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께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교육실험실21 대표 쩜백과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번 회차의 키워드는 '교육의 디지털 전환' 입니다.

편집팀 (이하 생략) : 거꾸로캠퍼스(이하 거캠)를 떠올리면 학생과 교사들이 각자의 디지털 기기를 앞에 두고 소통하고 작업하는 장면들이 그려집니다. 또 거캠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교육들에서도 디지털화 된 교육 현장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고요. 그만큼 교육실험실21의 실험학교인 거캠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화두인 것 같은데요, 올해 코-레터 첫 교육 키워드를 ‘교육의 디지털 전환’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쩜백 (이하 생략) : 현재 교육 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교육의 디지털 전환’입니다. 관련해서 ‘에듀테크’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은 에듀테크를 넘어서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해 전부터 전국적으로도, 또 교육부 차원에서도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그게 실제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될까에 대한 철학을 확립하지 않으면 마치 교실에 들어온 새로운 기자재를 어떻게 쓰고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자재만 들어가 있는, 그런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교실에 기자재 하나가 추가되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 다른 차원의 변화를 한 번 짚고 넘어가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키워드를 제안해 보았습니다.
말씀해 주셨듯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에듀테크’라는 개념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둘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할까요?
쉽게 설명하자면 교육에 활용되는 기술들을 통칭해서 에듀테크라고 합니다. ‘교육에 어떤 기술들을 활용해서 교육이 더 잘 되게 할 것인가?’라는 것에 보다 집중을 한다고 볼 수 있죠. 반면,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은 디지털 요소들이 교육의 본질적인 것들을 전환하게 만드는,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세대가 어렸을 때 사용하던, OHP필름을 예로 들어볼게요. 기존에 없었던 기술이 교육 현장에 들어왔다, 이런 느낌을 에듀테크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OHP필름부터 지금 나오고 있는 AI 코스웨어까지 전부 다 에듀테크라고 본다면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교육에 활용되는 기술이 하나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되는 것이고, 그래서 저는 둘을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 에듀테크들은 학생의 학습을 용이하게 하거나 시공간의 제약을 없앤다거나 하는 편의성이 존재의 목적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패러다임의 변화는 보다 큰 움직임들과 시행착오를 수반해야 하다 보니 분명한 목적이 필요해 보입니다. 교육을 디지털로 전환해야 하는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지털이라고 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과 교사의 학습 활동 디자인 및 실행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주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사람이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교육받는 사람의 학습이 더 잘 되는 방향으로 디지털 기술이 도움을 줘야 하죠. 이제 여기서 말하는 ‘학습’이 무엇을 학습하는 것인지로 질문이 옮겨갑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잘 암기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면 그걸 가능하게끔 하는 기술들을 제공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암기나 단순한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학생들이 어디까지 학습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집니다. 실제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한 사람이 잘 암기하고 잘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필요한 고차원적 사고는 무엇일까 질문해보면 여러 교육학자들이 정의를 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벤자민 블룸이 인지적 학습의 단계를 나타낸 분류체계(Taxonomy)를 만든 게 있는데 ‘디지털 텍소노미’라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달라진 내용이 있습니다. 사고의 하위 단계에서 더 위로 올라갈수록 고차원적인 사고가 된다는 것인데요, 그것을 예로 들면 가장 저차원적 사고인 지식, 기억에서 -> 이해 -> 적용 -> 분석 -> 평가 -> 창조라는 상위 단계로 점점 올라갑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 전과 후가 달라진 것이 있어요.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종합’이라는 개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창조’라는 고차원적 사고가 강조되게 되는 것이죠. 결국에는 한 인간이 내가 학습하고 있는 것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정도를 넘어서 적용하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새로운 것,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을 때까지 학생들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학습의 목표라고 본다면 진짜로 그런 걸 도와줄 수 있는 기술들이 요구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등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 아닐까요? 그런데, 더 나아가 현재는 창조의 영역까지도 AI가 일정 부분 수행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창조보다 더 고차원적이거나 혹은 창조와 함께 인간이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인간이 더 학습하고 근원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것들을 채울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치적인 측면들이나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 같이 AI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 결국은 디지털 전환 시대가 나아가야 할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조를 위해 상상력을 더 확장하려면 이제는 디지털 요소들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되어야 하는 이유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교사나 교과서의 역할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교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 거기에 맞게 학생들의 ‘학습’이 재정의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 전에는 교사가 강의를 통해서 앞에서 뭔가를 가르치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로 정의가 됐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서 기기하고 계속 소통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기기를 통해 어떤 자극들이 오면 나의 반응을 입력하게 되고 피드백이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디지털에 의해서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은 학생들 개개인에게 맞는 피드백들이 바로 올 수 있다는 의미이고 전에 일방적으로 전해졌던 학습의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게 됩니다. 질문을 더 이어가보자면, 그 새로운 학습의 방법이라는 것은 결국은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학습하면서 더 고차원적으로 발전시키며 새로운 걸 창조해내는 것까지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창조라는 것은 누군가가 학생에게 집어넣어 줄 수 없고, 학생들이 꺼내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교사의 역할은 결국 학생들의 학습과 자신이 학습한 것을 활용해서 스스로가 가진 창의성을 발휘하는 차원까지 갈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 ‘교과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교과서의 의미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라는 것은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 과정을 글자와 그림과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한 학습 자료로 정리해 놓은 것인데, 현재에도 학생들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지식이나 학습의 재료들을 인터넷 등에서 얻고 있는 상황이죠. 제 생각에 교과서는 좀 더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교과서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요. 예를 들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어떤 지식들은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연결을 해 주거나 하는 방향으로 교과서가 달라진다면 효용성이 있을 것 같은데, 기존처럼 지식을 쭉 나열하거나 정리하는 정도라면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겁니다. 요즘은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서도 여러 곳에서 개발이나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교육 자료들이나 교육의 방법들이 학생들에게 맞춰 개별화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교사에게 필요한 것이 기존에 있는 자료들을 분류하고 배포하는 큐레이션 능력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나 디지털 기기에 접근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지식 자체를 습득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인간이 하고 있는 많은 지적 활동의 가장 기본에는 지식이 있거든요. 학습한 지식을 자신의 기능과 연결 지을 수도 있고 가치나 태도와도 연결 지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지식을 학습하느냐가 중요하지, 지식 그 자체를 많이 갖는 것에 방점이 찍힐 필요는 없습니다. ‘지식, 기능, 가치, 태도’가 역량의 구성 요소들인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기능이나 기술의 차원을 넘어서 지식을 토대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올바른 태도로 발현되는 것 까지가 역량이라고 봅니다.
거캠의 예를 들자면, 학생들이 ‘자기주도성’과 ‘협력적 문제해결능력’이라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회적인 성공이라는 가치를 강요하고 중시하던 사회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잘 살아간다는 것이 ‘잘 존재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고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받아들이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죠. 그렇기에 자기 삶의 여정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그런 삶의 여정 속에서는 반드시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문제들을 타인과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열리기도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도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내가 살고 싶은, 진짜 나에게 맞는 삶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역량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도 ‘나를 안다’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말씀이네요.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교수학습방법으로서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이 갖는 의미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교육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학생들이 무엇을 학습해서 고차원적 사고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실현해 보려면 수업이라는 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지식과 이해의 부분에 시간을 얼마나 배분하고 분석과 적용, 창조하는 데 시간을 얼마나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에게 주어져 있는 수업시간은 거의 비슷한데 그 시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가 고민하다보면 ‘거꾸로 수업’이라고 하는 방법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죠.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학생들이 실제로 내가 학습한 것을 적용하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창조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형태로 수업이 변화해야 되는데 그걸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수업의 기초적인 루트를 만들어주는 데는 유용하겠지만 학생들이 창조의 단계까지 밟아가도록 어떻게 구체적으로 디자인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하자면 ‘프로젝트 수업’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수업처럼 학생들이 실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실제 어떤 것들을 창조해내는 방식으로 수업이 전환되어야 진짜 필요한 역량들을 길러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수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프로젝트 수업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거캠에서 하고 있는 것도 거꾸로 수업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말할 수 있고 프로젝트 수업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거캠의 교육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 사례나 디지털 환경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사례들을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거캠의 경우에는 만들어진 때부터 지금까지 디지털로 뭔가를 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을 해 왔습니다. 거캠의 교육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창조의 측면인데 프로젝트 학습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마지막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 창조를 보다 쉽고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디지털 기술이라 디지털로 전환된 교육들이 이루어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기점은 있었어요. 창조의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창조의 전 단계인 학습의 부분도 디지털로 이루어져야 된다는 생각이 만들어진 것이 코로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초반에도 거캠은 이미 디딤영상이나 거꾸로 수업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것에 크게 이질감 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었고 다른 교육 현장에서 준비가 안 되어 개학을 미루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개학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업도 빠르게 정착이 되었고요. 하지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직면한 주요 문제는, 창조를 위한 도구는 어느 정도 정비되어 있었으나 학습 도구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부족했다는 인식이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에게 활동지 같은 걸 나눠주고 기록하게 해서 모아두고 활용하면 되는데 온라인에서는 어렵잖아요. 이에 따라,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학습 도구들을 이용해 수업을 디자인해야 했으나, 사용하는 도구가 교사마다 달라 문제가 되었습니다. 각각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다보니 거캠의 주제중심 융합수업에 있어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느 수업에서는 어떤 것을 했는지 어느 플랫폼에 기록되어 있는지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런 내부의 이슈가 있어서 사용 플랫폼을 하나로 모아보자고 논의했고 파일럿처럼 여러 가지 실험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게 ‘넘버스’였습니다.
넘버스를 결정한 이유는 그 자체로 커다란 화이트보드라서 확장성이 크고 도형, 글, 표, 차트는 물론이고 그림이나 영상, 음성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넣을 수가 있었어요. 넘버스로 활동지를 구성하다 보니까 학생이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과목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들에 익숙해지는 게 학습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되면 학습이 방해받게 되는 난관을 해결한 것이죠. 또한 학습했던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을 필요 없이 해당 과목의 넘버스 파일에 들어가면 학습 과정이나 결과를 알 수 있고 다른 팀의 자료들도 참고할 수 있으니 플랫폼을 하나로 통일하면서 학습의 확장성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의 경우에도 수업 공유가 원활해지니 수업에서의 연결성이나 융합이 수월해졌죠. 거캠의 경우 학습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되느냐, 교육의 목표가 무엇이냐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도와줄 수 있는 기술들이 무엇이 있는가를 고민하고 도입하고 실험하고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했던 시도 중에 하나는 ‘세상을 읽는 데 디지털 기술을 더 잘 활용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수업 안에 데이터 사이언스를 도입해 본 것이었습니다. 지금 시대를 읽는데 데이터가 중요하잖아요. 그 데이터를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공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큰 경쟁력이 생기는 거고, 세상을 잘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기후위기와 정책’을 주제로 모듈 수업할 때 ChatGPT, AI를 이용해서 내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코딩하고 학생들이 공공데이터를 불러와서 직접 적용해 보는 시도를 해 봤는데, 굉장히 유의미했습니다. 이제 목표는 ChatGPT를 잘 활용하게 만든다, 코딩을 할 수 있게 만든다가 아니라 이 사회를 잘 읽을 수 있게 하는 측면의 활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쩜백이 보시기에 현재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어디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교육부에서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토론회를 열기도 하는 등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교육 관계자들이 고민하거나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사교육 시장에서 많은 발전을 이룬 상태입니다. TV광고에서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지금은 도입 시기라기보다는 품질을 높이는 시기라고 볼 수 있죠. 반면 공교육에서는 시작 단계이거나 점점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공교육에서도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사교육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고민과 투자가 필요하니까요.
또한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화두에 대해 우려되는 지점도 당연히 있습니다. 학생의 환경에 따른 불평등, 활용하는 학습 자료들에 대한 지적재산권 문제나 윤리의 문제, 학생의 다양성(장애나 사용 언어 등)을 고려하여 편의성 제공, 사이버 폭력 등이 그것입니다. 저는 앞부분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은 교육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목표에 맞는 기술들이 도입되고 활용되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왜 우리가 모든 사람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여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기술들이 개발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이 표류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결국은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우리가 이뤄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불명확할 때 말씀드린 문제들이 발생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교육 목표가 지금 시대에 맞게 재정비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교육 목표에 맞는 명확한 방법들이 자리를 잡아야 교육을 위한 디지털 기술로써 활용이 돼서 ‘좋은’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조건들 속에서도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숙고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코-레터에서는 이번 호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께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교육실험실21 대표 쩜백과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번 회차의 키워드는 '교육의 디지털 전환' 입니다.
편집팀 (이하 생략) : 거꾸로캠퍼스(이하 거캠)를 떠올리면 학생과 교사들이 각자의 디지털 기기를 앞에 두고 소통하고 작업하는 장면들이 그려집니다. 또 거캠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교육들에서도 디지털화 된 교육 현장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고요. 그만큼 교육실험실21의 실험학교인 거캠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화두인 것 같은데요, 올해 코-레터 첫 교육 키워드를 ‘교육의 디지털 전환’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쩜백 (이하 생략) : 현재 교육 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교육의 디지털 전환’입니다. 관련해서 ‘에듀테크’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은 에듀테크를 넘어서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해 전부터 전국적으로도, 또 교육부 차원에서도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그게 실제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결국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될까에 대한 철학을 확립하지 않으면 마치 교실에 들어온 새로운 기자재를 어떻게 쓰고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자재만 들어가 있는, 그런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교실에 기자재 하나가 추가되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 다른 차원의 변화를 한 번 짚고 넘어가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키워드를 제안해 보았습니다.
말씀해 주셨듯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에듀테크’라는 개념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둘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할까요?
쉽게 설명하자면 교육에 활용되는 기술들을 통칭해서 에듀테크라고 합니다. ‘교육에 어떤 기술들을 활용해서 교육이 더 잘 되게 할 것인가?’라는 것에 보다 집중을 한다고 볼 수 있죠. 반면,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은 디지털 요소들이 교육의 본질적인 것들을 전환하게 만드는,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세대가 어렸을 때 사용하던, OHP필름을 예로 들어볼게요. 기존에 없었던 기술이 교육 현장에 들어왔다, 이런 느낌을 에듀테크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OHP필름부터 지금 나오고 있는 AI 코스웨어까지 전부 다 에듀테크라고 본다면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교육에 활용되는 기술이 하나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되는 것이고, 그래서 저는 둘을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 에듀테크들은 학생의 학습을 용이하게 하거나 시공간의 제약을 없앤다거나 하는 편의성이 존재의 목적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패러다임의 변화는 보다 큰 움직임들과 시행착오를 수반해야 하다 보니 분명한 목적이 필요해 보입니다. 교육을 디지털로 전환해야 하는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지털이라고 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과 교사의 학습 활동 디자인 및 실행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주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사람이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교육받는 사람의 학습이 더 잘 되는 방향으로 디지털 기술이 도움을 줘야 하죠. 이제 여기서 말하는 ‘학습’이 무엇을 학습하는 것인지로 질문이 옮겨갑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잘 암기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면 그걸 가능하게끔 하는 기술들을 제공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암기나 단순한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학생들이 어디까지 학습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집니다. 실제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한 사람이 잘 암기하고 잘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필요한 고차원적 사고는 무엇일까 질문해보면 여러 교육학자들이 정의를 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벤자민 블룸이 인지적 학습의 단계를 나타낸 분류체계(Taxonomy)를 만든 게 있는데 ‘디지털 텍소노미’라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달라진 내용이 있습니다. 사고의 하위 단계에서 더 위로 올라갈수록 고차원적인 사고가 된다는 것인데요, 그것을 예로 들면 가장 저차원적 사고인 지식, 기억에서 -> 이해 -> 적용 -> 분석 -> 평가 -> 창조라는 상위 단계로 점점 올라갑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 전과 후가 달라진 것이 있어요.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종합’이라는 개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창조’라는 고차원적 사고가 강조되게 되는 것이죠. 결국에는 한 인간이 내가 학습하고 있는 것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정도를 넘어서 적용하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새로운 것,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을 때까지 학생들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학습의 목표라고 본다면 진짜로 그런 걸 도와줄 수 있는 기술들이 요구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등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 아닐까요? 그런데, 더 나아가 현재는 창조의 영역까지도 AI가 일정 부분 수행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창조보다 더 고차원적이거나 혹은 창조와 함께 인간이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인간이 더 학습하고 근원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것들을 채울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치적인 측면들이나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 같이 AI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 결국은 디지털 전환 시대가 나아가야 할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조를 위해 상상력을 더 확장하려면 이제는 디지털 요소들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되어야 하는 이유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교사나 교과서의 역할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교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 거기에 맞게 학생들의 ‘학습’이 재정의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 전에는 교사가 강의를 통해서 앞에서 뭔가를 가르치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로 정의가 됐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서 기기하고 계속 소통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기기를 통해 어떤 자극들이 오면 나의 반응을 입력하게 되고 피드백이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디지털에 의해서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은 학생들 개개인에게 맞는 피드백들이 바로 올 수 있다는 의미이고 전에 일방적으로 전해졌던 학습의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게 됩니다. 질문을 더 이어가보자면, 그 새로운 학습의 방법이라는 것은 결국은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학습하면서 더 고차원적으로 발전시키며 새로운 걸 창조해내는 것까지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창조라는 것은 누군가가 학생에게 집어넣어 줄 수 없고, 학생들이 꺼내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교사의 역할은 결국 학생들의 학습과 자신이 학습한 것을 활용해서 스스로가 가진 창의성을 발휘하는 차원까지 갈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 ‘교과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교과서의 의미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라는 것은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 과정을 글자와 그림과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한 학습 자료로 정리해 놓은 것인데, 현재에도 학생들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지식이나 학습의 재료들을 인터넷 등에서 얻고 있는 상황이죠. 제 생각에 교과서는 좀 더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교과서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요. 예를 들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어떤 지식들은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연결을 해 주거나 하는 방향으로 교과서가 달라진다면 효용성이 있을 것 같은데, 기존처럼 지식을 쭉 나열하거나 정리하는 정도라면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겁니다. 요즘은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서도 여러 곳에서 개발이나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교육 자료들이나 교육의 방법들이 학생들에게 맞춰 개별화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교사에게 필요한 것이 기존에 있는 자료들을 분류하고 배포하는 큐레이션 능력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나 디지털 기기에 접근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지식 자체를 습득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인간이 하고 있는 많은 지적 활동의 가장 기본에는 지식이 있거든요. 학습한 지식을 자신의 기능과 연결 지을 수도 있고 가치나 태도와도 연결 지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지식을 학습하느냐가 중요하지, 지식 그 자체를 많이 갖는 것에 방점이 찍힐 필요는 없습니다. ‘지식, 기능, 가치, 태도’가 역량의 구성 요소들인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기능이나 기술의 차원을 넘어서 지식을 토대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올바른 태도로 발현되는 것 까지가 역량이라고 봅니다.
거캠의 예를 들자면, 학생들이 ‘자기주도성’과 ‘협력적 문제해결능력’이라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회적인 성공이라는 가치를 강요하고 중시하던 사회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잘 살아간다는 것이 ‘잘 존재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고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받아들이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죠. 그렇기에 자기 삶의 여정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그런 삶의 여정 속에서는 반드시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문제들을 타인과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열리기도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도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내가 살고 싶은, 진짜 나에게 맞는 삶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역량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도 ‘나를 안다’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말씀이네요.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교수학습방법으로서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이 갖는 의미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교육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학생들이 무엇을 학습해서 고차원적 사고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실현해 보려면 수업이라는 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지식과 이해의 부분에 시간을 얼마나 배분하고 분석과 적용, 창조하는 데 시간을 얼마나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에게 주어져 있는 수업시간은 거의 비슷한데 그 시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가 고민하다보면 ‘거꾸로 수업’이라고 하는 방법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죠.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학생들이 실제로 내가 학습한 것을 적용하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창조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형태로 수업이 변화해야 되는데 그걸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수업의 기초적인 루트를 만들어주는 데는 유용하겠지만 학생들이 창조의 단계까지 밟아가도록 어떻게 구체적으로 디자인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하자면 ‘프로젝트 수업’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수업처럼 학생들이 실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실제 어떤 것들을 창조해내는 방식으로 수업이 전환되어야 진짜 필요한 역량들을 길러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수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프로젝트 수업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거캠에서 하고 있는 것도 거꾸로 수업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말할 수 있고 프로젝트 수업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거캠의 교육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 사례나 디지털 환경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사례들을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거캠의 경우에는 만들어진 때부터 지금까지 디지털로 뭔가를 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을 해 왔습니다. 거캠의 교육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창조의 측면인데 프로젝트 학습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마지막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 창조를 보다 쉽고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디지털 기술이라 디지털로 전환된 교육들이 이루어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기점은 있었어요. 창조의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창조의 전 단계인 학습의 부분도 디지털로 이루어져야 된다는 생각이 만들어진 것이 코로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초반에도 거캠은 이미 디딤영상이나 거꾸로 수업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것에 크게 이질감 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었고 다른 교육 현장에서 준비가 안 되어 개학을 미루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개학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업도 빠르게 정착이 되었고요. 하지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직면한 주요 문제는, 창조를 위한 도구는 어느 정도 정비되어 있었으나 학습 도구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부족했다는 인식이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에게 활동지 같은 걸 나눠주고 기록하게 해서 모아두고 활용하면 되는데 온라인에서는 어렵잖아요. 이에 따라,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학습 도구들을 이용해 수업을 디자인해야 했으나, 사용하는 도구가 교사마다 달라 문제가 되었습니다. 각각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다보니 거캠의 주제중심 융합수업에 있어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느 수업에서는 어떤 것을 했는지 어느 플랫폼에 기록되어 있는지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런 내부의 이슈가 있어서 사용 플랫폼을 하나로 모아보자고 논의했고 파일럿처럼 여러 가지 실험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게 ‘넘버스’였습니다.
넘버스를 결정한 이유는 그 자체로 커다란 화이트보드라서 확장성이 크고 도형, 글, 표, 차트는 물론이고 그림이나 영상, 음성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넣을 수가 있었어요. 넘버스로 활동지를 구성하다 보니까 학생이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과목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들에 익숙해지는 게 학습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되면 학습이 방해받게 되는 난관을 해결한 것이죠. 또한 학습했던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을 필요 없이 해당 과목의 넘버스 파일에 들어가면 학습 과정이나 결과를 알 수 있고 다른 팀의 자료들도 참고할 수 있으니 플랫폼을 하나로 통일하면서 학습의 확장성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의 경우에도 수업 공유가 원활해지니 수업에서의 연결성이나 융합이 수월해졌죠. 거캠의 경우 학습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되느냐, 교육의 목표가 무엇이냐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도와줄 수 있는 기술들이 무엇이 있는가를 고민하고 도입하고 실험하고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했던 시도 중에 하나는 ‘세상을 읽는 데 디지털 기술을 더 잘 활용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수업 안에 데이터 사이언스를 도입해 본 것이었습니다. 지금 시대를 읽는데 데이터가 중요하잖아요. 그 데이터를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공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큰 경쟁력이 생기는 거고, 세상을 잘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기후위기와 정책’을 주제로 모듈 수업할 때 ChatGPT, AI를 이용해서 내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코딩하고 학생들이 공공데이터를 불러와서 직접 적용해 보는 시도를 해 봤는데, 굉장히 유의미했습니다. 이제 목표는 ChatGPT를 잘 활용하게 만든다, 코딩을 할 수 있게 만든다가 아니라 이 사회를 잘 읽을 수 있게 하는 측면의 활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쩜백이 보시기에 현재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어디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교육부에서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토론회를 열기도 하는 등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교육 관계자들이 고민하거나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사교육 시장에서 많은 발전을 이룬 상태입니다. TV광고에서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지금은 도입 시기라기보다는 품질을 높이는 시기라고 볼 수 있죠. 반면 공교육에서는 시작 단계이거나 점점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공교육에서도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사교육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고민과 투자가 필요하니까요.
또한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화두에 대해 우려되는 지점도 당연히 있습니다. 학생의 환경에 따른 불평등, 활용하는 학습 자료들에 대한 지적재산권 문제나 윤리의 문제, 학생의 다양성(장애나 사용 언어 등)을 고려하여 편의성 제공, 사이버 폭력 등이 그것입니다. 저는 앞부분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은 교육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목표에 맞는 기술들이 도입되고 활용되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왜 우리가 모든 사람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여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기술들이 개발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이 표류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결국은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우리가 이뤄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불명확할 때 말씀드린 문제들이 발생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교육 목표가 지금 시대에 맞게 재정비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교육 목표에 맞는 명확한 방법들이 자리를 잡아야 교육을 위한 디지털 기술로써 활용이 돼서 ‘좋은’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조건들 속에서도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숙고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코-레터에서는 이번 호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