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우리는 누구나 학생들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무엇이 학습해야 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교육과정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21세기 들어 이에 대한 답과 관련하여 많이 회자되고 있는 용어가 ‘역량(competeny)’이다. 이는 전통적인 학교 교육이 급격하게 변화 발전하고 있는 사회에서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에 필요한 충분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제기되었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그리고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학생의 실제적 삶 속에서 무언가를 할 줄 아는 실질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래 학교 교육에서도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한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역량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구체적인 의미와 교육에서의 시사점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역량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교육에서 지니는 함의는 무엇인지 탐구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논의된 역량의 정의를 탐색해 보고, 21세기 학습자 교육에서 통용될 수 있는 역량의 조작적 정의를 알아보고자 한다.
2. '역량'의 등장
'역량'이라는 개념은 1970년대 초 사회심리학자인 McClelland가 <지능보다는 역량을 위한 검사> (<Testing for competence rathet than intellence>)라는 글에서 소개한 것이 출발로 평가받는다. 이 글에서 McClelland는 '구체적인 삶의 맥락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능력'으로 '역량'을 정의하면서, 인종이나 성 혹은 사회경제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역량이 지능보다 직업수행을 더 잘 예언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McClelland의 주장 이후 전통적인 시험점수가 직업적인 성공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직업수행능력을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역량모델이 등장하였는데, 이를 등장 시기에 따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1> 역량에 대한 다양한 정의
학자 | 정의 |
White(1959) | 환경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능력 |
Klemp(1980) | 업무에서 탁월한 수행을 하거나 뛰어난 결과를 내는 사람의 특성 |
McClelland(1973,1993) | 구체적인 삶의 맥락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능력 평범한 수행자와 구분되는 우수한 수행자의 독특한 특성 |
Boyatzis(1982) | 특정 과업을 효과적이고 뛰어나게 수행하는 수행자가 지닌 내재적 특성 |
McLagan(1982) | 직무나 역할 수행에서 뛰어난 성과자와 관련된 개인의 능력 특성 |
Burgoyne(1989) |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이를 하고자 하는 마음 |
Fletcher (1991) | 규정된 기준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능력 |
Spencer&Spencer(1993) | 준거에 따른 효과적이고 우수한 수행과 인과적으로 관련된 개인의 내적인 특성(동기, 특성, 지식, 기술, 자아개념 등) |
Corbin(1993) | 바람직한 목표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이 알아야 할 것(what one should know)과 할 수 있어야 할 것(what one should be able to do)를 포함하는 능력 |
Dubois(1993) | 삶에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사용되거나 소유하고 있는 개인의 특성 |
Schippmann(1993) | 측정 가능하고, 업무와 관련된 개인의 행동적 특징에 기초한 특성 또는 능력 |
Parry(1996) | 직무와 관련된 역할이나 책임 등에 영향을 주는 지식, 기술, 태도와 관련된 일종의 집합으로 기준에 의해 측정 가능하고 훈련이나 개발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 것 |
Strebler&berans(1996) | 업무 영역에서 새로운 상황에 지식과 기술을 전이하는 능력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특성 |
Mirable(1997) | 특정 직무에서 뛰어난 수행과 관련된 지식, 기술, 능력 등의 특성 |
Athey&Orth(1999) | 뛰어난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개인 또는 조직의 지식, 기술, 태도, 행동 관찰가능한 수행의 형태로 표현된 능력이며, 지속적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 |
Green Pc.(1999) | 직무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되는 측정 가능한 업무 습관 및 개인적 기술에 대한 증거자료 |
Rychen&Salganik(2003) | 태도, 감정, 가치, 동기 등과 같은 사회적, 행동적 요소 및 인지적, 실천적 기술을 사용하여 특정 맥락의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는 능력 |
NCES(2002) | 구체적인 과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술, 능력, 지식의 집합 |
유현숙(2003) | 한 개인의 성공적인 수행을 예측하기 위해서 일상적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본 능력수준 |
IBSTPI(2005) | 해당 직업이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지식, 기술, 태도 |
<표 1>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역량'에 대한 초기의 논의는 직무 또는 직업과 관련하여 이루어졌으며, 여러 학자들에 의해 역량 자체의 의미를 규정하고 특성을 규명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Spencer와 Spencer(1993)는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예이며, 동기(motives), 특질(traits), 자아개념(self-concept), 지식(knowledge), 기술(skill)의 5가지 유형으로 역량을 구분하고, 이를 <그림1>과 같은 빙산모델로 설명하였다.
[그림1] Spencer&Spencer(1993)
[그림 1]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5가지 역량 유형 중 지식과 기술 역량은 표면적인 측면으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고,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반면 자아개념, 특질, 동기 역량은 심층적인 측면에 해당하는 것으로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발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 Spencer와 Spencer는 특정 직무 수행과 인과적으로 관련된 역량은 인간의 심층적인 동기와 특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따라서 기업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에는 개인의 동기와 특질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Spencer와 Spencer의 역량 개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역량에 대한 관심은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자아개념, 특질, 동기와 같은 비인지적 측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3. OECD: DeSeCo 프로젝트에서 2030 Learning Compass까지
직업 사회의 필요에 의해 등장한 역량에 대한 개념은 OECD의 프로젝트를 통해 직업이나 직무와 관련된 것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논의로 발전하였다. 1997년부터 수행된 DeSeCo(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프로젝트를 통해 OECD는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DeSeCo 프로젝트에 따르면 역량이란 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태도, 감정, 가치, 동기와 같은 사회적.행동적 요소를 가동시킴으로써 특정 맥락의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삶을 살아가면서 한 개인이 요구받는 복잡한 도전을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역량을 열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역량은 다른 곳에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DeSeCo 프로젝트에서는 '핵심역량(key competency)'를 도입한 이유이다. 핵심역량이란 다양한 많은 역량 가운데 삶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역량만을 추출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으로 DeSeCo 프로젝트는 이러한 '핵심역량'을 규명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DeSeCo 프로젝트에 따르면 '핵심역량'은 삶의 다양한 분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수단이며, 개인의 성공적인 삶과 기능적인 사회를 이끄는데 공헌하는 것으로 모든 개인에게 필요한 성격을 지녀야 한다. 즉 '핵심역량'은 삶의 맥락에서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일반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DeSeCo 프로젝트는 '사회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에서의 상호작용 능력', '자율적인 행동 능력', '여러 도구를 상호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의 세 가지 범주로 '핵심역량'을 규명하였다.
2015년 OECD는 DeSeCo 프로젝트의 2.0버전 격인 'OECD Education 2030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DeSeCo 프로젝트가 '역량'을 정의하고 '핵심역량'을 도출하는데 집중하였다면, OECD Education 2030 프로젝트는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 평가시스템까지 진일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는 '현재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 취업을 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인 2030년 무렵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핵심역량은 무엇인가'와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이 이를 어떻게 학습하고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서 출발하였다. OECD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개별 국가에서 고민하고 있는 미래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무엇이고, 어떠한 태도와 가치를 오늘날의 학생들에게 배양시켜 건강한 미래사회를 준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제시하고, 제1기와 2기의 2단계로 나누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제1기에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탐색하고 현재 개별 국가에서 강조하여 교육하는 역량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역량 개념틀(프레임워크)로 'OECD Learning Compass(학습 나침반)'을 개발하여 발표하였다.
<자료출처: OECD https://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
Learning Compass(학습 나침반)은 미래 학습자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항해해 나갈 것인지, 미래 교육의 기저 원리를 나침반으로 도식화하였다. 2018년 발간한 포지션페이퍼에서 OECD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Future we want)의 성격을 '모든학생이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 '학생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의 최대 발현', '개인과 사회의 웰빙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사회 구축'의 3가지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교육혁신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개인과 사회의 웰빙(Individual and collective well-being)'으고 규정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나아가는 과정을 'Learning Compass(학습 나침반)'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이 프레임워크에서 OECD는 개인과 사회의 웰빙을 추구하며, 개인이 함양해야 할 기본적 역량,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 낼 변혁적 역량, 그리고 변혁적 역량이 길러질 수 있도록 작용하는 기재 등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역량(Competencies)을 지식(Knowledges), 기술(Skills), 태도와 가치(Attitudes andValues)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영역을 하위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지식을 개별 학문별 지식, 간학문적 지식, 인식론적 지식, 절차적 지식의 4가지 범주로 구분하였고, 인지적.메타인지적 기술, 사회.정서적 기술, 육체.실용적 기술 등으로 기술(Skills)을 세분하여 설명하였다. 또한 태도와 가치를 개인적, 지역적, 사회적, 국제적 수준과 성격에 따라 구분하였다.
역량의 지향점으로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을 제시하고, 이를 새로운 가지 창조하기(Creating New Value), 긴장과 딜레마에 대처하기(Reconcilling Tensions & Dilemmas), 책임감 갖기(Taking Responsibility) 등의 세 가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여기서 '새로운 가지 창조하기(Creating New Value)' 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사회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 즉 새로운 생활방식이나 사회적 모델 등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 것이며, '긴장과 딜레마에 대처하기(Reconcilling Tensions & Dilemmas)'는 상호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인간사회에서 긴장과 딜레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소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임감 갖기(Taking Responsibility)'는 개인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예상하고 그에 따른 성과와 실패를 분석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Learning Compass(학습 나침반)에 따르면 개인의 변혁적 역량은 예측/기대(Anticipation), 행동/실행(Action), 반추/숙고(Reflection)의 'A-A-R Cycle' 을 통해서 길러진다. 즉 학습자가 '예측-행동-반추'의 싸이클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학습과정에서 변혁적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으며, 따라서 교육과 학습의 능동적 주체로서 학생(Student Agency)를 강조하고 있다.
4. 나가며
지금까지 '역량'이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특히 OECD에서 '역량'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역량'이라는 개념은 직업사회에서의 필요에 의해 제시되었으며, 전통적인 시험성적은 한 개인이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비판에 힘입어 확장되고 발전되었다. OECD는 직업이나 직무와 관련되어 발전되었던 '역량'이라는 개념을 일반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것으로 확장하였으며, 특히 급격하고 복잡하게 발전하고 있는 21세기에서 한 개인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에 대한 답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역량'의 의미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지식(knowedge), 기능(skill), 능력(ablitity) 등의 용어와 혼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역량(competency)을 copmetence, coppetencies 등과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역량(competency)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consensus)가 이루어지고 있기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역량중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2021년 말 발표된 2022개정교육과정 총론 자료에서는 역량중심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역량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필요한 이유이며, 적어도 '역량'에 대한 교육적 함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교육실험실21에서는 OECD가 제안한 역량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역량중심교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i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로 대표되는 21세기 사회라는 삶의 맥락과 관련지어 우리는 '역량'을 '21세기 사회에서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공통적인 능력'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는 역량 개념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인 총체성, 수행성, 맥락성, 학습가능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역량'에 대한 이러한 조작적 정의가 특히 교육이라는 맥락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역량 개념이 가지는 총체성을 고려할 때 핵심역량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할 것이다. 교육실험실21에서 진행하고 있는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역량에 대한 교육적 함의와 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핵심역량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소경희(2006). "학교지식의 변화요구에 따른 대안적 교육과정 설계방향 탐색". 교육과정연구 24(3).
소경희(2007).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본 '역량(competency)'의 의미와 교육과정적 함의". 교육과정연구 25(3).
유현숙,김안나,김태준,김남희,이만희,장수명(2002). "국가수준 생애능력 표준설정 및 학습체제 질관리 연구(I). 서울: 한국교육개발원.
최수진, 이재덕, 김은영, 김혜진, 백남진, 김정민, 박주현 (2017). OECD 교육 2030 참여 연구: 역량 개념틀 타당성 분석 및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과제. 한국교육개발원
McClelland, D(1993). Introduction. In L.Spencet & S.Spencer(Eds.), Competence at work; Models for superior performace. New York: John Wiley & Sons.
OECD(2002). 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es(DeSeCo): Theoretical and coneptual foundations-Strategy paper. OECE Press.OECD(2005). The defin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ies: Executive summary.
OECD, (2018).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 OECD.
OECD. (2018). Education 2030 website, www.oecd.org/education/2030
Nisha Nipasuwan, Pithoon Thanabordeekij, Aek Ussivakul (2021). Towards a Learning Organization Learning How to Learn: A Key Competence for Sustainable Employment
1. 들어가며
우리는 누구나 학생들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무엇이 학습해야 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교육과정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21세기 들어 이에 대한 답과 관련하여 많이 회자되고 있는 용어가 ‘역량(competeny)’이다. 이는 전통적인 학교 교육이 급격하게 변화 발전하고 있는 사회에서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에 필요한 충분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제기되었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그리고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학생의 실제적 삶 속에서 무언가를 할 줄 아는 실질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래 학교 교육에서도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한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역량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구체적인 의미와 교육에서의 시사점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역량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교육에서 지니는 함의는 무엇인지 탐구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논의된 역량의 정의를 탐색해 보고, 21세기 학습자 교육에서 통용될 수 있는 역량의 조작적 정의를 알아보고자 한다.
2. '역량'의 등장
'역량'이라는 개념은 1970년대 초 사회심리학자인 McClelland가 <지능보다는 역량을 위한 검사> (<Testing for competence rathet than intellence>)라는 글에서 소개한 것이 출발로 평가받는다. 이 글에서 McClelland는 '구체적인 삶의 맥락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능력'으로 '역량'을 정의하면서, 인종이나 성 혹은 사회경제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역량이 지능보다 직업수행을 더 잘 예언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McClelland의 주장 이후 전통적인 시험점수가 직업적인 성공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직업수행능력을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역량모델이 등장하였는데, 이를 등장 시기에 따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1> 역량에 대한 다양한 정의
평범한 수행자와 구분되는 우수한 수행자의 독특한 특성
관찰가능한 수행의 형태로 표현된 능력이며, 지속적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
<표 1>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역량'에 대한 초기의 논의는 직무 또는 직업과 관련하여 이루어졌으며, 여러 학자들에 의해 역량 자체의 의미를 규정하고 특성을 규명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Spencer와 Spencer(1993)는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예이며, 동기(motives), 특질(traits), 자아개념(self-concept), 지식(knowledge), 기술(skill)의 5가지 유형으로 역량을 구분하고, 이를 <그림1>과 같은 빙산모델로 설명하였다.
[그림1] Spencer&Spencer(1993)
[그림 1]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5가지 역량 유형 중 지식과 기술 역량은 표면적인 측면으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고,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반면 자아개념, 특질, 동기 역량은 심층적인 측면에 해당하는 것으로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발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 Spencer와 Spencer는 특정 직무 수행과 인과적으로 관련된 역량은 인간의 심층적인 동기와 특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따라서 기업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에는 개인의 동기와 특질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Spencer와 Spencer의 역량 개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역량에 대한 관심은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자아개념, 특질, 동기와 같은 비인지적 측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3. OECD: DeSeCo 프로젝트에서 2030 Learning Compass까지
직업 사회의 필요에 의해 등장한 역량에 대한 개념은 OECD의 프로젝트를 통해 직업이나 직무와 관련된 것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논의로 발전하였다. 1997년부터 수행된 DeSeCo(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프로젝트를 통해 OECD는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DeSeCo 프로젝트에 따르면 역량이란 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태도, 감정, 가치, 동기와 같은 사회적.행동적 요소를 가동시킴으로써 특정 맥락의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삶을 살아가면서 한 개인이 요구받는 복잡한 도전을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역량을 열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역량은 다른 곳에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DeSeCo 프로젝트에서는 '핵심역량(key competency)'를 도입한 이유이다. 핵심역량이란 다양한 많은 역량 가운데 삶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역량만을 추출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으로 DeSeCo 프로젝트는 이러한 '핵심역량'을 규명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DeSeCo 프로젝트에 따르면 '핵심역량'은 삶의 다양한 분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수단이며, 개인의 성공적인 삶과 기능적인 사회를 이끄는데 공헌하는 것으로 모든 개인에게 필요한 성격을 지녀야 한다. 즉 '핵심역량'은 삶의 맥락에서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일반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DeSeCo 프로젝트는 '사회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에서의 상호작용 능력', '자율적인 행동 능력', '여러 도구를 상호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의 세 가지 범주로 '핵심역량'을 규명하였다.
2015년 OECD는 DeSeCo 프로젝트의 2.0버전 격인 'OECD Education 2030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DeSeCo 프로젝트가 '역량'을 정의하고 '핵심역량'을 도출하는데 집중하였다면, OECD Education 2030 프로젝트는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 평가시스템까지 진일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는 '현재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 취업을 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인 2030년 무렵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핵심역량은 무엇인가'와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이 이를 어떻게 학습하고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서 출발하였다. OECD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개별 국가에서 고민하고 있는 미래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무엇이고, 어떠한 태도와 가치를 오늘날의 학생들에게 배양시켜 건강한 미래사회를 준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제시하고, 제1기와 2기의 2단계로 나누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제1기에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탐색하고 현재 개별 국가에서 강조하여 교육하는 역량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역량 개념틀(프레임워크)로 'OECD Learning Compass(학습 나침반)'을 개발하여 발표하였다.
<자료출처: OECD https://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
Learning Compass(학습 나침반)은 미래 학습자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항해해 나갈 것인지, 미래 교육의 기저 원리를 나침반으로 도식화하였다. 2018년 발간한 포지션페이퍼에서 OECD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Future we want)의 성격을 '모든학생이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 '학생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의 최대 발현', '개인과 사회의 웰빙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사회 구축'의 3가지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교육혁신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개인과 사회의 웰빙(Individual and collective well-being)'으고 규정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나아가는 과정을 'Learning Compass(학습 나침반)'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이 프레임워크에서 OECD는 개인과 사회의 웰빙을 추구하며, 개인이 함양해야 할 기본적 역량,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 낼 변혁적 역량, 그리고 변혁적 역량이 길러질 수 있도록 작용하는 기재 등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역량(Competencies)을 지식(Knowledges), 기술(Skills), 태도와 가치(Attitudes andValues)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영역을 하위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지식을 개별 학문별 지식, 간학문적 지식, 인식론적 지식, 절차적 지식의 4가지 범주로 구분하였고, 인지적.메타인지적 기술, 사회.정서적 기술, 육체.실용적 기술 등으로 기술(Skills)을 세분하여 설명하였다. 또한 태도와 가치를 개인적, 지역적, 사회적, 국제적 수준과 성격에 따라 구분하였다.
역량의 지향점으로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을 제시하고, 이를 새로운 가지 창조하기(Creating New Value), 긴장과 딜레마에 대처하기(Reconcilling Tensions & Dilemmas), 책임감 갖기(Taking Responsibility) 등의 세 가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여기서 '새로운 가지 창조하기(Creating New Value)' 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사회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 즉 새로운 생활방식이나 사회적 모델 등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 것이며, '긴장과 딜레마에 대처하기(Reconcilling Tensions & Dilemmas)'는 상호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인간사회에서 긴장과 딜레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소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임감 갖기(Taking Responsibility)'는 개인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예상하고 그에 따른 성과와 실패를 분석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Learning Compass(학습 나침반)에 따르면 개인의 변혁적 역량은 예측/기대(Anticipation), 행동/실행(Action), 반추/숙고(Reflection)의 'A-A-R Cycle' 을 통해서 길러진다. 즉 학습자가 '예측-행동-반추'의 싸이클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학습과정에서 변혁적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으며, 따라서 교육과 학습의 능동적 주체로서 학생(Student Agency)를 강조하고 있다.
4. 나가며
지금까지 '역량'이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특히 OECD에서 '역량'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역량'이라는 개념은 직업사회에서의 필요에 의해 제시되었으며, 전통적인 시험성적은 한 개인이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비판에 힘입어 확장되고 발전되었다. OECD는 직업이나 직무와 관련되어 발전되었던 '역량'이라는 개념을 일반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것으로 확장하였으며, 특히 급격하고 복잡하게 발전하고 있는 21세기에서 한 개인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에 대한 답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역량'의 의미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지식(knowedge), 기능(skill), 능력(ablitity) 등의 용어와 혼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역량(competency)을 copmetence, coppetencies 등과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역량(competency)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consensus)가 이루어지고 있기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역량중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2021년 말 발표된 2022개정교육과정 총론 자료에서는 역량중심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역량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필요한 이유이며, 적어도 '역량'에 대한 교육적 함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교육실험실21에서는 OECD가 제안한 역량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역량중심교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i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로 대표되는 21세기 사회라는 삶의 맥락과 관련지어 우리는 '역량'을 '21세기 사회에서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공통적인 능력'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는 역량 개념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인 총체성, 수행성, 맥락성, 학습가능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역량'에 대한 이러한 조작적 정의가 특히 교육이라는 맥락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역량 개념이 가지는 총체성을 고려할 때 핵심역량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할 것이다. 교육실험실21에서 진행하고 있는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역량에 대한 교육적 함의와 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핵심역량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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