 핵심 역량으로 제시하며, 이러한 역량은 학생들의 복지(well-being)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학업 성취도와 교실 안팎에서 긍정적인 행동을 촉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EL의 장기적인 혜택에 대해 연구해 온 CASEL을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은 사회적, 정서적 기술이 강한 학생은 학업 성적이 더 우수하고 정신 건강이 개선되며 공감, 회복력, 팀워크와 같은 긍정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러한 기술을 익힌 학생들은 협업, 커뮤니케이션 및 문제 해결 능력이 필수가 된 현대 사회에 더 잘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SEL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사단법인 교육실험실21에서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한 '중3 전환기도약프로그램 집중캠프'를 중심으로 SEL을 교실에서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과 방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회정서학습 실현 전략
1) 중3 전환기도약프로그램 집중캠프
'중3 전환기 도약프로그램 집중캠프(이하 캠프)'는 학습지원대상 학생들의 기초 학습 역량을 제고하고, 자기효능감 향상 및 진로의식 강화를 통해 고등학교 진학 후 학업적 성공의 기초를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었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서울시 전역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중 본인이 희망하고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은 36명의 학생을 선정하여 2023년 1월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30차시의 교육을 진행하였다.
교육 내용은 크게 프로젝트학습 활동과 삼율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각 15차시 분량으로 진행하였다. 아울러 직접적인 교육 내용 뿐만 아니라 교육에 직, 간접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실 환경(Classroom Climate) 조성을 통한 SEL 실현을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배치하였다.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각 과정은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문서 작성, 산출물 수집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되었으며, 참여 학생들의 역량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사후 설문조사와 교육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수집된 자료와 설문조사 결과는 교육 효과 검증을 위한 위한 자료로 사용하였다.
2) SEL 실현 환경 조성
캐나다의 교육 전문가이자 회복적 정의 활동가인 브렌다 모리슨(Brenda Morrison)은 공동체 전체에 존중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근원'을 다뤄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회복적 학교모델(Whole-school model of restorative justice)을 제시하였다. 브렌다 모린슨은 삼각형의 가장 아래 영역인 '공동체의 문화 만들기'야말로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근원이며, 따라서 교실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장치가 배치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30차시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캠프에서는 교실 환경 조성을 위한 여러 물리적 제약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SEL을 실현을 위해 다양한 장치가 배치되었다.
가. 학습활동의 구조화
SEL 실현을 위해 다양한 학습활동을 구조화하였다. 2시간을 한 블록으로 묶어 오전에는 한 블록, 오후에는 두 블록의 블록타임제로 수업을 운영하였다. 블록 내에는 별도의 쉬는 시간을 가지 않았으며, 블록과 블록 사이에는 10분간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블록타임 학습활동 중간에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합의가 된 경우 팀원 전체가 별도의 쉬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학습 활동 중간에 자유롭게 간식을 먹을 수도 있었고, 프로젝트학습 진행속도와 방법을 교사의 지원아래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학습 활동 과정에서 정해진 규칙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수동적 학습자에서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스스로의 학습을 조직하는 능동적 학습자로의 변화를 유도하였다.
나. 학습공동체 구축
캠프의 학습활동은 크게 개인학습, 팀내 학습, 팀간 학습으로 구분하여 진행하였다. 이런 활동은 15~20분 정도의 시간으로 세분하여 구조화하였으며, 개인 학습 내용을 학습과정에서 팀 친구들과 나누고, 이를 정리하여 다시 다른 팀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학습 구조에서 함께 학습하는 친구들은 경쟁자가 아닌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자이자, 자신을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학습자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의 시너지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혼자가 아닌 팀으로서 성취를 우선 시 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학습과정에서 개별적 학습자들은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학습공동체가 되었다.
다. 학습에 대해 책임지는 학습자
회복적 생활교육에서는 자기책임을 강조한다.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캠프에서는 학습에 대한 책임 인식을 위해 과제를 활용하였다. 과제는 주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주제들로 정해졌는데, '자신의 기질 분석 리포트 작성하기', '나의 꿈 만다라트 작성하기', '자신의 장점 50가지 찾아서 적어오기', '페르소나 인터뷰하기' 등이었다. 이러한 과제는 참가자들이 스스로의 학습에 대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만들고,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매일 아침 체크인 시간에 과제를 점검하였지만 통제나 제제가 아닌 성공을 위한 가이드에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과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들은 멘교사의 도움을 받아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과제를 완수할 수 있었고, 과제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과제 수행을 위한 노력에 대해 칭찬받고 고무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모든 과제를 완수하였고, 과제 수행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보인 몇몇 교사와 다른 학생들을 감동시키기도 하였다.
라. 가용 자원이 충분함을 확인
캠프 참가자들에게는 다양한 학습 자원이 지원되었다. 학습활동에 필요한 모든 자료는 사전에 준비되어 참가자들에 배부되었고, 학습 활동에 필요한 학용품, 소모품, 노트북 등의 학습 기자재 등은 교실 곳곳에 배치되어 언제든 활용할 수 있었다. 간식은 언제나 일정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실 한쪽에 배치되었고, 원하는 간식이 무엇인지 참가자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팀별로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었지만 팀별로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고, 결과의 질에 관계없이 발표 이후 모두가 축하받는 경험을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자신이 원하고 노력하면 성취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한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인식하고, 이를 통하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물리적 학습환경을 배치한 것이다.
바. 존중과 수용
참가 학생들이 가장 만족했던 것 중 하나가 식사와 간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만족도는 값비싼 음식이 제공된 결과가 아니라, 제공 방식에 의한 것이었다. 참가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 선호하는 음식으로 점심 메뉴를 선정하고, 참가 학생들이 원하는 때 언제든지 원하는 간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이 무한이 있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하여 깨닫기 위한 장치였다. 나아가 캠프 학습과정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지지받고 있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러한 장치는 참가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한 배려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보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3) 프로젝트학습
캠프 교육과정의 중심축 중 하나는 프로젝트학습(Problem Based Learning, PBL)이었다. 캠프에서 진행된 프로젝트학습 과정은 다음 표와 같다.
- 팀빌딩
- 문제정의
- 펼쳐놓고 바라보기
- 경험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방법
- 페스소나 인터뷰
- 공감을 바탕으로 문제 정의하기
- 실험계획
- 학습과정에서 발견한 나는?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하고, 정해진 시간내에 이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하여 시간 관리 경험과 우선 순위를 정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공통의 의견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정신적 유연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의사소통 기술을 학습하고, 이를 다시 프로젝트학습 과정에서 반복하게 함으로써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올바른 의사소통 기술을 몸에 뵐 수 있도록 하였다.
4) 삼율활동
자연스럽고 점진적으로 사회적 인식과 관계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구조화된 학습활동이 진행되었다. 입학식 이후 캠프의 첫 번째 학습활동은 ‘놀이’였다. 몇가지 놀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낯선 공간과 낯선 친구들에 대한 경계를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첫날 오후에 이어진 자기이해 활동에서 기질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자신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낯선 사람만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 같은 공간에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하였고, 이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는 태도를 경험하게 하였다. 식사 시간 중 자연스럽게 대인관계 접촉면을 넓힐 수 있도록 하였고, 둘째날부터는 팀별로 점심식사를 같이 하며 자연스럽게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하였다. 캠프의 전 과정에서 매일 교육을 시작하기 앞서 ‘체크인’ 시간을 마련하여 지금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당일 교육을 함께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였으며, 일과를 마치기 전 ‘체크아웃’시간을 가져 매일의 교육 내용을 함께 정리하고, 학습한 성과를 서로에게 축하해주도록 하였다.
이러한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배치와 함께 SEL 실현을 위해 삼율활동을 캠프 교육과정의 다른 한 축으로 진행하였다. 삼율활동은 인성교육 전문가인 조벽 고려대학교 석좌교수가 제안한 인성교육으로 자기조율, 관계조율, 공익조율을 통합적으로 이루기 위한 교육활동을 의미한다. '자기조율'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는 것으로 CASEL의 핵심역량 중 '자기인식' 및 '자기관리'와 연결되어 있다. '관계조율'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으로 CASEL의 핵심역량 중 사'회적 인식' 및 '관계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공익조율’이라 하였는데 CASEL의 핵심역량 중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맥을 같이 한다.
자기조율활동으로 '나의 꿈 만다라트 작성' 을 통해 구체적인 인생 목표와 학습 목표를 세우고 이를 친구들에게 발표함으로써 실행력을 높이도록 하였다. 또한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심장집중호흡 방법, 엠웨이브 활용을 통한 자기조율 방법,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율하기 위한 감정네비게이션 방법, 긍정적 태도를 만들기 위한 긍정정서통장 만들기, 감사를 통해 자기조율에 도달하는 빠른 정합기술 등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학습활동을 진행하였다.
관계조율활동으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체험하고 익힐 수 있는 학습 활동을 진행하여, 캠프에서 친구들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구체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학습하기 위하여 원수되는 대화, 멀어지는 대화, 다가가는 대화의 세 가지 대화 방법의 차이점을 체험하고, 대화 과정에서 숨어 있는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라는 네 가지 독이 어떻게 관계를 망치는지를 학습하였다. 관계조율활동에서 학습한 내용들은 프로젝트학습 과정에서 끊임없이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실천되고 강화되도록 하였다.
공익조율활동은 김수영 작가의 특강과 지구시민이야기를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김수영 작가의 삶의 이야기와 자신의 위치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캠프 참여자들이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윤리적 책임감을 갖도록 하였다. 또한 공익조율활동은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하는 것과 연결되어 진행하였다. 프로젝트 주제 선정 시 우리가 속한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먼저 떠올리고 그 속에서 팀별 주제를 정하도록 함으로써 배운 것을 활동과 연결하여 체화하는 경험을 갖도록 디자인하였다.
5) 교사의 역할
청소년기는 부모 또는 교사와의 수직적 관계에서 점차 또래와의 수평적 관계로 관계의 초점이 옮아가는 시기이지만, 교육의 현장에서 교사와의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의 현장에서 교사는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의 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교사가 학생들과 맺는 관계의 질은 학생 상호관의 관계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캠프에서는 학생들에 학습활동 전반에 멘토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하였다. 멘토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 공간에 함께 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집중캠프 5일간 무조건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멘토 교사들은 관계의 장의 버팀목이 되었고, 이런 멘토 교사들의 수용적인 태도는 학생들에게 모델이 되었다. 멘토 교사들의 관계가 모델링이 되어 점차 서로에게도 수용적이고, 협조적인 태도로 변해가는 학생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아울러 교사는 갈등의 중재자로서 관계의 어려움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응해야하는지를 보이는 역할을 하였다. 의도적으로 디자인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학습 과정에서 팀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갈등이 발생하였고, 이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SEL의 좋은 계기가 되었다.갈등 당사자가 부정적 감정의 포로가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회복적 생활교육의 방식으로 순서를 가지고 돌아가며 자신이 어떤 피해(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는지를 상대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에 함께 있는 친구들 또한 갈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기꺼이 이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보상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관계를 성장시키는 경험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당사자와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고 안전하게 표현하고, 서로 이를 경청할 수 있도록 장(field)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였다.
3. 사회정서학습을 통한 학생들의 변화
1) 교육만족도
학생 본인이 느끼는 교육의 효과와 관련된 만족도 조사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학습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응답(76.2%)과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응답(85.7%)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응답은 교육활동 세부 내용에 대한 만족도를 묻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와도 연결되는데, 강사에 대한 만족도, 시설과 운영에 대한 만족도, 전반적 만족도에서 대부분 만족(95.2%)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할만한 사실은 만족도를 묻고 있는 전체 문항에서 부정적 응답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캠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내용을 서술하는 문항에도 응답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캠프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이 교육 효과에 만족하였음을 시사한다.
교육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 응답과 높은 만족도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서술형 문항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답변을 유목화하여 아래 그림으로 나타내었다.
윗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참가한 학생들이 캠프에서 좋았던 것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친구들 및 교사(강사와 멘토)와의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또래와의 관계로부터 자아정체성을 확인하는 청소년기의 특징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SEL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2) 역량 변화
CASEL은 SEL의 핵심 역량으로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및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의 5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자기 인식 및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및 관계기술, 책임 있는 의사 결정으로 구분하여 역량변화를 살펴보았다.
자기인식은 자신의 정서와 강점 및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며, 하위개념으로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 자신이 느끼고 있는 정서의 이유와 상황을 파악하는 것, 자신의 관심사와 고민의 이해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자기관리는 개인적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스트레스 및 강점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하위개념으로 상황에 맞는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스트레스 및 충동 조절 및 통제하기, 장단기 목표 설정 및 계획, 피드백을 통한 행동 수정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사회적 인식은 상대방의 입장을 취할 수 있고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하위개념으로 타인의 정서, 관점, 의견 이해하기, 개인과 집단의 특성 파악하기, 다양성 인정하기 등을 들 수 있다. 대인관계 기술은 대인 간 의사소통, 협력, 타협을 통해 건강하고 원만한 관계를 형성 및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하위개념으로 대인 간 협력 및 관계 형성하기, 부당한 상황에서의 저항 및 협상하기, 도움 제공 및 요청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란 분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자기성찰과 문제해결 능력을 발달시켜 이에 근거한 윤리적, 개인적, 도덕적 책임감을 갖는 것을 말한다. 하위개념으로는 상황과 문제를 분석 후 자신의 결정과 선택에 대해 평가하기,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해결 방법 비교 및 반성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캠프 전후 CASEL에서 제시하고 있는 SEL의 핵심 역량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자기보고식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t-검정(t-Test)를 통하여 이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자기인식 및 자기관리, 사회적 인식 및 관계기술, 책임 있는 의사 결정 전체에서 모두 유의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사회적 인식 및 관계기술 역량의 변화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학생들의 만족도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는 의도적으로 잘 구조화된 SEL을 통하여 핵심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우리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4. 맺으며
지금까지 캠프를 중심으로 SEL 실현을 위한 실천적 전략에 대해 논의하였다. 캠프의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몇가지 시사점을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캠프를 통하여 긍정적인 태도로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 전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노력하며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태도, 자신의 강점을 알고 이에 대한 신뢰를 갖는 태도 등 자기인식 및 자기관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캠프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시도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조성하였고, 자기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성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활동과 구체적인 자기관리 기술을 학습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의 SEL 역량 향상을 위해 적극적이고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자기인식 및 자기관리 역량은 타고 나거나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역량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둘째, 캠프 참가자들은 관계발전 능력과 동기부여 능력에서 유의한 향상을 나타내었다. 관계발전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보다는 공동의 성취를 우선시하며, 다른 사람과 신뢰를 쌓고,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대하는 사교성 등을 포함한다. 동기부여란 많은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모두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태도를 아우른다. 대인관계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집중캠프에서는 첫째 멘토강사가 일관성 있는 수용적 태도를 보이며 대인관계의 모델이 되도록 하였고 둘째, 대인관계 역량의 점진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학습활동을 구조화하였다. 끝으로 프로젝트학습 전 과정에서 개인학습활동, 팀내 학습활동, 팀간 학습활동을 구조화하여 계속해서 대인관계 역량 강화를 위한 경험을 쌓아가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대인관계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인관계를 만들어야 하며, 교사는 대인관계의 장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대인관계의 질을 높을 수 있는 학습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대인관계 역량을 배우지 못하고 성장한 어른들이 만드는 사회는 조화롭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음을 생각할 때, 교육현장에서 대인관계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캠프에서는 프로젝트 학습을 15차시 이상 교육과정에 배치하여 교육의 중심으로 하였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전인적인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 방법의 변화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자원을 조직하여 학습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과정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3회에 걸쳐 SEL의 개념과 교실에서 SEL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논의하였다. 특히 SEL의 구체적인 실천 전략으로 회복적 생활교육과 프로젝트학습에 대해 고찰하고, 이를 실제 교육에서 실현시킨 사례인 '중3 전환기도약프로그램 집중캠프'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교육에 대한 담론이 에듀테크로 대표되는 도구 중심에서 인간 중심, 학생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