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게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거꾸로캠퍼스 학생헤드인 무지, 일반 학교에서와 거꾸로캠퍼스에서의 학생자치 활동을 모두 경험해 본 새야와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번 회차의 키워드는 ‘학생자치’입니다.
편집팀 (이하 생략) : 지난 주에는 ‘학생자치’라는 키워드로 교사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번 호 코-레터에서는 거꾸로캠퍼스 학생자치의 당사자 두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하는데요, 지난주와 똑같은 질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두 분이 직접 경험한 ‘학생자치’ 활동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학생자치’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무지 : 저는 2022년 1모듈에 입학했습니다. 처음 입학해서는 2모듈까지 ‘문화행사부’에서, 그 이후에는 ‘학교운영부’에서 활동하고 있고, 현재는 거꾸로캠퍼스(이하 거캠)에서 학생헤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자치’의 의미를 여쭤보셨는데, 제가 아직 구체적으로 답변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1부터 10까지 다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인생, 혹은 사회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학생헤드로서 학생자치와 연관되는 키워드는 ‘체계적’이고 ‘교류적(협력적)’이며, 도전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새야 : 저도 2022년 1모듈에 거캠에 입학하여 햇수로 3년차인 거캐머입니다. 학생회 부서 중 문화행사부에서 활동했어요. 첫 반년 동안은 부원으로, 그 다음 반년동안은 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학생자치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내가 속한 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들’에 관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학생’으로서 마주한 사회, 조직,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우리는 누구인가를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학생 자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활동들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의 답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거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자치 활동들이 궁금한데요, 학생회 활동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아쉬운 입체적인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무지 : 우선 ‘거캠에서의 학생자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설명 드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새야 : 저는 거캠 입학 전 중학교에서 2학년부터 학생회 활동을 하고 학생회장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반 학교에서 학생자치활동을 할 땐 ‘학생의 역할’을 고정해놨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어요. ‘너희는 축제 기획, 선거 운동, 예방 운동 같은 거 하면 돼’처럼 어떠한 제한이 있는 거죠. 반면, 거캠에서의 학생자치는 이미 학생의 역할을 정해놓고 해야 할 무언가를 부여하는 게 아니었어요. 거캐머(거캠의 학생들)는 코칭교사, 운영팀과 함께 동등한 거캠의 구성원이었어요. 각각의 입장과 관점에서 더 나은 거캠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동등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거캠의 문화였던 거죠. 거캠을 다니는 거캐머로서 지속적으로 운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4개의 학생회 부서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4개 부서에 대한 소개를 드리자면, 거꾸로캠퍼스의 비품 및 시설 관리와 학교에 필수적인 운영을 하는 ‘학교운영부’,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다양한 교내외 행사나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문화행사부’, 거꾸로캠퍼스 학생 조직의 예산을 관리하고, 학생 조직의 예산을 벌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업재무부’, 거꾸로캠퍼스의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콘텐츠홍보부’가 있습니다. 모든 부서에는 부장과 부원들이 있고, 학생 전체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안건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학생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문화행사부의 꽃이라고 불리는 활동은 ‘함께놀기’예요. 거캠은 프로젝트가 단계별로 나눠져 있어서 평소에 다른 단계의 팀과는 소통과 교류가 활발하게 안 되기도 해서 거캐머가 다함께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이때는 진지하고 무거운 것보다 모두가 ‘즐거웠다’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위해 문화행사부가 아주 열심히 준비하기도 하고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기도 합니다.
무지 : 저는 총회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총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부서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전체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 언제든 신청할 수 있는 안건을 함께 논의하면서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안건이 없을 때에는 각 부서의 부장들과 헤드가 있는 ‘임원진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논의합니다.
하지만 총회의 기본적인 구성은 지키되 임원진들이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총회에 플러스 요소들을 넣기도 해요. 예를 들면, 새야가 임원진을 했을 때에는 함께놀기가 큰 행사이지만 3개월 중 하루 이틀이다 보니 학생들이 교류하는 문화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런 시간을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학생헤드인 저의 경우에는 교류도 중요하지만 뭔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자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체 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모든 게 출발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요.
임원진 회의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싶은데요, 거기에서 실질적인 모든 학생자치 활동이 이루어지고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임원진 회의는 부서 회의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부장을 하는 친구들은 일주일에 회의가 두 번씩 있는 셈이지요. 여기서 부서 활동에 대한 피드백이 오가기도 하고 임원진의 의견들을 수용하여 다른 부서들의 방향성이 조금씩 수정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건이 올라오면 꼭 임원진 회의를 거치기 때문에 그 안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어떤 것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임원진 회의에서부터 Top-down 형식으로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고, 역으로 부서에서 임원진 회의까지 의견이 올라오는 Bottom-up 형식으로도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야 : 거캠 학생자치의 특징 중 하나는 ‘그림자위원’이에요, 일종의 감사 활동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보통은 자치활동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나눠지는 경향이 있잖아요. 거캠에서는 거캐머 개개인이 조직의 주체적인 구성원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임원진 회의의 그림자위원도 아주 중요한 역할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림자위원은 분기당 한 번만 참여할 수 있고 회의마다 랜덤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학생에 대한 논의가 임원진 안에서만 매몰되지 않도록 회의를 관찰하고 결정권도 같이 행사해요.
학생자치 활동에서 어떤 경우에는 논의하는 사람 따로 있고, 거기에서 결정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학생회와 일반 학생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도 있는데, 거캠에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새야 : 거캠에서는 서로 연결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거캠의 ‘닉네임(별명)’과 ‘피드백’ 문화가 그걸 보여준다고 생각하고요. 거캠에서는 선생님, 선후배처럼 위계질서가 형성될 수 있는 호칭은 쓰지 않아요. ‘내’가 정한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고 불리며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하죠. 피드백 시간을 통해선 다 같이 공유하고, 서로 도움 되는 것이 있으면 나누면서 이야기하자는 분위기를 모두가 공유해요.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학생자치에도 연결되어 모두가 거캐머로서 학생자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생회만의 권위나 권력을 갖지 않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거캠이라는 사회 안에서 모든 구성원이 시민성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군요. 이런 문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학생자치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하기는 싫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의 경우에는 어떠셨어요?
무지 : 저는 거캠에 들어오면서부터 학생헤드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 때 당시에는 단순하게 생각했고 명예욕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웃음) 그래서 학생헤드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고, 부원도 경험해보고 부장도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과정을 다 1년씩 해 봤습니다. 하다 보니 학생헤드가 되기 위한 이유 하나로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아니었고, 학생자치 활동이 제가 인생을 살고 싶은 방식과 많이 연관되어 있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저는 후회 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춘기 때 여러 고민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하면서 느낀 건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게 저에게 의미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거캠이 더 마음에 들었고요. 그런 이유로 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궁극적으로는 나중에 회사를 차리거나 국제기구에 들어가서 세상에 좀 더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내가 이 조직에서도 그런 경험을 해 봐야 이후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프로젝트도 있지만 자치활동은 또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미래 비전적인 생각에서 시작한 측면도 있습니다.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활동에서 오는 성취감과 뿌듯함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어렵다고 느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 은 이게 좋다는 생각으로 계속 활동을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할 수 있었습니다.
새야 : 저는 사실 거캠을 알아보고 결정을 할 때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학생 문화였어요. 제가 중학교 때 학생자치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관습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정말 우리가 겪는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진정한 고민을 한다기 보다는 학생회 일원이 되면 사용할 수 있는 권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애초에 일반 학교의 구조가 선생님은 우리가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이고 우리는 늘 학생다워야 하며 모든 것들을 확인받아야 하는, 우리에 대한 것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존재 같다는 느낌을 늘 받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학생회를 할 때가 딱 코로나 시기와 겹쳤어요. 다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웠고, 기획한 축제도 결국 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늘 여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요.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에는 학생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 곳, 좋지 않은 관습이 없는 곳, ‘학교에서 모두가 다 함께 즐기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학교의 학칙을 꼭 확인해보기도 했고요. 그러다 거캠의 학생 문화는 학생이 운영하는 것들이 실질적으로 학교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이 되는 것을 보게 됐어요. 이건 형식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이 학교의 지향점이구나 싶었고, 이미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저런 것들이 가능하겠다 싶었죠. 여기에 크게 매료되어 거캠을 선택하게 됐어요.
들어오기 전부터 문화행사부를 너무 하고 싶어서, 입학 후에 바로 신청서를 냈어요. 그렇게 학생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웃음). 거캠에서는 이전의 불편함과 아쉬움을 꼭 해소하고 싶어서 학생회를 하고 싶다는 결정을 바로 내리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실제로 문화행사부가 하나의 행사를 진행할 때면 0부터 10까지 부장과 부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계획해요. 코칭교사분들께서는 같이 참여하는 입장에서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지 제안해 주시기도 하고, 학생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더 재밌는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큰 도움을 주시기도 했고요.
학생자치 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때나 보람을 느낀 때의 경험도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무지 : 사실 매일이 어려워요.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다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제가 처음에 학생자치가 인생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자기 일을 스스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매일 일상을 살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필요하지만 그만큼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의욕적이었던 친구들도 점점 자기 길을 갈 때도 있어요. 힘들어지기도 하고, 내 일이 바쁘기도 하니까.
그리고 가끔 저는 수학 문제를 풀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그 이유는 학생자치 활동은 답이 없어서 평가가 안 된다는 답답함 같은 게 느껴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열려 있고, 상대적이어서 잘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을 때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람 있었던 때는, 입학 후에 새야와 함께 문화행사부를 했었어요. 그 때 감사하게도 성향이 비슷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활동할 수 있어서 재미있게 성과를 잘 냈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꽤 좋았고요. 다 의욕적이어서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쉬는 반’ 공간을 싹 바꿔본 것도 제가 학교운영부 부장을 할 때 시도했던 건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또 문제가 발생하니까요. 모든 게 상대적이라서 매 순간이 보람 있으면서도 매 순간이 어렵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지치게도 만들고, 해결할 의욕을 주기도 하고 그런 건가요?
무지 : 네, 그래서 재밌으면서도 힘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새야 : 저는 문화행사부 부장으로 활동했던 2022년 하반기 가평에서의 1박 2일 함께놀기가 가장 보람 있었어요. 1박 2일 중 첫째 날 밤, 열심히 준비했던 메인 활동을 마무리하고 방에 들어오려던 때였어요. 갑자기 아까의 모습들이 한 번에 머릿속에 지나가면서 ‘이게 절대 나만, 우리(학생회)만 잘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든 안 되든 계속해서 노력한 부원들, 옆에서 큰 도움과 지지를 해준 코칭교사분들, 진심으로 그 시간을 즐긴 거캐머. 모두가 있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결과라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때 엄마한테 전화해서 울컥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했구나 느낀 때도 있어요. 부장이 처음이다 보니 ‘부원들에게 방향성을 잘 제시하고 있을까’,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 걸까’, ‘내가 하고 있는 게 맞을까’... 말하고 나서 그 다음 문장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조차 감이 안 왔어요. 이런 나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많이 자책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부장으로서 문화행사부의 첫 번째 함께놀기 행사를 끝내고, 두 번째 함께놀기 기획 회의를 하던 때였어요. 제가 막힘없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다른 사람들만큼 못했던 게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해 나가고 있었구나’, ‘어쩌면 내가 세웠던 기준 그 이상을 해내고 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죠,그러면서 이전 학생회 활동에서의 아쉬움과 그동안 스스로에 대해 가졌던 자책과 불안함이 싹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려볼 텐데요, 두 분이 학생자치 활동을 경험하면서 생각하기에 학생자치에 필요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무지 : 저는 고민하던 문제라 바로 이야기를 드려보자면, 학생자치와 프로젝트를 똑같이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항상 그 두 가지가 동등한 두 개의 다리라고 이야기해 주시는데 막상 투자하는 시간은 다르다고 느껴져요. 현재는 프로젝트에 더 우선순위가 있는 것 같거든요. 프로젝트랑 교육 과정은 오전, 오후, 금요일에 다 편성되어 있는데 학생자치는 시간을 따지고 보면 2주에 한 번씩만 고정적으로 있는 거고 나머지는 방과 후에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학교의 방향성도 동의하지만 학교에서 그리는 그림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지원이라는 것이 예산이나 정신적 지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물리적으로 학생자치 시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학생헤드로서 교사들과도 맞춰가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학생자치에 대해 학교에서 갖고 있는 생각이나 그림들을 명확히 알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저도 지속적인 학생회를 만들고 싶다고 공약을 냈으나 시간이 없어 지키기가 어렵거든요. 그럴 때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학생자치가 좀 더 활성화 되려면 이런 간극을 개인의 책임이나 개인의 고민으로 돌리기보다는 안전지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새야 : 저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학생’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사회나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그 안에서 내 역할은 무엇이고 우리가 어떻게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늘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학생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자치’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학생자치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 우리는 ‘학생’이니, 학생으로서 자치 활동을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자치의 본질적인 가치를 이루려면 학교와 교사는 학생을 절대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존재로만 본다거나 위계질서를 형성하기 보다는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과 문화를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학생자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도록 시간이나 공간을 공식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들이 역할일 것 같고, 교사의 경우에는 가르치거나 지적하기보다는 ‘조직’이라는 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지, 어떤 시도를 더 해볼 수 있을지 불안함을 덜어주고 방향성과 가이던스를 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 전제는 모든 구성원들이 학교의 주체라는 생각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고요.
실제 '학생자치'를 행하고, 학생들의 반응과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학생자치에 필수적인 '학생 주도적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당사자들의 생각과 의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게끔 하는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습니다. 코-레터 지난 호와 이번 호에 다루었던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게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거꾸로캠퍼스 학생헤드인 무지, 일반 학교에서와 거꾸로캠퍼스에서의 학생자치 활동을 모두 경험해 본 새야와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번 회차의 키워드는 ‘학생자치’입니다.
편집팀 (이하 생략) : 지난 주에는 ‘학생자치’라는 키워드로 교사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번 호 코-레터에서는 거꾸로캠퍼스 학생자치의 당사자 두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하는데요, 지난주와 똑같은 질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두 분이 직접 경험한 ‘학생자치’ 활동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학생자치’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무지 : 저는 2022년 1모듈에 입학했습니다. 처음 입학해서는 2모듈까지 ‘문화행사부’에서, 그 이후에는 ‘학교운영부’에서 활동하고 있고, 현재는 거꾸로캠퍼스(이하 거캠)에서 학생헤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자치’의 의미를 여쭤보셨는데, 제가 아직 구체적으로 답변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1부터 10까지 다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인생, 혹은 사회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학생헤드로서 학생자치와 연관되는 키워드는 ‘체계적’이고 ‘교류적(협력적)’이며, 도전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새야 : 저도 2022년 1모듈에 거캠에 입학하여 햇수로 3년차인 거캐머입니다. 학생회 부서 중 문화행사부에서 활동했어요. 첫 반년 동안은 부원으로, 그 다음 반년동안은 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학생자치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 내가 속한 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들’에 관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학생’으로서 마주한 사회, 조직,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우리는 누구인가를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학생 자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활동들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의 답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거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자치 활동들이 궁금한데요, 학생회 활동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아쉬운 입체적인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무지 : 우선 ‘거캠에서의 학생자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설명 드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새야 : 저는 거캠 입학 전 중학교에서 2학년부터 학생회 활동을 하고 학생회장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반 학교에서 학생자치활동을 할 땐 ‘학생의 역할’을 고정해놨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어요. ‘너희는 축제 기획, 선거 운동, 예방 운동 같은 거 하면 돼’처럼 어떠한 제한이 있는 거죠. 반면, 거캠에서의 학생자치는 이미 학생의 역할을 정해놓고 해야 할 무언가를 부여하는 게 아니었어요. 거캐머(거캠의 학생들)는 코칭교사, 운영팀과 함께 동등한 거캠의 구성원이었어요. 각각의 입장과 관점에서 더 나은 거캠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동등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거캠의 문화였던 거죠. 거캠을 다니는 거캐머로서 지속적으로 운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4개의 학생회 부서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4개 부서에 대한 소개를 드리자면, 거꾸로캠퍼스의 비품 및 시설 관리와 학교에 필수적인 운영을 하는 ‘학교운영부’,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다양한 교내외 행사나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문화행사부’, 거꾸로캠퍼스 학생 조직의 예산을 관리하고, 학생 조직의 예산을 벌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업재무부’, 거꾸로캠퍼스의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콘텐츠홍보부’가 있습니다. 모든 부서에는 부장과 부원들이 있고, 학생 전체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안건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학생자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문화행사부의 꽃이라고 불리는 활동은 ‘함께놀기’예요. 거캠은 프로젝트가 단계별로 나눠져 있어서 평소에 다른 단계의 팀과는 소통과 교류가 활발하게 안 되기도 해서 거캐머가 다함께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이때는 진지하고 무거운 것보다 모두가 ‘즐거웠다’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위해 문화행사부가 아주 열심히 준비하기도 하고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기도 합니다.
무지 : 저는 총회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총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부서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전체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 언제든 신청할 수 있는 안건을 함께 논의하면서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안건이 없을 때에는 각 부서의 부장들과 헤드가 있는 ‘임원진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논의합니다.
하지만 총회의 기본적인 구성은 지키되 임원진들이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총회에 플러스 요소들을 넣기도 해요. 예를 들면, 새야가 임원진을 했을 때에는 함께놀기가 큰 행사이지만 3개월 중 하루 이틀이다 보니 학생들이 교류하는 문화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런 시간을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학생헤드인 저의 경우에는 교류도 중요하지만 뭔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자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체 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모든 게 출발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요.
임원진 회의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싶은데요, 거기에서 실질적인 모든 학생자치 활동이 이루어지고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임원진 회의는 부서 회의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부장을 하는 친구들은 일주일에 회의가 두 번씩 있는 셈이지요. 여기서 부서 활동에 대한 피드백이 오가기도 하고 임원진의 의견들을 수용하여 다른 부서들의 방향성이 조금씩 수정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건이 올라오면 꼭 임원진 회의를 거치기 때문에 그 안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어떤 것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임원진 회의에서부터 Top-down 형식으로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고, 역으로 부서에서 임원진 회의까지 의견이 올라오는 Bottom-up 형식으로도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야 : 거캠 학생자치의 특징 중 하나는 ‘그림자위원’이에요, 일종의 감사 활동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보통은 자치활동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나눠지는 경향이 있잖아요. 거캠에서는 거캐머 개개인이 조직의 주체적인 구성원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임원진 회의의 그림자위원도 아주 중요한 역할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림자위원은 분기당 한 번만 참여할 수 있고 회의마다 랜덤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학생에 대한 논의가 임원진 안에서만 매몰되지 않도록 회의를 관찰하고 결정권도 같이 행사해요.
학생자치 활동에서 어떤 경우에는 논의하는 사람 따로 있고, 거기에서 결정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학생회와 일반 학생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도 있는데, 거캠에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새야 : 거캠에서는 서로 연결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거캠의 ‘닉네임(별명)’과 ‘피드백’ 문화가 그걸 보여준다고 생각하고요. 거캠에서는 선생님, 선후배처럼 위계질서가 형성될 수 있는 호칭은 쓰지 않아요. ‘내’가 정한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고 불리며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하죠. 피드백 시간을 통해선 다 같이 공유하고, 서로 도움 되는 것이 있으면 나누면서 이야기하자는 분위기를 모두가 공유해요.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학생자치에도 연결되어 모두가 거캐머로서 학생자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생회만의 권위나 권력을 갖지 않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거캠이라는 사회 안에서 모든 구성원이 시민성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군요. 이런 문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학생자치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하기는 싫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의 경우에는 어떠셨어요?
무지 : 저는 거캠에 들어오면서부터 학생헤드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 때 당시에는 단순하게 생각했고 명예욕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웃음) 그래서 학생헤드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고, 부원도 경험해보고 부장도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과정을 다 1년씩 해 봤습니다. 하다 보니 학생헤드가 되기 위한 이유 하나로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아니었고, 학생자치 활동이 제가 인생을 살고 싶은 방식과 많이 연관되어 있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저는 후회 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춘기 때 여러 고민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하면서 느낀 건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게 저에게 의미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거캠이 더 마음에 들었고요. 그런 이유로 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궁극적으로는 나중에 회사를 차리거나 국제기구에 들어가서 세상에 좀 더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내가 이 조직에서도 그런 경험을 해 봐야 이후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프로젝트도 있지만 자치활동은 또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미래 비전적인 생각에서 시작한 측면도 있습니다.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활동에서 오는 성취감과 뿌듯함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어렵다고 느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 은 이게 좋다는 생각으로 계속 활동을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할 수 있었습니다.
새야 : 저는 사실 거캠을 알아보고 결정을 할 때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학생 문화였어요. 제가 중학교 때 학생자치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관습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정말 우리가 겪는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진정한 고민을 한다기 보다는 학생회 일원이 되면 사용할 수 있는 권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애초에 일반 학교의 구조가 선생님은 우리가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이고 우리는 늘 학생다워야 하며 모든 것들을 확인받아야 하는, 우리에 대한 것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존재 같다는 느낌을 늘 받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학생회를 할 때가 딱 코로나 시기와 겹쳤어요. 다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웠고, 기획한 축제도 결국 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늘 여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요.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에는 학생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 곳, 좋지 않은 관습이 없는 곳, ‘학교에서 모두가 다 함께 즐기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학교의 학칙을 꼭 확인해보기도 했고요. 그러다 거캠의 학생 문화는 학생이 운영하는 것들이 실질적으로 학교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이 되는 것을 보게 됐어요. 이건 형식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이 학교의 지향점이구나 싶었고, 이미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저런 것들이 가능하겠다 싶었죠. 여기에 크게 매료되어 거캠을 선택하게 됐어요.
들어오기 전부터 문화행사부를 너무 하고 싶어서, 입학 후에 바로 신청서를 냈어요. 그렇게 학생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웃음). 거캠에서는 이전의 불편함과 아쉬움을 꼭 해소하고 싶어서 학생회를 하고 싶다는 결정을 바로 내리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실제로 문화행사부가 하나의 행사를 진행할 때면 0부터 10까지 부장과 부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계획해요. 코칭교사분들께서는 같이 참여하는 입장에서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지 제안해 주시기도 하고, 학생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더 재밌는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큰 도움을 주시기도 했고요.
학생자치 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때나 보람을 느낀 때의 경험도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무지 : 사실 매일이 어려워요.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다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제가 처음에 학생자치가 인생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자기 일을 스스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매일 일상을 살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필요하지만 그만큼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의욕적이었던 친구들도 점점 자기 길을 갈 때도 있어요. 힘들어지기도 하고, 내 일이 바쁘기도 하니까.
그리고 가끔 저는 수학 문제를 풀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그 이유는 학생자치 활동은 답이 없어서 평가가 안 된다는 답답함 같은 게 느껴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열려 있고, 상대적이어서 잘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을 때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람 있었던 때는, 입학 후에 새야와 함께 문화행사부를 했었어요. 그 때 감사하게도 성향이 비슷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활동할 수 있어서 재미있게 성과를 잘 냈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꽤 좋았고요. 다 의욕적이어서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쉬는 반’ 공간을 싹 바꿔본 것도 제가 학교운영부 부장을 할 때 시도했던 건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또 문제가 발생하니까요. 모든 게 상대적이라서 매 순간이 보람 있으면서도 매 순간이 어렵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지치게도 만들고, 해결할 의욕을 주기도 하고 그런 건가요?
무지 : 네, 그래서 재밌으면서도 힘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새야 : 저는 문화행사부 부장으로 활동했던 2022년 하반기 가평에서의 1박 2일 함께놀기가 가장 보람 있었어요. 1박 2일 중 첫째 날 밤, 열심히 준비했던 메인 활동을 마무리하고 방에 들어오려던 때였어요. 갑자기 아까의 모습들이 한 번에 머릿속에 지나가면서 ‘이게 절대 나만, 우리(학생회)만 잘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든 안 되든 계속해서 노력한 부원들, 옆에서 큰 도움과 지지를 해준 코칭교사분들, 진심으로 그 시간을 즐긴 거캐머. 모두가 있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결과라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때 엄마한테 전화해서 울컥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했구나 느낀 때도 있어요. 부장이 처음이다 보니 ‘부원들에게 방향성을 잘 제시하고 있을까’,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 걸까’, ‘내가 하고 있는 게 맞을까’... 말하고 나서 그 다음 문장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조차 감이 안 왔어요. 이런 나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많이 자책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부장으로서 문화행사부의 첫 번째 함께놀기 행사를 끝내고, 두 번째 함께놀기 기획 회의를 하던 때였어요. 제가 막힘없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다른 사람들만큼 못했던 게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해 나가고 있었구나’, ‘어쩌면 내가 세웠던 기준 그 이상을 해내고 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죠,그러면서 이전 학생회 활동에서의 아쉬움과 그동안 스스로에 대해 가졌던 자책과 불안함이 싹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려볼 텐데요, 두 분이 학생자치 활동을 경험하면서 생각하기에 학생자치에 필요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무지 : 저는 고민하던 문제라 바로 이야기를 드려보자면, 학생자치와 프로젝트를 똑같이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항상 그 두 가지가 동등한 두 개의 다리라고 이야기해 주시는데 막상 투자하는 시간은 다르다고 느껴져요. 현재는 프로젝트에 더 우선순위가 있는 것 같거든요. 프로젝트랑 교육 과정은 오전, 오후, 금요일에 다 편성되어 있는데 학생자치는 시간을 따지고 보면 2주에 한 번씩만 고정적으로 있는 거고 나머지는 방과 후에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학교의 방향성도 동의하지만 학교에서 그리는 그림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지원이라는 것이 예산이나 정신적 지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물리적으로 학생자치 시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학생헤드로서 교사들과도 맞춰가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학생자치에 대해 학교에서 갖고 있는 생각이나 그림들을 명확히 알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저도 지속적인 학생회를 만들고 싶다고 공약을 냈으나 시간이 없어 지키기가 어렵거든요. 그럴 때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학생자치가 좀 더 활성화 되려면 이런 간극을 개인의 책임이나 개인의 고민으로 돌리기보다는 안전지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새야 : 저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학생’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사회나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그 안에서 내 역할은 무엇이고 우리가 어떻게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늘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히 학생이라기보다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자치’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학생자치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 우리는 ‘학생’이니, 학생으로서 자치 활동을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자치의 본질적인 가치를 이루려면 학교와 교사는 학생을 절대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존재로만 본다거나 위계질서를 형성하기 보다는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과 문화를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학생자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도록 시간이나 공간을 공식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들이 역할일 것 같고, 교사의 경우에는 가르치거나 지적하기보다는 ‘조직’이라는 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지, 어떤 시도를 더 해볼 수 있을지 불안함을 덜어주고 방향성과 가이던스를 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 전제는 모든 구성원들이 학교의 주체라는 생각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고요.
실제 '학생자치'를 행하고, 학생들의 반응과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학생자치에 필수적인 '학생 주도적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당사자들의 생각과 의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게끔 하는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습니다. 코-레터 지난 호와 이번 호에 다루었던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